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무기와 특수효과로 1·2편 압도하는 액션

[시네마 타운] 터미네이터3: Rise of the Machines

최첨단 무기와 특수효과로 1·2편 압도하는 액션

<터미네이터3>은 철저하게 운명결정론을 얘기하는 영화다. 미래에서 온 터미테이터(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 세계의 인류 저항군 지도자가 되는 존 코너(닉 스탈)가 누구와 결혼을 하며 언제 누구에 의해 죽는 지를 이미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껏 1편과 2편에서 제공했던 일종의 가능성, 즉 현재가 바뀌면 미래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결말에 가서 완전히 무너진다.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고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결말에 이르기 까지 존 코너는 여러 번 “이미 일어났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여야 되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라고 얘기한다. 이 말은 1편과 2편에서 자신과 엄마 사라(린다 해밀턴)에게 벌어졌던 죽음과 연관된 사건들을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존과 중학교 동창생이었을 뿐인 케이트 브루스터(클레어 데인즈)가 어느날 갑자기 존을 만나 겪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들에 대해서도 존은 같은 말을 반복한다.

존과 케이트의 만남과 그 이후 그들이 함께 하는 모험은 터미네이터가 설명하는 미래적 사실에 의해 이해가 되고, 터미네이터가 얘기하는 미래는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현실이 된다. 오토바이 사고 후 병원에도 갈 수 없어 동물병원에 숨어 들어와 약을 먹고 쓰러진 존의 겉모습은 전혀 미래의 지도자 같지 않지만 점차 예언된 미래로 가까이 다가선다.

또한 수의사이며 결혼을 앞둔 약혼자가 있고 국가기밀과 관련된 일을 하는 아버지가 있어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는 케이트는 자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러나 운명 지워진 그녀의 미래(존의 아내이며 미래에서 터미네이터를 재프로그램해 그들을 구하도록 만든)를 향해 순식간에 달려간다.


업그레이드 된 살인무기들

그렇게 미래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존과 케이트를 제거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또 다른 터미네이터 T-X(크리스타나 로겐)는 아무리 뛰어난 지능과 공격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터미네이터3>는 이미 결정된 미래를 변화 시키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수많은 공격과 방어를 되풀이하지만 역사적 그리고 개인적 운명은 정해진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물론 이런 단순한 이야기를 시큰둥하게 하는 게 아니라 휘황찬란한 액션과 특수효과로 치장된 화면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결정론적 운명론도 맨 마지막에서야 깨닫도록 배치해 놓았다.

<터미네이터3>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건 최첨단 살인기계 T-X의 활약이었을 것이다. 이전 편에서도 아놀드의 터미네이터보다 그에 맞서 싸우는 터미네이터가 외형적으로도 훨씬 더 강력하고 지능적인 기계였기 때문에 좀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에 대한 관심은 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기계는 외관상 매혹적인 여성이지 않은가?

기계에 성별이 붙여진다는 건 성별에 따른 편견과 장단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아놀드의 터미네이터 T-850III가 남성적인 강력한 힘, 임무를 위한 맹목적인 추진력, 단단하고 육중하지만 경직된 남성성을 대변한다면, T-X는 유연하고 변형가능하며 적응력이 뛰어나고 미각(피를 맛보면 유전자검색까지 가능한)과 촉각(손에서 나오는 미세한 바늘로 모든 기계를 원하는 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이 아주 우수하고 아름다운 몸매와 외모를 갖춘 매혹적인 여성성의 상징이다.

동시에 T-X는 엄청난 힘과 자가복구능력, 민첩하고 날렵한 움직임과 자신에 내재된 가공할만한 무기들로 살인의 임무를 행하는 파괴적인 능력도 갖추고 있다. 객관적인 성능에 따르면 T-X가 T-850III을 이겨야겠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인간을 위해 일하는 후자가 승리한다.


세련된 도시여성 이미지

T-X는 파괴적이며 뇌쇄적인 측면에서 필름 느와르(범죄/스릴러 영화의 특정장르)의 팜프파탈(요부 또는 악녀)과 닮았다. 또한 팜프파탈의 이미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렬한 의상과 메이크업, 그리고 패셔너블하지만 인공적인 이미지도 동일하다. 아놀드의 터미네이터가 사막(자연) 한가운데서 등장하지만 T-X는 패품?소비의 첨단거리 로데오에서 등장한다.

그것도 화려한 쇼윈도우에서 멋진 의상을 걸친 마네킹들 사이에서 튀어나와 거리를 걷는다. 그녀가 과거(존의 현재)에 도착해 처음 하는 말은 렉서스 스포츠카를 보고 차가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차에 올라타면서 처음 출현했을 당시의 원시적인 이미지는 사라지고 세련된 도시여성의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긴 웨이브(아마 가슴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위해서 앞으로 내린듯한)의 머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는 깔끔한 스타일로, 그리고 타이트한 붉은 색 가죽재킷과 바지, 하이힐 그리고 세련된 스포츠카를 선택한 T-X는 기계적으로만 첨단이 아니라 패션과 스타일에서도 최첨단을 걷는다.

T-850III은 20 년전과 유사하게 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여전히 검은 가죽옷과 검정 선글라스를 고집하며 날렵한 스포츠카보다는 묵직한 트럭을 선호한다. 기계이기 때문에 감정이나 인간적인 고민이 없어야 하지만 인간의 목숨을 구하는 임무여서 그런지 그의 행동에는 감정적인 동요가 배어있다.

T-X가 T-850III의 프로그램을 조종해 이전까지의 임무에 상반되게 존과 케이트를 공격하게 만들자 기계인 터미네이터는 갈등하고 고민하듯이 차의 상판을 내리치다 스스로 전원장치를 끈다. 다시 전원이 들어왔을 때는 원래의 충직한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터미네이터3>은 기계세력을 대변하는 기계와 인간을 돕고있는 한 기계와의 싸움이다. 이전 편들에 비해서도 인간은 기계들의 행동에 동기부여를 할 뿐 인간의 육체적 활약은 미미하다.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그리고 앞서 얘기한 운명에 의해 아놀드의 터미네이터는 또다시 영웅이 된다.

마치 인간 남성이 아니라 기계이어야만 기존의 남성성을 유지하고 희생적인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시네마 단신
   


베트남 다낭에 한국영화관 개관

지난 9일 베트남 중부 중심지인 다낭 시에 베트남에서 두번째 한국영화관이 문을 열었다. 베트남 최대도시 호치민에서 지난해부터 3개관 432석 규모의 영화관 다이아몬드 시네마(DMC)를 운영중인 ㈜좋은친구들(대표 김태형)은 다낭에 3개 관 500석 규모의 극장을 열였다. 좋은친구들은 또 11월에 수도 하노이에 6개 관 1천 석 규모의 극장을 개관해 멀티 플렉스 체인을 구성할 계획을 밝혔다.


후쿠오카 영화제 그랑프리

김현석 감독의 (제작 명필름)이 지난 13일 막을 내린 제 17회 후쿠오카 아시아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후쿠오카 아시아 영화제에서는 이명세 감독의 <인정 사정 볼 것 업다>, 이재용 감독의 <정사>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 등이 그랑프리를 수상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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