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등으로 저인망식 추적작전, 주민들 제보도 큰 몫

후세인은 미군 손바닥 위에?

인공위성 등으로 저인망식 추적작전, 주민들 제보도 큰 몫

미군에 의해 축출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 4월 초 바그다드가 함락된 후 4개월 동안 이라크 내에서 은신처를 옮겨가면서 도주해온 후세인의 사살 또는 체포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후세인이 체포되거나 사살될 경우 이라크의 안정과 미국 및 영국 등 연합국에 미칠 영향은 엄청나다. 그의 행적을 쫓는 미군의 움직임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라크 전쟁 개시 4개월 여 만에 후세인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로 다시 부각하는 셈이다.

지난달 말 이라크를 방문 중이던 리처드 마이어스 미국 합참의장은 “그의 체포는 시간문제”라고 호언 장담했다. 그는 “후세인은 자신의 안전에 대한 걱정 때문에 전 정권의 핵심인물, 바트당원들에게 연락할 염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현 처지가 자신을 돌보기에 급급해 정권의 부활은 꿈도 못 꾼다는 것이다.

그의 호언은 최근 미군의 눈부신 성과를 보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후세인의 두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를 사살한 이래 미군은 후세인의 색출 반경을 크게 좁혔다. 미군은 후세인인 고향인 티크리트시 주변과 티그리스 강 유역에서 은신 중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라크 전역에서 이라크 중북부지역으로 포위망을 크게 좁힌 것이다.


후세인 꼬리 반은 밟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군은 우다이 형제 살해 후 티크리트에서 후세인의 핵심 경호원 10명을 체포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후세인의 평생 경호원 압둘라 알 무슬리트를 체포하는 개가를 올렸다. 후세인을 밀착 경호하는 핵심 인물들까지 검거함에 따라 대체적으로 ‘후세인도 싫고 미군도 싫다’는 입장을 밝혀온 이라크 주민들마저도 후세인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미군의 눈부신 성과는 언론에 공개된 지난달 27일 티크리트 작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라크 주둔 미 4사단은 이날 새벽 마지막 남은 야음을 틈타 티크리트 변두리 농가 5곳을 급습했다. 후세인의 경호책임자가 그곳에 은신 중이고 어쩌면 후세인도 함께 있을 것이라는 첩보에 따른 작전이었다.

이날 소득은 없었지만 바로 다음날 미군이 티크리트에서 평생경호원 무슬리트를 체포한 점으로 미뤄 미군이 매우 정확한 제 보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사실로 확증됐다. 급습 후 현지 주민들은 미국의 작전 직전까지 경호책임자가 있었다고 전했고, 미군은 후세인 체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농가에서 DNA 샘플을 채취했다.

미군은 후세인이 떠난 시각과 기습 시간과의 시차가 24시간 이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군 관계자는 “후세인은 한곳에 은신하지 못한 채 티그리스 강 유역과 티크리트 주변에서 2~4시간마다 장소를 옮기면서 도주 중”이라며 “우리는 후세인에게 매우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식적인 시차는 24시간 이내이지만 우리는 2~4시간에 불과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후세인을 놓쳤다는 얘기이다. 이 같은 후세인 체포작전은 지난달 말 이후 매일 3~4차례식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미국의 종전 선언 이후 3개월이 지난 지금 왜 미군의 후세인 생포작전이 급진전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라크 주민의 제보급증, ‘디지털 사단’이라 불리는 첨단 부대 4사단의 위력, 이라크 게릴라의 활약 등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마이어스 의장은 “후세인의 거처를 알리는 이라크 주민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이 7월초 후세인의 현상금을 2,500만달러(300억원)로 올리자 벼락부자의 꿈을 꾸고 있는 주민들이 제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각각 1,500만 달러(180억원)의 현상금이 걸린 우다이 형제들의 사살도 현지 주민의 제보에 따른 것이었다. 우다이 형제를 제보한 이라크인은 사살 후 2주가 안돼 3,000만달러를 챙겼다.

인공위성, 무인 정찰기 등 첨단 정찰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는 미 4사단의 위력도 대단하다. 미 4사단은 후세인이 사용했던 대통령궁에 후세인 추적을 위한 첨단 장비를 설치, 이라크 상공을 손바닥처럼 보고 있다. 4사단 정보장교인 테드 마틴 중??“상공에서는 정찰 위성이 지상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 중이며, 정찰기들은 열 추적장치로 후세인의 은신처가 될 만한 곳을 저인망식으로 훑고 있다”고 말했다.


생포보다는 사살 방침 세운 듯

하지만 이라크 게릴라들의 활약에 따라 미군의 희생이 커지고 게릴라전이 제3의 이라크전으로 비화할 수 도 있다는 미군의 초조감이 후세인 검거 작전을 급진전시키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지난 5월 1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사실상의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한 이래 미군은 게릴라전으로 50여명을 잃어 이라크전 미군 사망자는 1991년 걸프전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이로 인해 미군은 공식적으로 “현재 이라크에서 저강도 게릴라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뼈아픈 고백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게릴라전은 과거 이라크 특수공화국수비대원과 열성 바트당원 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수행되고 있어, 미군은 이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서는 후세인의 검거가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후세인 검거 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초미의 관심사는 미국이 후세인을 생포할 것이냐 아니면 사살할 것이냐로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진심은 생포보다는 사살인 듯 하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후세인이 미군 병사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곱게 붙잡힌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미군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살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장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있는 후세인이 총알 한방 쏘지 않고 잡힐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감안한다면 미군의 검거 지침은 사살인 것이다. 미 행정부내 가장 직설적이라고 소문난 인물이 아미티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더욱 그렇다. 물론 생포가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제레미 그린스톡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이라크의 안정을 위해서는 후세인을 생포해 법정에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전혀 공감을 얻고 있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미국이 사살 방침으로 기운 것은 생포 후 복잡한 처리 과정 때문이다. 미국은 후세인 생포시 후세인을 국제 전범 재판소 등에 넘기기 보다는 이라크 법률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국제 전범재판소로 넘길 경우 최고형이 무기징역이기 때문이고, 절차도 매우 번거롭다.

파나마 독재자 노리에가처럼 미국의 법정에 세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미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후세인을 이라크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미국의 골치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후세인이 수감된 감옥 부근에 이라크 주민의 시위가 발생할 것은 물론 게릴라들의 저항도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높다.

미국의 입장은 우다이 형제 사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미군은 헬기와 미사일을 동원하는 강도 높은 검거작전을 펼쳐 그들의 시체를 공개했다. 미군은 우다이 형제가 사살됐던 모술의 저택을 사건 직후 불도저로 완전히 밀어버리기까지 했다.


"순순히 걸려들지 않을 것" 관측도

한편 일부에서는 미군의 호언장담대로 후세인이 호락호락하게 잡힐 것 같지 않다는 조심스런 반응도 보이고 있다. 아들들의 사살 직후 후세인은 놀랍게도 이들을 순교자로 칭송하는 메시지를 이라크 국민들에게 전했다. 이 메시지는 종전 후 후세인의 5번째 육성 메시지이다.

일부 외신들은 “미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한 후 유유히 바그다드를 돌아다니기도 한 후세인이 미군의 뜻대로 순순히 꼬리를 밟힐지는 미지수”라는 회의섞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

국제부 이영섭기자


국제부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