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부인 계좌서 대선 전 수십억 인출 확인, 돈 행방 '뜨거운 감자' 될듯

이원호 커넥션, 몸통은 누구?

이씨 부인 계좌서 대선 전 수십억 인출 확인, 돈 행방 '뜨거운 감자' 될듯

‘양길승 몰카’ 사건이 파문이 구속된 김도훈(37) 전 검사의 수사일지 진실게임으로 비화했다. 김 전검사의 맞상대인 청주 키스나이트클럽 대표 이원호(50ㆍ구속)씨의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수사일지에 따르면 김 전 검사는 이씨가 지난해 대선 전 3억원 상당을 민주당 충북도지부 관계자를 통해 모 최고위원에게 전달한 사실을 포착, 내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ㆍ경의 이씨 조세포탈 혐의 수사자료에는 이씨의 부인 공모씨 계좌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수억에서 수십억원이 꾸준히 현금으로 인출된 것으로 나타나 대선 자금 및 수사무마 청탁의혹과 관련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주당측은 이씨 자금의 대선 유입 등 이씨의 대선 관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도대체 이씨의 재산이 얼마나 되길래 수십억원이 단시간에 현금으로 인출되고 사용됐을까? 그 용처에 대해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씨 수백억원대의 재산가

정확한 재산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씨는 청주에서 대단한 재력가로 소문나 있다.

청주에서 만난 이씨의 전 동업자 K씨는 “이씨의 재산이 수백억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이씨와 교분을 가져온 K씨에 따르면 이씨는 부동산과 건축사업으로 큰돈을 모았다고 한다. 5남2녀의 막내로 부친이 운영하던 정육업을 물려받은 그는 80년대 초부터 돈이 생기면 무조건 청주 주변에 있는 땅을 사두었다고 한다. 80년대 말 부동산 투기 바람이 불면서 이씨의 땅은 수십배가 올랐고 그는 단숨에 돈방석에 올랐다.

이씨는 이 돈으로 사채와 건설업에 손을 댔다. 빌려준 사채를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로부터 담보물인 건물과 토지 등을 대신 받기도 했다. 외환위기(IMF 위기)땐 돈을 빌려준 지역 중소 주택건설업체가 도산하면 이를 인수한 뒤 분양해 한번에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이씨의 재산은 확인된 것만 수백억대에 이른다. ‘몰카’ 파문의 진원지인 키스나이트클럽의 경우 공사에만 100억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키스나이트클럽 지분 중 50%만을 부인과 공유하고 있지만 이것만 따져도 70억~80억원대가 넘는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씨가 갖고 있는 주요 부동산으로는 리호관광호텔과 청주시 덕흥구에 있는 ㅊ아파트가 있다. 12ㆍ19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이 묶었던 리호호텔은 평당 가격이 1,000만원 정도로, 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ㅊ아파트는 부도난 아파트 건설업체로부터 인수한 것으로 평가액만 140억원대다.

이씨는 또 몇해 전에 J볼링장을 매각하면서 24억원을 챙겼고, 청주 곳곳에 부동산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재산은 최소한 수백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이씨는 취미생활로 수십억대에 이르는 골동품과 유명 그림 등을 모아 현재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변 인사는 “이씨의 집에는 고려, 조선시대 자기는 물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화가의 작품이 여럿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필요에 따라 소장품을 선물로 내놓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현금동원능력. 이씨는 청주의 금융권에서는 ‘현금동원능력이 가장 뛰어난 인물’로 통한다. J은행 관계자는 “이곳에서 ‘이원호 어음’은 국내 대기업 어음보다 더 쳐준다”고 귀띔했다. 사채업자 L씨도 걋潔씬?현금 동원능력은 한번에 50억원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이씨의 부인 계좌에서 37억원이 현금으로 빠져나갔다는 수사자료는 이를 반증한다.


비자금 대선자금 전달 의혹

최근 논란이 된 ‘이원호 비자금’의혹은 이씨의 엄청난 재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청주 현지의 시각이다. 비자금 사용처와 관련, 이씨의 돈이 대선자금으로 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이 펄쩍 뛰고 있지만 이씨가 청와대측의 기업인 초청 행사에 노 대통령 친구인 J씨와 동행했고,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을 받은 것으로 보아 이씨가 어떤 형태로든 대선과정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또 양 전실장 향응접대시점 전후인 4월11일 키스나이트클럽의 명목상 사장 유모(41.구속)씨의 계좌에서 2억3,700만원, 이씨 부인의 계좌에서 8,200만원 등 현금 3억1,900만원이 인출됐고 17일에도 유씨 계좌에서 1억500만원의 현금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또 6월27일에도 이씨 부인 계좌에서는 3억4,000만원의 현금이 인출됐다. 이처럼 거액 인출 시점이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이원호 비자금’ 문제는 수사 진척에 따라 정국의 핵뇌관으로 재점화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盧친구 정화삼씨 '노무현 찻잔' 돌려


청남대 이양 행사때 개인돈으로 구입

충북 청원군 소재 청남대의 소유권을 20년만에 청와대에서 충북도로 넘기는 기념행사가 열린 4월18일. 행사장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김진표 경제부총리, 이원종 충북지사, 김두관 행자부장관, 충청권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와 주민 1,000여명이 참석했다.

그 자리에는 '양길승 몰카' 사건의 단초가 된 키스나이트클럽 술자리에 참석했던 노 대통령의 고교 동기 정화삼씨와 이원호씨, 오윤배 전 충북도 부지부장도 있었다.

행사가 끝난 뒤 이씨와 오 전 부지부장이 충청권 인사들에게 "정화삼씨가 오늘 행사를 기념해 선물을 마련했다"며 찻잔 세트를 돌렸다. 찻잔에는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자가, 받침대에는 봉황무늬가 새겨져 있어 선물은 '대통령 하사품' 성격을 띠고 있었다.

당시 민주당 충북도지부 관계자들은 이씨의 이런 행동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도지부의 한 간부는 "그런 일은 충북도지부장인 홍재형 의원 몫이지 이씨가 나서서 할 일이 아니었다"며 "정화삼씨가 개인 돈으로 도자기를 구입해 돌렸다면 사실상 청와대를 사칭한 것"이라고 불쾌해 했다.

그는 또 "이씨가 정화삼씨를 앞세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한' 이유는 최근 '몰카' 사건이 불거지면서 여러 관측을 낳고 있다.

찻잔 세트를 공급한 H사 관계자는 " 원래 행사에 증여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정화삼씨가 돈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