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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농민의 아픔을 안고 간 농민운동가

이경해 전 한농연 회장, WTO협상 반대 시위중 자살



9월15일 오전 1시,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 회의가 열린 멕시코 휴양지 칸쿤의 센트로 광장. 농업 시장 개방에 반대해 자살한 이경해(56ㆍ전북 장수군)전 한국 농업 경영인 중앙 연합회(한농연) 회장의 장례식이 멕시코 시민과 세계 비정부 기구(NGO) 회원 등 수천명의 추모 행렬 속에 ‘세계 농민장’으로 장엄하게 치러졌다.

이 전 회장은 WTO 각료회의 개막일인 10일 현지에서 한국 농민대표 및 시민단체 관계자 150명과 함께 도하 개발 아젠다(DDA) 협상 반대 시위를 벌이던 중 교외 해변가에 위치한 회의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흉기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 목숨을 끊었다.

이 전회장과 함께 시위에 참가했던 한농연 전남회장 이복흠씨는 “이 전회장이 갑자기 ‘나는 염려하지 말고 열심히 투쟁하라’고 외친 후 흉기로 가슴을 찔렀다”며 “이 전회장의 죽음은 WTO정책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려는 희생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 등 세계 각국 언론들은 이 전회장의 자살 소식을 일제히 보도, “한국의 반세계화 운동가가 WTO를 비판하고 현지에서 자살해 이번 회의에 그늘이 드리워졌다”며 WTO의 이번 협상을 ‘실패한 협상’으로 평가했다. 프랑스 언론들도 이 전 회장을 ‘순교자’로 표현하며 그의 일대기를 취재했으며 인도언론은 “농민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갔다”고 표현했다.

이 전회장은 전북 장수 출신으로 1970년대 이후 고향에서 야산을 개간, 농장을 일구면서 한농련 회장과 전북도의회 3선 의원까지 역임했으며 88년 UN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올해의 농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듬해에 ‘농어민 후계자’로 선정된 그는 2003년 2월 25일부터 한 달 동안 제네바에 있는 WTO 본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앞서 90년 UR 협상 당시도 협상장이었던 제네바에서 할복 자살을 기도한 바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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