우리은행 매너 컨설턴트 홍진희 은행원들에게 서비스 마인드 심어주는 매너 전령사

"은행을 미소의 色으로 채색해요"

우리은행 매너 컨설턴트 홍진희
은행원들에게 서비스 마인드 심어주는 매너 전령사

“앞에 앉은 분의 몸을 자동차라고 생각하세요. 자, 이제 앞 사람의 귀에 손가락을 꽂고 시동을 걸어 보세요. 차가 출발했나요? 가속이 붙는다고 생각하시고 앞 사람의 어깨를 점점 빠르게 주물러 주세요.”

7월초 서울 남대문로 연세빌딩 3층 우리은행 서비스 아카데미. 확장 기념 행사를 맞아 이덕훈 행장을 비롯해 우리은행 임원 100여명이 자리를 같이 했다. 헌데 좌중을 압도한 것은 20대 중반의 한 여성이었다. 이날 임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중책을 맡은 서비스 아카데미 강사인 홍진희(27ㆍ여)씨.

팍팍한 업무에 시달리며 얼굴에 웃음을 잃었던 40~50대 임원들은 그녀의 주문을 따라 하며 표현 그대로 ‘입이 귀에 닿을 만큼’ 모처럼 가식 없이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원래 사람은 가벼운 스킨십을 통해 가장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이날 그녀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었다. 직접 느끼고 체험한 만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임원 분들께 전해 드리고 싶었단다.

홍씨의 강의를 들은 한 임원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곱상한 20대 여성이 행장을 비롯한 나이 지긋한 임원들을 주물렀다 폈다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런 사람을 두고 프로라고 하는 구나 싶더군요.”


스튜어디스에서 매너 컨설턴트로

보기만 해도 저절로 즐거워지는 사람,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입가엔 언제나 웃음이 맴돌고, 얼굴 표정 어느 한 구석에도 그늘이 없다. 목소리나 말투, 그리고 몸짓 하나 하나도 상냥하다. “역시”라는 찬사가 절로 나올 법하다.

1996년 그녀는 여성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라는 스튜어디스(대한항공)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인하공전 항공운항과를 졸업했으니 예정된 수순이었다. 헌데 뜻밖에도 그녀를 사로 잡은 것은 ‘폼 나는 비행’이 아니었다. 스튜어디스 시절 언제나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서비스 교육 시간이었다.

늘 당당하고 밝은 모습으로 서비스를, 그리고 매너를 강의하는 선배 강사는 그녀의 우상이 됐다. “남들에게 감동을 전파한다는 것이 참 매력적인 일이구나” 싶었다. 잦은 비행으로 육체적인 부담을 느끼고 부모님들 역시 외국을 자주 오가는 것에 대해 그다지 달갑지 않게 여기던 무렵이었다.

스튜어디스 생활 2년 만에 그녀는 과감히 승무원 복을 벗었다. 안정된 직장을 떠난다는 것은 분명 모험이었다. 확실히 보장된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곧 바로 사설 서비스 강사 양성 기관에 등록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기회는 6개월 만에 찾아왔다. 현대백화점에서 서비스 강사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붙자 주저 없이 지원서를 냈고, 며칠 뒤 합격 통지를 받았다. 서비스 강사, 혹은 매너 컨설턴트로서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능력을 인정 받으면서 손을 내미는 곳도 부쩍 늘어났다.

“서비스나 매너 적인 면에서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강사들의 수요가 많은 탓”이라고 했다. 쉐라톤워커힐 호텔을 거쳐 우리은행의 정식 직원(계장)으로 특채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도대체 몸값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 하자 “직장을 몇 번 옮기면서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만 답했다.


은행의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 낸다

“표현, 그리고 행동이 아닐까 싶어요.” 그녀는 ‘매너’를 그렇게 정의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음은 정말 따스하고 친절한데 직접 표현하는 데 미숙하잖아요.”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표출될 수 있도록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곧 서비스이고 매너라는 얘기였다.

이런 매너 철학 탓에 그녀가 강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표정과 인사, 그리고 복장이다. ㎎?“너무 기초적인 내용”이라며 싫증을 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살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부터 손들고 발표하기 좋아하고 남 앞에 서는 것을 즐겼지만 그런 그녀 역시 처음엔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 웃으려고만 하면 볼이 부들부들 떨렸던 것은 그만큼 몸에 익지 않은 탓이었다. “정말 집에서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연습을 했어요. 거울을 보는 시간에는 언제이고 어떻게 웃으면 사람들에게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을까를 연구했죠.” 그 결과 지금은 누구를 만다든지 미소로 응대할 수 있는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항공사, 백화점, 호텔 등 주로 서비스 마인드가 강한 직종에 몸을 담고 있다 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주변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은행은 서비스 업종 치고는 아직 많이 경직돼 있었다. “업무상 은행을 찾을 때면 많이 느끼는 거지만 아직 은행원들의 서비스 마인드는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요.” 특히 그가 몸을 담은 우리은행은 외환 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투입 받으며 대외 이미지가 많이 훼손돼 있는 터였다. 그녀는 “서비스나 친절이 업무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홍씨는 요즘 서비스 아카데미의 다른 강사들과 함께 은행원들의 감성 개발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장애인 봉사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든지, 순수한 동화를 들려준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내면이 바뀌어야 외면도 변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때문이다. 확장 기념 행사 때 임원들에게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는 데 주력했던 것도 이런 취지였다.

그녀의 요즘 바람은 ‘서비스 1등 은행’ 이라는 은행측 모토를 실현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이다. 은행간 무한 경쟁 속에서 금융 상품이나 금리의 차별성이 거의 없어진 요즘, 서비스 만이 유일한 차별화 수단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지켜 봐 주세요. 우리은행이 다른 어느 은행보다 친절하고 기분 좋은 은행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거든요.” 여심(女心)이 우리은행, 아니 나아가 금융권의 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옷차림이 스스로의 가치를 올린다"
   

사람의 첫 인상은 6~8초면 결정된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표정, 자세, 옷차림이다.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하는 일을 알 수 있고, 얼마나 어울리는 색을 입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센스를 판단할 수 있다.

홍씨는 "사람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이 있고, 특히 타고난 이미지 색이 있다"고 했다.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일 경우 노란색이 포함된 따뜻한 계열의 색이 어울리고, 밝은 사람일 경우 흰색이 포함된 파스텔톤의 차가운 계열의 색이 어울린단다. 남자 직장인들의 경우 셔츠의 색상을 고를 때 반드시 참조해야 한다는 것.

또 돋보여야 하는 자리에서는 넥타이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흰색 셔츠에 붉은 색 넥타이로 보색 대비를 주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요즘은 '톤 온 톤(tone on tone) 코디네이션'으로 타이, 셔츠, 슈트를 같은 계열의 색으로 맞춰 입을 경우 무난하게 멋을 낼 수 있다.

홍씨는 "옷차림은 스스로의 가치를 올리는 전략"이라며 "이제는 외적 이미지에 신경 쓰는 것, 즉 옷차림이 사치가 아니라 필수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이영태기자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