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어머니 손맛 그대로

[맛이 있는 집] 파주 '농가' 한정식

구수한 어머니 손맛 그대로

우리나라 최대 명절의 하나인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무더웠던 여름 기운도 어느새 한풀 꺾인 듯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맘때면 고향이 그리워진다.

고향이 도시에서 먼 시골인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물론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줄곧 자란 순수한 도시인에게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마찬가지일 테다. 고향을 생각하면 어머니께서 끓여주는 시골된장, 손수 빚어낸 손두부, 들녘에서 나는 나물을 양념에 잘 버무린 나물 반찬 등이 얼른 떠오른다. 흔히 그 맛은 실제보다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마도 그것은 고향 맛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음식점들이 부쩍 늘어난 파주시 통일공원 일대에 고향에서나 맛볼 수 있는 한정식을 파는 음식점이 있다. 그 상호는 농가. 한마디로 농사짓는 시골집이다.

이곳은 얼마 전부터 토속 음식을 주로 하는 음식점이 많이 들어서 이제는 경기 북부의 먹거리촌을 이룰 정도가 되었다. 주민들은 ‘성동골 먹거리촌’이라고 하는데 외지사람들에게는 ‘통일동산 먹거리촌’이라 하면 더욱 빨리 알아듣는 편이다.

농가에 들어서면 우선 좌우로 펼쳐진 전통 농기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멍석이 깔려 있고 그 위로 맷돌, 낫, 서까래 등 시골 농사꾼의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농기구들이 잘 정돈돼 있다. 음식점에서 마련한 것치고는 제법 구성도 있고 내용도 충실한 작은 전시관으로 이곳을 찾는 아이들에게 좋은 학습장이 되고 있다.

마루 바닥으로 된 실내 공간은 무척 넓고 아늑하다. 1층은 개별 손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2층은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으로 구분해 두고 있다. 특별히 소규모로 조용한 식사를 원할 경우 별실로 구성된 지하층을 권한다.

농가에서는 한정식을 주로 한다. 메뉴판을 살펴보면 보리밥정식, 농가정식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보리밥정식은 보리밥과 각종 나물반찬이 중심이 된 간단한 한정식. 주로 낮시간 주부들이 즐겨 먹는다고 한다. 보리밥에 된장찌개와 나물반찬을 올리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먹기 좋아 간단한 점심식사로는 안성맞춤이다.

반면 12가지 찬에 별미 요리를 올린 한정식은 저녁 식사시간이나 가족 모임 등 특별한 자리에 잘 어울리는 식사다. 상에 앉으면 우선 12가지 찬이 먼저 상에 오르고 찌개, 국이 뒤이어 제공된다. 잠시 뒤 생선, 갈비찜 등이 상에 오른다. 간단한 식사를 즐기는 현대인들에게는 너무 푸짐한 상이 부담스러울 것도 같지만 그리 개의치 않아도 된다. 천천히 식사를 하고 생수대신 제공되는 숭늉을 마시고 나면 그만이다.

음식 맛이라면 역시 손맛.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심심한 것이 도시인의 식성에 잘 맞는다. 최소한의 간을 맞추기 위해 아주 작은 양의 조미료를 사용할 뿐, 맛을 해칠 정도는 절대 쓰지 않는 것이 주인 강봉덕씨의 방침이다.

상에 올리는 두부는 우리나라 콩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장단지방의 콩으로 만든 것이다. 현재는 민간인 통제구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이곳에서 재배되는 콩이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고향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주인 강씨가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3년 전 개업한 한정식 집을 이어받아 1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10명의 종업원과 함께 늘 분주하다. 워낙 경쟁이 심한 것이 한정식 음식점이라 음식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 주인 강씨의 얘기다. 가격도 주변의 음식점보다는 조금 저렴하게 내놓고 갈비찜 같은 일품요리를 메뉴에 꼭 넣는 것도 요령이다.

겨울이 되면 페치카에 고구마를 구워 손님들에게 나누어주는데 하루에 2~3박스를 구어야 할 정도로 인기다.


▲ 찾아가는길= 자유로를 이용해 문산방향으로 달리다 통일통산 IC에서 나와, 첫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 한국토지공사 앞에서 곧바로 다시 좌맛徨?약 500m직진하면 우측으로 농가라는 이정표를 볼 수 있다.


▲ 메뉴= 보리밥정식 7,000원, 농가정식 13,000원, 농가전골 20,000원(中) 등이 있다. 5명 이상 정식 손님에 한해 예약 가능하며,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단 주문은 9시까지. 031-944-7577

전기환 여행작가


전기환 여행작가 travytchan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