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산책] 검은색 음식의 효능

올 여름 ‘매트릭스 2 리로리드’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비디오게임, 애니 매트릭스 등도 붐이 일면서 그 영화의 주인공인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 등이 입고 나온 발목까지 내려오는 중국풍의 검은 코트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미 4년 전에 ‘매트릭스’ 1편에서 선보인 검은 색 의상과 선글라스가 대대적인 유행이었고 패션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은 아니겠지만 요즘 부쩍 검은 콩, 깨 등을 넣은 우유, 두유 등이 유행이다.

보통 검은 색은 죽음, 슬픔, 지하세계 등을 상징하는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같지 않다. 힌두교에서는 검은 색을 시간의 의미로 보고 이집트인들은 부활의 색깔, 지혜의 색깔로 본다. 유명하다는 패션쇼에서나 멋쟁이들이 검은 옷을 잘 입는 것을 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 같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색깔을 오행에 배속하여 각각 오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본다. 그 중에 검은 색은 신장과 관련이 있는데, 신장은 노폐물을 걸러내고 배출하는 장기일 뿐만 아니라 인체의 근본인 정기(精氣)를 생성ㆍ간직하고 있다.

신장과 연관되는 인체 조직은 뼈, 골수, 허리, 귀, 모발 등인데 신장기능이 좋으면 이들도 건강해지게 된다. 총체적으로 신장기운이 강하면 성기능이 향상되고 면역력이 강해지게 되는 것이다. 동기상구(同氣相求-서로 같은 기운끼리 모인다)라는 말이 있듯 검은 색의 음식을 먹게되면 신장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

검은 참깨는 간과 신장을 보하고 오장을 윤활하게 한다. 기혈을 보익하고 근육을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하므로 어지러울 때나 저림, 변비 등에 좋고, 병을 앓고 난 후 허약할 때, 머리카락이 너무 일찍 하얗게 쇠는 증상에 좋은 음식이다. 청력과 시력을 좋게 하고 어른들의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어린이에게는 키를 크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오랫동안 먹으면 몸이 가벼워져 노화를 예방한다고 한다.

검은 참깨로 쑨 지마죽은 병으로 인해 약해진 몸을 회복시키고, 정력을 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아기를 낳은 산모로 하여금 젖을 많이 나오게 한다.

검은 콩은 옛부터 해독제로 이름이 높아서 소위 독극물을 잘못 먹고 중독증상을 일으켰을 때에 콩이나 콩깍지를 달여서 먹이면 해독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여기에다 감초를 배합해서 달여 먹이면 그 효과가 더 현저한데 감초의 ‘감’자와 콩의 ‘두’자를 모아 감두탕(甘豆湯)이라는 처방이름이 생길 정도로 해독기능이 탁월하다. 혈액을 잘 순환하게 하고 신장으로 들어가 소변이 잘 나오게 하며 풍을 제거해 근육이 오그라드는 것을 치료한다.

고서에 보면 검은 콩에 약간의 소금을 넣고 삶아서 늘 먹으면 콩팥 기능을 보강하는데 좋을 뿐만 아니라 부종을 제거시킨다고 한다. 또한 해산한 부인이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생할 때는 감초를 넣고 끓여서 복용하면 체내에 뭉쳐있는 열기를 배설시키고 각기 증상도 해소된다고 한다.

검은 쌀은 비위를 튼튼하게 하여 소화를 돕고, 신장기능을 자양시킨다. 그래서 빈혈, 백발 예방 및 치료, 눈병, 다뇨증, 변비증, 심혈관 등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흑미를 매일 상식하면 면역기능을 강화시켜 노쇠방지, 질병예방, 여성의 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

특히 임산부가 잘 일으키기 쉬운 빈혈 등에 특효가 있으며, 어린아이 골격형성에 아주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이유기에도 이유식으로 흑미를 어린아이에게 섭취시키면 건강하게 자라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염소도 흑염소를 찾듯이, 삼계탕에 영계 대신으로 넣어 먹는 오골계도 보양제로 사용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복통을 제거하며, 임신 중 태기 안정이나 산후 허약함을 다스린다. 어린이의 소화기능 저하나 설사, 이질 후 보양식으로 좋다.

옛날에는 임금이 아니면 먹을 수가 없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쉽게 먹을 수 있으니 실제로 요즘 사람들은 모자란 것 보다 과한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이 말을 거듭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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