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 개그펀치] 부자 되기가 그렇게 쉽나

서점가 베스트셀러 중에 빠지지 않는 게 있다면 역시 ‘부자되기’에 관계된 책일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 지금 노년 세대가 자식 교육을 위해서 먹을 것 안 먹어가며 그 고생을 감내한 것은, 자신은 비록 어렵게 살았지만 자식 만은 나중에 성공해서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많이 배웠다고만 부자가 되는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일류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을 한다 해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져 부자는커녕 목숨 부지하는 그날까지 식구들과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소박한 소망을 가질 뿐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그저 애들 뛰어 놀 마당이나 조금 있고 2층집이면 부자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젊은 세대가 들으면 동화책에 나오는 얘기냐고 반문할 것 같다.

지금 이 시대에 부자소리를 들으려면 40평대 이상의 아파트에 현금 자산이 10억 쯤은 있어야 한다는데, 일반 서민들에게는 정말 꿈같은 얘기다. 물론 제대로 부자 소리를 들으려면 100평 이상의 빌라에 20억~30억은 있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국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으로 재산을 증식했다. 한푼 두푼 생길 때마다 은행에 저축만 한 사람은 죽었다 깨나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게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금리가 떨어진 상황에서는 역시 ‘부동산이 최고’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굳어지는 상황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경제 위기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때 이제 부동산 거품이 완전히 꺼져서 부동산을 사서 재산을 증식하는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고 자신 있게 외치던 전문가들의 진단은 새빨간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부동산 대신 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깡통을 찬 경우도 많았지만 그래도 부동산밖에 없다며 땅이나 아파트에 투자한 사람들은 배 이상의 이익을 남기며 지금 여유 있게 이 불황을 즐기고 있다.

정치인이나 주요 공직자의 재산공개를 보면 엄청난 재산 보유에 다들 놀라곤 하는데 그들도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연예인 중에서도 남다른 재테크 수단을 발휘해서 부자 소리를 듣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 또한 땅을 사둔 게 신도시로 개발돼 부자가 됐다거나, 돈이 모자라 새 아파트는 못 사고 오래된 아파트 하나 사둔 게 재건축이 되서 많은 돈을 벌어 부자가 됐다는 ‘성공 신화’가 종종 들린다.

고인이 된 코미디의 황제 이주일 선생도 한창 잘 나갈 때 벌어들인 수입으로 부동산을 사둔 게 나중에 크게 올라서 많은 유산을 가족에게 남기었다고 한다. 연예인으로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나중에 인기가 없어졌을 때 그들 또한 가진 재산이 없으면 일반인 보다도 더 불행해 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연예인은 퇴직금이 없다. 오직 잘 나갈 때 잘 챙겨서 노후를 대비해야만 한다. 그래서 많은 연예인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 부동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몇몇 연예인들은 요즘 재테크 수단으로 한창 각광받고 있는 펜션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녹화 스케줄이 바쁜 연예인 A가 펜션 사업하기에 좋은 땅이 있다고 해서 본인이 직접 가서 확인도 못하고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았다고 한다.

연예인 A는 바닷가 바로 앞에 있고, 경관이 수려하다는 말만 믿고 사전답사도 하지 않은 채 투자 후에 들어올 수입만 생각하고 덜컹 계약을 했는데, 나중에 가서 눈으로 확인해 보니까 낮에는 내 땅인데 밤에는 내 땅이 아니더란다. 무슨 얘긴고하니, 낮에 썰물일 때는 물이 빠져서 땅이 보이는데 밤에 밀물일 때는 물이 들어와서 땅이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부자되기는 정말 어려운 노릇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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