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노무현 비판'을 비판한다


■ 노무현 죽이기

강준만 지음/인물과 사상사 펴냄.

이제 웬만한 사람이면 ‘강준만’이라는 이름을 안다. 단 몇 번이라도 그의 글을 본 사람이면 그가 지독한 독설가임을 기억한다. 시쳇말로, 걸리면 약이 없다. 그의 칼끝에 찔린 대상은 불쾌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 정도이지만 심정적으로 그의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칼춤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95년에 그가 쓴‘김대중 죽이기’와 같은 맥락이다. 노무현을 죽이는 게 아니라 노무현을 죽이려는 대상들을 죽이려고 작정하고 나섰다. 그는 “‘노무현 죽이기’는 한나라당과 수구 신문들이 시작했지만 이게 성공을 거두자 극우에서부터 진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념적 스펙트럼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노무현 죽이기’는 세 종류다. 첫째, 악의에 의한 ‘노무현 죽이기’다. 수구 신문들의 ‘노무현 죽이기’가 이에 해당된다. 수구 신문들에는 물러나라는 말만 하지 않을 뿐 물러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갖기에 족할 정도로 노무현에 대한 악의적인 비판이 매일 실린다.

둘째, 부화뇌동에 의한 ‘노무현 죽이기’다. 노무현과 그 정권을 잘 모르면서 수구신문을 보고 갖게 된 생각을 자기생각인 양 글로 써대는 사람들이다. 셋째, 편협에 의한 ‘노무현 죽이기’다. 개혁ㆍ진보 진영의 ‘노무현 죽이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사안을 총체적으로 보지 않는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 하나에서 노무현이 어긋나면 그걸로 끝이다. 영원한 아웃사이더 의식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전혀 하지 않으려는 습속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은 그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노무현을 옹호한 것에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으로 써왔다는 조각글의 모음이다. 그러나 그는 책의 머리말을 맺으면서 “앞으로 노무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게 중심이 비판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성욱 기자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