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디성형 유행, 10~20분 시술 "감쪽 같아요"

여성들이여 콧대를 높여라?!

쁘디성형 유행, 10~20분 시술 "감쪽 같아요"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김모(29)씨는 며칠 전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 성형외과에서 코를 높였다. 낮은 콧대가 항상 불만이었던 차에 ‘수술하지 않고도 코를 높일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정말 누워서 주사만 몇 대 맞고 나니 놀랍게도 콧대가 올라갔다.

마치 피노키오의 코가 갑자기 길어지듯이 콧대가 스르르 올라오는 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코가 높아진 것 말고는 별다른 표시가 나지 않아 아무 일 없던 듯 바로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모(36ㆍ주부)씨는 남편의 출장 기간에 턱 성형을 받았다. 예쁘장한 얼굴에 처녀 뺨치는 날씬한 몸매로 어디서나 시선을 받아온 그녀는 ‘얼굴 선만 조금 더 갸름하면 완벽할 텐데’라는 심정에, 모 탤런트가 보톡스로 턱을 갸름하게 만들었다는 얘길 듣고 성형을 결심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어딘가 달라보인다”는 반응을 보였을 때 그녀는 내심 미소 지었다. 칼을 대는 안면윤곽술처럼 확 티가 나지 않아, 성형에 대한 남편의 핀잔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티 안나는 가벼운 성형

불황의 그늘이 짙은 탓인지 ‘칼을 댄 티 안 나는 가벼운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 일명 ‘쁘티 성형’이다. 우장호 성형외과 원장은 “최근 들어 쁘띠 성형을 받으러 찾아오는 환자가 크게 늘었다”며 “경기 침체로 성형수술은 줄고,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 티가 안나는 가벼운 성형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쁘띠(petit)’는 프랑스어로 ‘작은’ ‘귀여운’이란 뜻을 가졌다. 쁘띠 성형은 말 그대로 가볍게 하는 성형수술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겉에서 봤을 때 ‘티 안 나는’ 성형수술을 통칭한다.

아름다운 나라 김진영 원장은 “칼을 사용하지 않고 주사나 실만을 사용하여 단 시간에 시술하는 것이 쁘띠 성형의 특징”이라며 “비수술적 방법으로 성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 일본에서 열풍이 불기 시작해, 연예인과 강남 여성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중이다.

쁘띠 성형의 대표적인 방법은 주사를 이용한 보톡스ㆍ펠레인ㆍ레스틸렌 등이다. 보톡스는 눈가의 주름 개선 방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각턱을 교정하거나 종아리의 근육을 줄일 때도 사용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몸에 흡수돼 반영구적이지 않다. 턱에 주사하는 보톡스는 대개 2년 여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시술로 얼굴 크기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진 부분을 매끄럽게 만들어 작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턱에 주사하는 경우 시술 회수에 따라 비용차가 나는데, 대략 60~80만원 선(서울 강남 기준)이다.

수술 없이 콧대를 높일 수 있는 펠레인은 20대 여성들 사이에 인기다. 콧등에 펠레인을 주사하여 모양을 잡아주면 시술 직후에 바로 자연스러운 높이로 콧대가 선다. 마취테이프를 붙여 마취한 후 시술 받기 때문에 통증이 거의 없다. 칼을 대지 않아, 흉터나 붓기도 남지 않는다.

시술 후 바로 화장이 가능하고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지만, 2~3일간 안경 착용은 금물. 보톡스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몸에 흡수된다. 인체에 해가 없는 물질이므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나 대략 6개월 정도 지속된다. 시술 비용은 주사량에 따라 달라진다. 대개 50~60만원 선.

입술 성형으로는 레스틸렌이 유행을 타고 있다. ‘입술이 너무 얇으면 인덕이 없어 보인다’는 인식 때문에 입술의 두께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섹시’가 ‘미’의 최대 코드로 받아들여지는 요즘은 ‘통통하고 볼륨 있는 입술’이 인기다. 레스틸렌은 원래 주름을 교정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식인데, 효과는 역시 일시적이다. 약 1년 여에 걸쳐 서서히 흡수된다. 시술 후 약간 붓기가 있고 멍이 생길 수 있지만,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 비용은 100만원 정도.

흉터가 남지 않고 10분이면 시술이 끝나는 것도 쁘띠 성형의 가장 큰 장점. 그러나 임신부나 수유 중인 여성, 알부민 등 약물에 이상 증세를 보이는 여성, 신경 근육계에 이상이 있는 여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하다.

주사법은 아니지만, 요즘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또 다른 쁘띠 성형은 싸또식 쌍꺼풀. 자연스러울 만한 높이의 쌍꺼풀 라인을 잡아, 바늘 구멍만한 미세한 구멍을 낸 후 실로 묶는 것이다. 국소 마취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붓기나 멍이 적다. 시술 소요 시간도 20분 정도. 그러나 지방이 너무 많은 눈에는 적합하지 않다. 비용은 100~120만원 선.


성형외과 의사들은 “시술 후 성형한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 게 쁘띠 성형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는다. 동경성형외과 최승제 원장은 “성형으로 얼굴이 지나치게 달라졌을 경우 주변의 시선과 입방아가 부담스러운 직장여성과 여대생들에게 특히 인기를 끄는 게 쁘띠 성형”이라고 말했다.

멍이나 붓기의 정도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바로 얼굴을 씻거나 화장을 할 수 있을 만큼 일상 생활 복귀가 빠르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가 없는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쁘띠 성형을 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 불고 있는 쁘띠 성형 열풍은 달라진 ‘성형 트렌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즘 “쌍꺼풀 크게 만들어 달라”거나 “코를 뽀족하고 날렵하게 만들어 달라”는 여성은 유행에 뒤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기 쉽다. 속 쌍꺼풀처럼 자연스런 느낌을 주거나, 티 안 나게 코를 높이는 것이 대세다. 따라서 가볍고 티 안나는 쁘띠 시술이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러나 쁘띠 성형 역시 시술이어서 소요시간이나 방법만 다를 뿐, 성형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또 효과 지속기간이 짧아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시술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김 원장은 “단기간에 성형의 효과가 필요한 때에는 쁘띠 성형이 크게 유용하나 장기적으로는 칼을 댈 수 밖에 없다”며 “성형의 효과나 지속 기간 등에 관해 수술 전에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배현정 기자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