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산책] 냉수마찰

후덥지근한 여름. 더위와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친 것 같다. 이 더위에 출근해서 일할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럴 때 아침에 10분만 일찍 일어나 냉수마찰을 해보면 어떨까. 특히 더운 여름철이 냉수마찰이나 건포마찰을 시작하기 좋은 때이다.

냉수마찰은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산책이나 체조 후에 하는 것이 더 좋다. 먼저 마른 수건이나 장갑을 물에 적셔 물기가 약간 남을 정도로 짜서 마찰을 하는데 양쪽 팔, 다리, 배, 등의 순서로 문지르고 심장부위는 가장 나중에 하도록 한다. 방향은 정맥피가 흐르는 방향 즉 심장 쪽으로 향해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렇게 마찰하면 피부가 벌개지면서 몸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물 온도를 조금씩 낮추면서 위 방법을 3~5번 되풀이한다. 그 다음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몸이 더워질 때까지 마른 수건이나 맨손으로 몸을 5~10분 정도 문지른 다음 옷을 입는다.

냉수마찰은 처음부터 아주 찬물로 하는 것 보다 처음에는 28~30℃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시작하여 차츰 온도를 낮추어 나중에는 16~18℃ 정도의 물로 하는 것이 좋다. 냉수마찰을 하지 않더라도 마른 수건만으로도 몸의 각 부위를 약간 뜨거운 느낌이 들 때까지 문지르면 피부를 단련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 온몸에 마찰을 못할 경우에는 최소한 세수할 때라도 뒷목까지 돌려가면서 씻도록 한다. 목과 어깨는 스트레스로 인해서 쉽게 굳고 피곤해지기 쉬우므로 자주 마찰해주어서 뭉친 것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냉수 마찰은 효과 면에서 보면 냉수에 의한 한냉 자극효과와 마찰에 의한 효과의 2가지가 있다. 차가운 자극을 주게 되면 피부는 체열 발산을 막기 위하여 피부혈관을 수축하고 근육의 긴장을 촉진시킨다. 수축한 혈관과 근육은 그 다음 과정인 마찰로 인해 피부의 지각신경이 흥분되고 혈관이 확장되어 피부의 혈액 순환, 림프 순환을 활발하게 한다.

이는 피부의 영양을 좋게 하고, 피부면의 노폐물을 제거하여 땀샘, 피지선의 기능을 높인다. 이것으로써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근육의 마찰은 혈액 순환도 좋게 해서 물질 대사를 왕성하게 한다. 또한 마찰을 하면서 전신 운동도 하게 되므로 이것도 효과적이다.

냉수와 마찰로 인한 자극의 반복은 특히 피부혈관의 수축과 확장의 반복을 촉진하므로 피부 혈관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한랭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도 피부는 폐(肺)와 관련을 짓고 있는데 폐는 천기(天氣)를 받아들여 호흡기능과 면역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차가운 자극 그 자체가 특히 추울 때 기분 좋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므로 냉수마찰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의지가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신체적 효과와 아울러 정신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냉수마찰은 간편한 건강법으로서 예로부터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노령자, 심장병 환자, 고혈압 환자, 병약자 등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열이 있거나 생리 중, 임신 중에는 피해야 한다. 또 냉수마찰 때 몸이 떨리거나 살갗이 심하게 달아오르면 멈추어야 한다.

냉수마찰이 좋다고 해서 여름철에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것도 피부 단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동의보감에 땀을 흘린 상태에서 찬물에 목욕을 하면 관절질환이 생기며, 더울 때 찬물에 세수를 하면 눈을 손상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차가운 온천욕도 7~8월경에 하는데 밤에 하면 좋지 않다고 하였다.

이러한 것 모두 건강에 좋다는 말만 듣고 갑자기 무리하게 시도하거나, 덥다고 찬 것을 과하게 하면 좋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여름철 가장 좋은 샤워법은 미온수로 피부와 몸 전체의 긴장을 이완시킨 후 찬물을 이용해 산뜻하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장수 노인들 중에 건강의 비결을 물으면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은 없고 입에 당기는 음식을 먹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그게 건강의 최고 비결이라고 하면서 매일 아침 냉수마찰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중국의 전 지도자였던 덩샤오핑도 93세까지 장수했는데 그만이 가지고 있었던 건강 비결 중에 ‘냉수마찰’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남들이 다 한다고, 또 어떤 유명 인사가 건강의 비결로 수십 년을 했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겠지만 특별히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후덥지근하고 짜증이 많이 나는 여름철에 피부단련, 몸 단련, 정신 단련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는 냉수마찰을 시작해보자.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