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느림의 味학


■ 슬로푸드
카를로 페트리니 지음/김종덕ㆍ이경남 옮김/나무심는 사람 펴냄.

‘패스트(fast)’는 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주요 단어 중 하나다. 현대인은 마치 ‘빨리 빨리 바이러스’에 걸린 듯 하다. 사색의 시간은 고사하고 먹는 시간도 아깝게 여긴다. 패스트푸드로서는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패스트푸드는 더 한층 속도를 부추기며 고유의 음식 맛을 잃어버리게 하고, 건강을 망가뜨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89년 슬로푸드 운동이 시작됐다. 로마의 유서깊은 스페인 광장에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가 들어서는 데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여겨졌던 이 운동은 그러나 빠르게 지지자를 확보했다. 전세계에서 6만5,000여명의 회원이 이 운동에 참여했다.

무제한의 속도와 대량 생산이 자칫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지 모른다는 주장이 공감을 불러 일으킨 까닭이다. 식탁의 즐거움을 되찾고, 고급스런 미각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던 출발 당시와는 달리 1996년부터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과 토지에 초점을 맞추는 등 생태적인 문제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 책은 바로 이 슬로푸드 운동에 관한 글들을 모아놓았다. 여러 지은이가 쓴 음식에 대한 다양한 글들을 통해 음식의 중요성과 각 음식이 지닌 고유한 역사성과 사회성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글을 읽는 동안 전통 음식이 왜 중요하며, 모두가 그것을 왜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각각의 글들이 마치 특별한 성찬을 꾸미는 특색 있는 요리 같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으면 더욱 맛이 난다는 뜻이다.

최성욱 기자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