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굿모닝케이트' 연루인사에 철퇴, 정·관계 등 줄소환·줄구속 예상

檢 칼춤에 무사할 자 누구냐

검찰 '굿모닝케이트' 연루인사에 철퇴, 정·관계 등 줄소환·줄구속 예상

검찰의 ‘칼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굿모닝시티 사건과 관련,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사실상 방탄국회를 통한 장기적인 방어체제를 갖추자, 검찰은 정 대표 이외에 용의선상에 올라있는 각계 인사들에 대한 무차별 조준사격에 나섰다. 검찰이 조준하는 과녁에는 지위고하는 물론, 뇌물 금액의 크기와도 상관없고 아군(我軍)이라도 ‘(범법 사실이) 나오면 친다’라는 초강경 입장이 담겨 있다.

그 첫 제물은 탁병오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탁 전 실장은 지난해 서울시 정무부시장 재직시 굿모닝 측으로부터 금품로비를 받고 관련 건축계획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다. 또 김영렬 전 서울경제신문 사장 부부를 소환해 이중 부인 윤모씨도 구속했다.

이와함께 윤창열 굿모닝시티 대표의 도피를 도와준 혐의(뇌물 및 범인도피)로 서울지검 계장(7급) 전모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는 사건에 현직 총리 비서실장을 전격 체포한 뒤 구속하고, 같은 식구인 검찰 직원에 대한 영장 청구도 신속히 이뤄진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로 인해 검찰 수사가 정ㆍ관계는 물론 수사당사자인 검ㆍ경찰로 확대될 가능성마저 높아졌다. 검찰의 무차별 철퇴공세가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차관급 1,000만원 수수도 긴급체포대상

탁 전 실장의 뇌물수수 금액은 1,000만원선. 차관급인 서울시 부시장에 대한 로비성 뇌물로는 금액이 너무 작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보통 고위관료라면 적어도 2,000만원 정도는 넘어야 구속 수사한 게 관행이고, 뇌물성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1,000만원이라면 강남의 A급 룸살롱을 3~4회 정도 다녀갈 수 있는 금액. 윤창열씨가 그렇게 큰 공사를 진행하면서 건축허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서울시 부시장에게 겨우(?) 1,000만원을 뇌물로 주었다는 게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윤씨가 탁 전 실장 등 지인들과 함께 고급 술집에서 1~2차례 술자리를 함께 한 것을 검찰이 무리하게 대가성 있는 뇌물로 연결지은 것 아니냐는 억측마저 불러일으킨다.

일각에서는 “혹시 금액을 일부로 줄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최근 검찰의 독 오른 분위기를 감안하면 현실성이 낮다. “단돈 10만원이라도 대가성이 입증되면 무조건 친다”는 검찰의 강경한 의지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탁 전 실장이 지난해 4월 친분이 있는 이모씨와 굿모닝시티 관계자 등 3명을 서울시청 정무부시장실에서 만나 굿모닝시티가 건축 계획 심의를 통과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은 혐의라고 밝혔다. 굿모닝시티가 지난해 초 네 차례에 걸쳐 서울시에 낸 건축 계획 심의가 모두 반려됐지만 탁씨에게 돈을 건네고 청탁을 한 뒤인 지난해 6월에 낸 심의는 통과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결국 “굿모닝시티가 지난해 6월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면 사전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의 대규모 해약 사태로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탁씨가 사실상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의 시작 버튼을 누른 것으로 볼 수 있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했다”고 검찰관계자는 밝혔다.

뇌물 액수의 크기보다는 죄질이 무겁다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이야기다. 또 신광옥 전 법무차관이 2,000여만원의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전례도 작용했다.

검찰은 또 탁 전 실장의 뇌물 수수 당시 또 다른 정ㆍ관계 고위직 인사가 연루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법원은 탁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영장 기재 범죄 내용에는 제2, 제3의 정ㆍ관계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로비내역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2001년 말 굿모닝시티가 H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대출받도록 알선해 주고 윤씨로부터 사례금조로 4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영렬 전 서울경제신문 사장의 부인 윤모씨도 구속했다.


정ㆍ관ㆍ금융ㆍ수사기관 등 네방향 수사

탁 전 실장 및 윤모씨 등의 구속으로 다소 주춤했던 검찰수사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현직 검찰직원(7급)인 전모씨의 영장 청구도 검찰 수사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전씨의 혐의는 일단 두 가지다. 지난해 굿모닝시티 로비스트로부터 굿모닝시티와 관련된 폭력 및 윤씨의 횡령 혐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윤씨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주는 등의 대가로 1,0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하나이고, 본격수사가 시작된 6월19일부터 윤씨가 검찰에 붙잡힌 6월 29일까지 검찰수사 일정을 알려줘 도피를 도와준 혐의도 받고 있다.

따라서 검찰수사는 이제 정대철 민주당 대표를 정점으로 한 정치권 로비의혹과 탁 전 실장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중구청 로비, 윤모씨 등을 앞세운 금융기관 대출로비 의혹, 전모씨 관련 수사기관의 연루의혹 등 크게 네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정 대표 부분을 일단 제외하더라도 굿모닝시티 투자자중 얼굴 없는 실 소유자 100여명 중 상당수가 친ㆍ인척 명의로 헐값이나 공짜로 특혜 분양받은 전ㆍ현직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이라는 첩보를 접하고 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탁 비서실장 외에 또 다른 시 고위간부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탁 전 실장이 서울시 해당부서에 압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윤씨가 시 고위간부 2~3명에게 로비를 벌였는지 여부를 캐고 있다. 여기서 일부인사에 대해서는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있어 조만간 서울시 공무원들의 줄 소환과 형사처벌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특히 구속된 전모씨가 서울지검 특수2부의 수사상황을 윤씨에게 알려준 점을 주목, 현 수사팀에 다른 내부공모자가 있는지 조사중이다. 이미 관련 일부 검사의 이름도 흘러 나오고 있다. 또 굿모닝시티 부사장 이모씨를 구속하면서 이씨가 경찰 등 수사기관를 상대로 한 금품 로비 내역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굿모닝게이트에 연루된 검찰직원이나 금품을 받은 경찰간부의 실체가 드러나면 모두 구속한다는 엄중한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굿모닝시티와 관련, 정ㆍ관ㆍ금융ㆍ수사기관 등의 네 방향 검찰 수사가 이제 막 본 궤도에 진입하는 것 같다.

염영남기자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