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관련서 '대한민국 0.1%' 펴낸 한의사 황치혁

시험도사 황도사를 아십니까

입시 관련서 '대한민국 0.1%' 펴낸 한의사 황치혁

‘황&리 경희한의원’황치혁(42) 원장은 명함이 두 개다. 지갑 한쪽에는 한의사 명함이, 다른 쪽에는 ‘입시 컨설턴트’ 명함이 들어 있다. 둘 모두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인데, 시비 걸 마음으로 꼼꼼히 따져봐도 그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

황 원장은 경희대 한의대에서 6년을 공부했다. 그것도 모자라 방학 때면 재야의 한의학 고수들을 찾아가 사사했다. 한의사 준비는 제대로 한 셈이다. 푸근한 인상에 사람 좋은 웃음까지, 생긴 모습도 영락없는 한의사다.

그러나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에서 그는 ‘입시 매니저’로 이름이 더 높다. ‘족집게 강사’ ‘만점 강사’에서 ‘수능 컨설턴트’까지 그의 이름 앞에 붙어 있는 수식어는 죄다 대학 입시와 관련돼 있다. 물론 이 또한 거저 이뤄진 게 아니다. 그는 학력고사를 두 번, 수능을 두 번 봤다.

그리고 두 번의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무려 10년 여 동안 과외 교사를 했다. 강남에서도 수능을 직접 치러 본 과외 교사는 그리 흔치 않다. 시쳇말로 그는 ‘시험 도사’다.


괴외교사 10년의 노하우

번거롭더라도 잠깐만 그의 이력을 더듬어 보자. 그는 1982년 서울대 외교학과에 들어갔다. 재수를 했으니 학력고사를 두 번 치른 셈. 입학 당시 가졌던 외교관의 꿈은 졸업 즈음에는 벌써 저만치 떠나보냈다. 여느 386세대처럼 그 또한 힘겹게 대학 시절을 견뎠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기자였다.

중앙 일간지에서 취재 현장을 바쁘게 오간 지 5년 남짓 지난 94년, 그는 갑작스레 기자 생활을 접었다. 건강 체질이 아니었든 탓에 격무를 견디기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사 이후 녹즙기 판매 사업에 뛰어든 것은 어찌보면 적절한 선택이었다. 그러면서 틈틈이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인체의 자가 면역 기능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그는 한의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었다. 96년 그는 모 지방대 한의대에 합격했지만 입학을 포기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97년 경희대 한의대에 들어갔다. 결코 원치 않았지만 어쨌든 수능을 두 번 봤다.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그는 한의대를 다니는 내내 과외교사를 했다.

‘명문대를 나온 기자 출신 한의대생’이라는 경력에다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는 남다른 교습 방법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는 유명 과외 강사 대열에 쉽게 낄 수 있었다.


수험생 컨설팅과 한의학 접목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그는 한의원을 열었다. 그런 뒤 수험생 컨설팅을 한의학과 접목시켰다. 수험생 클리닉을 따로 마련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건강은 물론 입시생활 전반에 대한 컨설팅하기 시작했다. 이미 ‘수능 막판 뒤집기’, ‘수험생 어머니들이여, 프로 매니저가 되라’ 등 두 권의 입시 관련서를 내 몸을 푼 그가 이번에는 학습방법론을 다룬 ‘대한민국 0.1%’를 펴냈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책은 벌써부터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학습법에 관해서는 이미 수없이 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이 책을 쓴 까닭은 무엇일까. 황 원장은 “개인이 공부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주관을 가진 성인이라면 ‘자기에게 맞는 공부법을 택하라’는 게 가장 적절한 조언이다. 그러나 공부하느라, 혹은 학습법 서적을 읽느라 지친 학생들에게는 이런 조언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 D-100일(27일)과 여름방학을 맞아 수험생들이 막판 뒤집기를 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분명 이 책에는 ‘시험 도사’가 찾아낸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학습법이 담겨 있다는 뜻인데…. 수능 0.1%, 즉 입시전쟁에서 이긴 승자들의 공통적인 노하우를 익히는 것, 그것이 바로 비법이다. 황 원장은 “수능 상위득점자들의 공부 방법을 철저히 분석, 毬だ?흐름을 만들고, 그 가운데 적용 가능한 것을 카테고리로 묶어 독자 스스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상위 학생 100명, 그들만의 공부법은 뭔가
   

이 책은 제목처럼 수능 상위 0.1%, 즉 수석을 포함해 대한민국 최상위 학생 100명의 수험생활을 꼼꼼히 살펴본 책이다. 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실시, '그들만의 공부법'을 관통하는 몇 가지 진실들을 추렸다. 최상위권 학생들에게서 최상의 성과를 내게 한 비결의 공통분모를 찾아낸 것.

특히 이들과 보통 고등학생 100명을 비교, '아주 사소한 차이들이 극과 극을 만들어 낸다'는 평범한 진리를 증명했다.

이 책은 0.1%가 잘났음을 보여주려고 쓴 게 아니다. 누구나, 조금만 애를 쓰면 0.1%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0.1%가 되려고 굳게 마음먹은 이들의 손을 잡아주기 위한 것이다. 0.1%의 공부법을 다시 보통 학생들의 눈높이로 풀어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나와는 상관없는 잘난 학생들의 공부법이라고 제쳐 둘지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장마다 말미에는 손수 정리한 매뉴얼을 넣어 두었다.

전체 5개장 가운데 1장 '100인의 X 파일'은 통계 그래프와 분석 자료가 담겨 있다. 수능 0.1%의 학습 태도, 공부 시간 등을 보통 학생들과 비교하면서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2장 '전략 인프라'에서는 수능 0.1%의 공부에 관한 노하우를 들려준다. 3장은 '시간 전략'으로 계획표 짜기, 수업시간, 잠자는 시간, 슬럼프 탈출 등에 관한 이야기들. 4장 '일반 학습 전략'은 교재별 공략법, 수업 공략법, 수능 체크 포인트 등을 담고 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언어 수리 영어 사탐 과탐 논술 등 영역별 학습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다음은 이 책의 주요 내용.

수능 0.1%의 경우 91%가 시간 계획을 짰다. 그리고 58%가 이를 실천했다. 반면 보통 학생은 계획을 짜고 실천한 사람이 11% 밖에 안 된다.

61%가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했다. 한 수능 0.1%의 사례. *아침 저녁 식사시간=영어듣기 테이프 반복해서 듣는다.

*등ㆍ하교 시간= 영어 단어장 외우기.

*화장실 가는 시간= 화장실에 논술 배경 자료 참고서를 두고 지문 1개씩 읽기. *세수하는 시간=거울을 쳐다보며 1년 뒤 자기 모습 그려보기.

*점심 시간= 빨리 밥을 먹고, 집에서 가져온 신문을 칼럼 위주로 읽어 본 뒤 엎드려 잔다. *종례를 기다리는 시간=그날의 가장 어려운 수학문제 하나를 다시 풀어 본다.

수능 0.1%도 처음부터 만점을 받은 게 아니다. 79%가 오답 노트를 작성했다. 틀린 문제를 다시 보며 왜 틀렸는지, 어떻게 하면 다음에는 제대로 풀 수 있는지 연구했다.

서브 노트란 중요한 개념이나 공식 등을 정리한 자신만의 노트다. 수능 0.1%의 과반수는 자기만의 서브 노트를 만들어 공부했다. 교과서나 참고서에서도 중요한 내용들을 짚어주지만 서브 노트를 만들면서 중요한 것들을 뽑아내 정리하다 보면 공부의 효과가 훨씬 높다.

최성욱 기자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