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만남이 기다려지는 문화공간

[맛집 멋집] 사간동 편도나무

즐거운 만남이 기다려지는 문화공간

몇 주 전에 홍콩에서 친구가 찾아왔다. 영국에서 알게 된 홍콩 국적의 그 친구와는 3년 만에 만나는 감격스러운 상봉이었다. 혹시 못 알아볼까 내심 걱정이 됐는데 그 친구 얼굴이 보이는 순간 “아~!”하며 알아 볼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떨어져 있었지만 예전에 순진했던 얼굴 그대로였다.

서울로 오는 패키지 투어에 참가한 그 친구는 하루종일 짜여진 일정대로 쫓아 다녀야 해서 한밤중에나 만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에 만난 그 친구를 데리고 어딘가 한국적이면서도 외국인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곳을 고민하다가 사간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간동, 삼청동은 북촌이라는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우리의 옛 것과 서양 문화가 잘 섞여 어우러지는 독특한 지역이다.

사간동 입구에 자리한, 갤러리와 카페를 겸하는 집 ‘편도나무’에 들어서니 친구가 너무 좋아한다. 전통 한옥에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미고 카페와 갤러리가 함께 있는 공간이라니. 호들갑스럽게 예쁘다고 칭찬하는 친구를 보며 괜히 뿌듯해진다.

ㄷ자 형 한옥에 나머지 한 면은 단순한 현대식 건물이 붙어 있고, 가운데는 뻥 뚫려 하늘이 올려다 보인다. 비가 오면 그대로 마당으로 쏟아져 내리고, 맑은 날엔 햇살이, 밤에는 까만 하늘이 묻어난다.

한옥의 안채는 갤러리다. 주인 성효경씨의 오빠인 성남훈씨의 다큐 사진전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공간으로 쓰인다. 지금은 김중만씨의 사진전 ‘삶의 십자가, 그리고 풍경’이 열리고 있다. 광고나 연예인을 위주로 작업하던 그 동안의 사진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전시다. 몇 년 전 아프리카에서 촬영해 온 것들이라는데 하루의 풍경이 담긴 하늘과 바다 사진이 은근히 마음을 두드린다.

‘편도나무’는 전시를 보러 왔다가 차 한 잔 하고, 식사를 하러 왔다가 작품을 둘러보는 식이다. 갤러리 위주다 보니 테이블은 몇 개 안 된다. 식사도 단 두 가지 볶음밥과 불고기 정식이 전부다. 그나마도 점심ㆍ저녁식사 시간에만 주문할 수 있다. 고향 진안에 계신 어머니가 직접 해서 올려보냈다는 밑반찬들이 맛깔스럽다. 구수하고 짭조름한 콩잎은 일반 식당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반찬이다. 잘 익은 돌김치는 담은 사람의 음식 솜씨가 여간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

금방 볶아내 신선한 향이 살아있는 커피를 후식으로 내 오는데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다양하게 구비해 놓은 와인 리스트는 굳이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눈길을 끈다. 와인은 성효경씨가 파리에서 전시기획을 공부하던 시절에 같이 배운 것이다. 제대로 된 와인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식사를 하면서, 혹은 밤시간에 그의 추천을 받아 오묘한 와인의 세계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우리네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중에 ‘사람’만한 것이 없다. 사람들끼리 얽히고 설켜 살아가는 것이 삶이고, 사람을 떠나 살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사람 때문에 피곤하고, 사람 때문에 행복하다. 우연하게도 편도나무에서 좋은 만남을 여러 번 가졌다. 카페 주인이자 갤러리 전시 기획자인 성효경씨도 그런 만남 가운데 하나로 꼽아도 좋겠다.

즐거운 수다장이. 그에게 붙여주고픈 별명이다.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편안한 문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아직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인다. 편도나무를 찾을 때마다 사람살이의 따스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 메뉴 : 볶음밥 정식 9,000원(점심만 가능), 불고기 정식 9,000원(저녁에는 12,000원), 디너세트(불고기정식+샐러드+커피+하우스와인) 25,000원. 이밖에 몇 가지 안주류, 다국적의 와인, 맥주 등이 있다. 02-3210-0016


▲ 찾아가기 : 사간동 갤러리가 시작되는 난 스튜디오 오른쪽 옆으로 난 작은 골목길로 접어든다. 골목길 왼편 첫째 집이 편도나무.

글 김숙현 자유기고가


글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