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트러블 샷

너무도 아까운 준우승이었다. 어렵게 동타를 만들어 공동 1위까지 오른 노력을 마지막 18번홀에서 한번의 실수로 내주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번을 계기로 스스로를 더욱 강하게 다질 것이라는 박세리의 말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번 브리티시오픈에서 가장 눈에 뛰게 보였던 것은 박세리의 펀치 샷과 트러블 샷이었다. 이 대회에서 10명중 6명은 페어웨이에서도 펀치 샷을 쳤다. 아마 골퍼들은 ‘바람도 많이 불지 않는데 왜 펀치 샷을 저렇게 많이 칠까’ 하는 의문을 갖기 쉽다.

선수들이 펀치 샷을 친 이유는 땅이 다른 코스보다 딱딱했기 때문이다. 땅이 딱딱하면 정확히 가격하지 않으면 공 뒤에서 긁어 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땅이 물렁물렁하고 라이가 좋으면 조금 뒷 땅을 쳐도 손에 오는 느낌이 별로 없다. 하지만 땅이 굳으면 조금만 뒤를 치면 거리 차이도 확연히 날 뿐 아니라 손에 오는 느낌도 좋지 않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클럽을 반 인치씩 짧게 잡고 펀치 샷을 구사한 것이다.

박세리의 멋진 펀치 샷을 보면서 ‘앞으로 이 샷을 연습 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아마 골퍼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펀치 샷은 아마 골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방향성이 좋고, 채가 정확히 떨어지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펀치 샷을 정확히 구사해 좋은점도 있지만 그 에 못지 않은 실도 있다.

펀치 샷을 많이 구사하면 백스윙에서 리듬을 타며 피니시까지 마무리 하는 스윙을 하기 힘들다.

펀치 샷 외에 다른 샷을 하면 뭔가 빠진 듯한 ‘민숭맹숭’ 샷을 친 느낌이 손에 전달 되기 때문이다. 펀치 샷은 일반 샷 보다 손에 오는 느낌이 강렬하다. 그 느낌 때문에 한번 펀치 샷에 맛이 들리면 다음부터는 안정된 피니시 까지 하는 스윙이 잘 안되고 끊긴다. 그래서 펀치 샷 연습을 오래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 하지 않다. 단, 손에 대한 스윙 감이 없거나 습관적으로 뒷 땅을 칠 때는 한번쯤 펀치 샷을 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보통 아마 골퍼들은 러프에서 펀치 샷을 많이 사용한다. 클럽이 잔디에 감겨 스윙이 끊겨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러프에서 스윙을 다 하는 사람은 없다.

러프는 일반적으로 스탠스가 좋지 않다. 하지만 러프에서 무리하게 펀치 샷을 치기 보다는 차라리 크지만 부드러운 스윙으로 치면 볼은 훨씬 더 높이 뜨고 많이 구른다.

많은 아마 골퍼들은 러프에 들어가면 그립을 꽉 잡고 있는 힘껏 쳐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한 예로 벙커에 공이(에그 후라이) 모래에 2/3 가 박혀 있을때 공을 빼내려고 힘껏 치면 공은 더 박히는 현상이 일어 난다. 그래서 공을 큰 스윙으로 모래 뒤부터 훑어가며 볼을 탈출 시켜야 한다. 그러면 마술에 걸린 것처럼 볼은 공중으로 솟구쳐 그린에 올라간다.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스윙을 부드럽게 크게 하는 만큼 다리의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안 된다. 야구 스윙처럼 피니시 때 오른발을 들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몸에 힘이 빠지면서 볼은 쉽게 러프를 빠져 나갈 것이다.(오른발을 피니시 때 들어주는 힘이 생각보다 강하다. 오른발만 들어주지 않아도 내려오는 다운스윙의 스피드에 힘이 빠지게 된다.)

흔히 러프에 한번 들어가면 2~3타는 손해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러프나 맨땅, 벙커에 들어 갔을 때 1타 이상 손해를 보는 것은 어드레스 상황에 대한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상황을 보고 핀을 바로 공략하기 보다는 ‘핀에서 50㎝, 1m, 10m 앞에 떨군다’는 안전한 계획을 세워 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적어도 3~4타를 손해 보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다.

상황에 따른 적절한 스윙 매니지먼트와 철저한 연습은 아마 골퍼들에게는 무엇보다 절실하다. 트러블 샷을 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는 세부 요령이 아니라, 욕심을 버리고 냉정한 판단을 갖는 마음 자세가 더 중요하다.

박나미


박나미 nami86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