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열목어가 폭포를 거슬러 오르네?

[주말이 즐겁다] 홍천 계방천

어? 열목어가 폭포를 거슬러 오르네?

짙은 숲 사이로 맑디맑은 계류가 흐른다. 파란 하늘이 잠긴 수면엔 흰구름 몇 조각 한가하다. 집채만한 바위를 돌아 소나무숲을 지나 천천히 굽이돌던 물줄기의 흐름이 갑자기 빨라진다. 곧 두 길쯤 되는 폭포를 만난다. 물줄기는 바위벽을 타고 소(沼)로 떨어진다.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무척 시원하다.

그때 문득 포말 사이에서 무엇인가 솟아나더니 폭포수를 거슬러 오른다. 어른 팔뚝만한 열목어다. 녀석은 힘차게 몸부림치며 폭포 턱을 넘어선다. 강한 힘이다. 잠시 후 다시 열목어가 눈에 들어온다. 이번엔 서너 마리쯤 된다. 한 녀석은 폭포수를 뛰어오른 뒤 유유히 헤엄치며 상류로 오르고, 다른 녀석은 반도 못 올라가 다시 물거품 속으로 빠져버린다. 폭포 바위벽에 부딪치는 운 없는 녀석도 보인다.

외국 기록 영화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땅인 홍천군 계방천의 칡소폭포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열목어들이 떼를 지어 폭포수를 거슬러 오르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칡소폭포는 내린천의 최상류. 홍천군 내면 주민들은 이 물줄기를 계방천이라 부른다. 남쪽의 우뚝한 계방산(1,577m)에서 물줄기 이름을 따왔다.


운두령 넘어 물 맑은 계방천으로

내린천 최상류의 계방천으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 속사 나들목으로 나와 운두령을 넘는다. 운두령은 통행량이 많지 않은 고개지만, 남한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로 심하게 굽이돈다. 아흔아홉 굽이를 휘돌아가며 오른 고개의 표고는 웬만한 고개에 뒤지지 않는 해발 1,089m. 발아래 산골 마을이 아득하니, ‘구름도 쉬어간다’는 말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상에서 맑은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시면 도시에서 찌들었던 몸도 마음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지만 아직 즐거워하기엔 이르다. 고갯마루에서 30분쯤 내려가면 열목어 뛰어오르는 칡소폭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목어는 맑고 차가운 1급수에만 사는 냉수성 어종으로 서식조건이 아주 까다롭다. 우선 숲이 울창하여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아무리 무더운 여름날에도 수온이 20℃ 이하인 곳이어야만 한다. 수량도 늘 일정한 계곡이라야 한다. 물론 성어(成魚)가 숨을 수 있는 큰돌이나 바위가 있고,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큰 소(沼)가 있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국내서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 바로 내린천. 주로 진동계곡이나 조경동계곡 등 물 맑은 지류에 서식하는데, 특히 내린천의 최상류인 홍천 계방천은 열목어가 서식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지닌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 주민들은 “여름이면 언제든지 칡소폭포에서 열목어가 뛰는 광경을 볼 수 있다”며, “8월 중순쯤엔 오후 햇살이 뜨거울 때 열목어가 폭포를 뛰어오른다”고 덧붙인다. 이렇게 여름에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간 열목어는 가장 상류에서 서식하다가 겨울이 오면 하류로 이동하여 규모가 큰 소에서 지내고, 다음해 해빙기가 되면 다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서 산란한다.


'한국의 명수 100선'에 든 삼봉약수

칡소폭포에서 열목어의 몸놀림을 감상한 다음 56번 국도를 따라 10분쯤 달리면 물맛이 좋아 일찍이 ‘한국의 명수 100선’에 들었던 삼봉약수를 만난다. 삼봉약수는 백두대간 갈전곡봉(1204m)에서 서쪽으로 10리쯤 뻗어나온 산줄기인 가칠봉(1240m)과 응복산(1156m) 세 봉우리의 정기가 모인 곳에서 나오는 약수로 실론계곡에 있어 실론약수라고도 한다.

약수가 나오는 구멍은 모두 세 개. 모두 한 뼘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있지만 맛은 각각 다르다. 그 중 맨 아랫것이 가장 강한 맛이 난다. 처음 먹는 이는 쇳내 때문에 못 먹을 정도. 처음 발견 당시엔 약수가 바위틈에서 졸졸 흘러내렸다. 그런데 물을 받기가 불편하자 관리하던 이가 바위 틈 아래의 보글거리는 곳에 구멍을 만들자 바위틈에서 나오던 물이 그쳤다.

그리고 나중에 그 아래에 구멍을 또 하나 만들었는데, 이 때문에 위쪽 두 구멍에서 나오던 약수의 물맛이 약해졌다고 한다. 몇 년 전엔 계곡 건너 가까운 거리에서 새로운 약수가 발견되기도 했으나, 사람들은 “구관이 명관”이라며 여전히 삼봉약수를 애용한다.

약수터 바로 옆?2층짜리 산장은 병을 치료하려는 사람들이 장기 투숙하는 곳. 투숙객들은 “실제로 불치병을 치료하고 나간 이도 많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하긴 이 삼봉약수가 아름드리 전나무, 주목 같은 침엽수와 거제수나무, 박달나무 같은 활엽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숲 짙은 삼봉자연휴양림 안에 자리하고 있으니 어찌 병이 낫지 않을 수 있을까. 휴양림 오솔길을 거닐며 삼림욕을 즐기는 가족들의 다정한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칡소폭포 열목어를 구경하고 삼봉약수를 맛본 뒤 삼림욕까지 했는데도 여유가 있다면 구룡령 고갯길을 넘어 양양으로 발길을 잡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양양의 보물’이라는 갈천약수, 미천골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불바라기약수 등을 맛볼 수 있다. 구룡령 고갯마루엔 산간지역에서 나는 약초나 나물 등을 살 수 있는 특산물 판매장이 있다.


▲ 교통 영동고속도로→속사나들목→속사 삼거리(좌회전)→31번 국도→12km→운두령 정상→10km→창촌 삼거리(우회전)→56번 국도→10km→광원 삼거리(우회전)→4km→칡소폭포→5km→삼봉약수 입구.


▲ 숙식 칡소폭포 바로 옆에 자리한 칡소폭포식당(033-435-7759)은 민박도 친다. 삼봉약수 입구의 민박집은 대부분 식당을 겸하는데, 약수에 삶은 토종닭과 백숙 등을 맛볼 수 있다. 삼봉자연휴양림(033-435-8536)에서 숙박해도 괜찮다. 인제군과 경계에 자리한 내린천 상류의 내면 율전리 살둔산장(033-435-5928)도 운치 있는 숙박지.

민병준 여행작가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