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삼씨, '대통령 친구' 영향력 행사했나?

양 전실장 몰카의 또다른 관심은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53회)이자 막역한 친구인 정화삼(56)씨. 술자리에 잠깐 등장한 정씨는 청와대가 술자리 참석 자체를 숨기려 했고 키스 나이트 클럽 대표 이원호씨와 오랜 친분관계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다.

특히 검찰은 정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를 이른 새벽에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한 뒤 출근시간대인 9시께 귀가시켜 특별히 대접한 게 아니냐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 이유는 그가 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기 때문이다.

청주공단 내 스포츠용품업체 전무로 근무하는 정씨는 고교시절부터 노 대통령과 단짝처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정치 후원자 역할을 해온 정씨는 노 대통령이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2000년 총선 때 휴가를 내 가족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지원했다고 한다.

당시 부산의 한 방송사가 열성 선거운동원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그때 정씨와 함께 거리를 누비는 그의 모친이 그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고 한다. 아쉽게도 노 대통령이 낙선하는 바람에 그 프로그램은 방송을 타지 못했다. 하지만 이 일화는 노 대통령과 정씨와의 끈끈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충북지역 관계자들은 지난해 민주당 경선과 대선에서 정씨만큼 노 대통령을 위해 헌신적으로 뛴 사람도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정씨는 대선 이후 노 대통령과 자신과의 ‘각별한 관계’를 내세우지 않았고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과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술자리 파문과 관련, 정씨는 처음부터 구설수를 우려해 경선동지회 모임 자체를 극구 반대했으며 키스나이트클럽 술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그가 술자리에 참석한 것은 키스나이트 클럽 이원호씨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90년대 초 ㅊ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처음 만났으나 ‘형님ㆍ동생’사이였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그래서 양 전 실장의 향응 술자리에 정씨의 합석을 요청한 당사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오원배 전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이 아니라 이씨라는 입소문이 돌고 있다. 오씨의 부탁으로는 정씨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정씨에 대한 지역의 인물평은 좋은 편이다. 지역의 한 인사는 “정씨가 노 대통령에게 대통령 별장 청남대 개방을 건의, 20년 만에 지역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청남대 일반 공개를 성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 전실장의 향응 파문으로 지역 일부에서 쓸만한 지역일꾼 하나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한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종진 기자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