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빈혈과 어지러움증

빈혈기가 있다는 말하는 내원 환자들이 적지 않다.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해보았느냐고 하면 “그건 아니고 앉았다 일어날 때 어지러움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여성 환자들인 경우에는 어지러움증을 빈혈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물론 빈혈이 심한 경우에서는 어지러움증이 발생하지만 빈혈이 없이 발생하는 현기증과는 확실히 구분을 해야 한다. 빈혈의 정도와 외적인 증상은 별로 상관 관계가 없어 창백한 점막 외에는 다른 특징적인 증상이 없다. 즉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서 그 심각성을 잘 알 수 없다.

빈혈에서 빈(貧)자의 의미는 가난하다는 뜻이다. 즉 우리 몸에 순환하는 혈액의 용량이 정상보다 적은 경우를 빈혈이라고 하며, 혈액 가운데 적혈구의 숫자가 얼마나 있는지를 진단기준으로 삼고 있다.

빈혈이 특히 여성들에게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여성만의 체질적인 특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임신, 출산, 월경 등을 경험하는 여성은 남성보다 그만큼 혈액이나 영양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경으로 60~80㎖의 혈액을 잃으면 철분은 약 30㎎을 상실한 결과가 된다.

철 결핍성 빈혈보다 많지는 않지만 요즘 여성들이 유의해야 할 빈혈이 영양 결핍성 빈혈이다. 살을 빼기 위해 식사를 거르거나 다이어트식품에 의존하다 영양 불균형으로 빈혈이 생겨 병원을 찾는 10대들도 많다. 남성의 경우는 소화기 질환, 간장 질환 등의 만성질환과 관련된 빈혈이 많다.

빈혈의 증상은 만성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을 느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얼굴에 화색이 없어서 창백해 보이므로 빈혈을 가려내지만 화장을 진하게 하는 여성은 발견하기 어렵다. 빈혈이 되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손발이 저리고 손발톱이 창백해진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기운이 없고 피로해지는데 이는 조직에 필요한 산소 공급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럽고 숨이 차며, 입이 헐며 변비나 설사 등을 자주 한다.

한방에서는 빈혈이 심한 경우에는 보혈(補血)을 위주로 하는 한약을 주로 복용하게 된다. 단순히 혈액이 부족한 혈허(血虛) 이외에 어혈(瘀血)이 생겨서 혈액 순환이 잘 안돼 결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혈액의 양이 적을 수도 있고, 피가 부족하지 않은데도 기운이 약하거나 막혀서 피의 순환을 못시키는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때문에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부족한 혈액을 보충하는 것뿐 아니라 기운도 같이 돋아 주어야 한다.

빈혈에 있어서 으뜸이 되는 약으로 녹용을 들 수 있다. 사슴뿔의 윗쪽의 연골부위에 위로 용솟음치는 기운이 집결되었고 전탕시에 쉽게 용해가 되므로 약효성분을 최대한으로 추출해 낼 수 있다. 당귀도 피를 만드는 대표적인 약재인데 보혈기능 외에도 피를 활성화하고, 맑게하는 기능이 있다.

물1ℓ에 당귀 1g정도를 넣고 처음부터 센 불로 끓인 후 약한 불로 은근히 달이면 제 맛을 낼 수 있다. 다른 한약재에 섞어 달여 마셔도 좋지만 당귀로 술을 담가 먹으면 효과가 있다. 당귀술은 당귀 150g에 소주 1ℓ를 붓고 설탕을 넣은 후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보름간 보관한다. 술을 고운 보자기로 걸러내 찌꺼기를 제거한 후 하루 두 번씩 빈속에 마신다.

요즈음은 거의 모델과 같은 여자들을 미의 기준으로 삼는데 건강한 미인은 혈색있는 피부, 윤기있는 모발, 탄력있는 몸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빈혈이 바로 이러한 것들의 적이다. 빈혈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균형 잡힌 음식섭취를 통한 영양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

철분을 충분히 얻기 위해서는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채식만 고집하지 말고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지방 등 영양소를 균형있게 섭취해야 한다. 부적절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려고 우리 몸을 가난하게 만들지 말아야 하겠다. 또 만성적인 내출혈 등 다른 질환 때문에 피가 부족해져서 하나의 증상으로 빈혈이 생길 수 있으므로 만약 스스로 빈혈이 있다고 생각하면 혹시 다른 병이 있을 지 모르기 때문에 전문적인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