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우리'라는 개념의 사랑

■ 제목 : 패밀리 로망스 (Family Romance)
■ 작가 : 찰스 래이 (Charles Ray)
■ 종류 : 혼합매체 조각
■ 크기 : 134.6cm x 215.9cm x 27.9cm
■ 제작 : 1993
■ 소장 : 뉴욕 근대 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최근 생활고를 겪는 빈곤층에서부터 정치 경제적 사건에 연루된 유명 인사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불안한 사회 분위기 조성과 동일한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위험을 고려치 않은 매스컴의 자살 보도에 대한 당위성 여부가 대두되면서, 자식을 소유물로 보고 희생양으로 삼은 부모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동반 자살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점은 새삼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가족 구성원 전원이 등장하는 많지 않은 미술 작품 중에서 찰스 래이의 ‘패밀리 로망스’는 사뭇 이색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래이는 현실의 존재성과 결여에 대한 개념적 사고를 작품에 투영시켜 추상과 구상 사이에서의 물리적 결과물을 생성하는 데 주력하였고, 1960년대 이후 70년대까지 팽배해진 미국 소비사회 모습이 집약된 쇼핑몰에서 상업적 마네킨들에 관심을 갖고 개념적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마네킨 작업들은 극사실주의 조각가들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현실적 재현과는 다른 왜곡된 리얼리티가 ‘낯설음’으로 드러나고 있다. ‘패밀리 로망스’는 핵가족 구성원들의 벌거벗은 신체적 특징으로써 역할이 구분되는 동시에 모두 같은 신장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기괴함을 느끼게 된다.

실재가 지닌 근본성에 대해 사회, 심리적으로 환상을 일으키는 연구에 주목했던 만큼 그의 작품들은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정신적 몽롱함 속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래이 자신이 언급하듯이 각각의 작품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이야말로 그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자 다른 창작으로 이어가는 원동력이며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사고의 장소, 즉 추상적인 개념을 물리적인 작품으로 옮기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새로운 작품세계를 열어가는 것이다.

남겨진 사람도 떠난 사람도 없이 손에 손을 잡고 나란히 서있는 ‘패밀리 로망스’ 가족에게서 같은 키를 하고 있는 어색함보다 모두 같은 높이로 바라보고 있을 시선에 마음을 빼앗겨 보아도 좋을 듯하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