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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강남 혈전'

'물갈이론'앞세운 예비주자들 거센 도전, 지역 구청장 출마여부도 변수

새 ‘정치1번지’ 강남이 뜨겁다. 추석을 전후해 내년 4월로 예정된 17대 총선이 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되면서 강남지역은 이상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상 열기는 바로 강남을 텃밭으로 한 한나라당에서 여의도 입성을 위한 지원자들의 물밑 경쟁에서 솟구치고 있다. 역대 선거 결과는 이상 열기를 부추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서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51.3% 대 44.9%로 앞섰지만 강남에서는 39.6% 대 57.5%로 크게 뒤졌다. 또 한나라당은 95년 6·27 지방선거, 96년 15대 총선시 서울에서 참패했지만 강남만은 굳건하게 지켜냈다.

현재 강남 6개 지역구(서초 갑ㆍ을, 강남 갑ㆍ을, 송파 갑ㆍ을) 중 송파 을(민주당)만 빼고 15대 때부터 한나라당이 잡고 있다. 또 이들 지역구의 구청장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다. 한마디로 강남은 한나라당 ‘특구’인 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남 프리미엄’을 노린 예비주자들의 도전과 수성(守城)을 위한 기존 의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당내에서 ‘세대 교체론’ ‘강남 물갈이론’ 등이 제기되는 등 이상 기류가 흐르고 당밖에선 민주당 분당에 따른 정치판 대격변이 이어지면서 ‘강남 특구’가 흔들림이 없을 것인지 관심이다.


최대표 강남 갑 승계에 촉각



‘강남 총선’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거취. 최 대표의 출마 여부에 따라 강남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구와 비례대표 구도 등이 직접 영향권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최 대표의 의중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7월2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일단 내 지역구에 나갈 생각”이라며 지역구 고수 입장을 밝혔다.

당내 일각에서도 “대표도 총선에 나가야 한다”는 주장과 강북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지역구를 강북으로 옮기는 ‘강북출마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최 대표가 총선 지휘를 위해 비례대표로 옮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럴 경우 최 대표의 지역구(강남 갑)를 누가 승계할 것인가를 놓고 여러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비례대표인 김정숙. 김영선 두 여성 의원을 비롯해 홍사덕 원내총무, 이병기 전 이회창 특보 등이 있고 젊은 그룹에서는 최 대표의 보좌관인 박홍식씨를 비롯해 몇몇이 거론되고 있다.

김정숙 의원의 경우 대표 경선에서 최 대표를 적극 지원한 것이 내년 총선에서 최 대표의 지역구를 물려받기 위한 포석(밀약)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비례대표 3선인 김 의원은 어떻게든 지역구 출마를 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강남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도 소문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밀약설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대표 지역을 물려받게 되면 행운이지만 만일을 대비해 경기 안양 동안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 지역에 오랫동안 남편이 운영해온 병원이 있고 분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영선 의원은 한나라당 텃밭 지역에 젊은 인물을 내세워야 한나라당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여론을 업고 있다. 정치1번지에 젊은 여성 후보가 나설 경우 한나라당이 젊은 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고 여성표 획득에도 유리하다는 게 주장의 논지이다. 김 의원은 “강남 갑을 1차로 생각하고 있지만 안 될 경우 분구 가능성이 있는 송파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혀 최 대표 지역구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홍사덕 총무는 14대(민주당)와 15대(무소속) 때 강남 갑의 이웃인 강남 을에서 당선됐고(16대 때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지역을 오세훈 의원에게 물려줌), 대표 경선에서 최 대표를 도운 것으로 알려져 승계자 후보군에 올라 있다.

그러나 홍 총무는 “아직 지역구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만일 출마하게 된다면 내 지역구(강남 을)에 나가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경험상 최 대표가 비례대표로 옮기는 것이 온당하다”면서도 최 대표의 지역구를 승계하기보다는 한차례 더 비례대표를 했으면 하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병기 전 이회창 전 총재 특보는 대표 경선 과정에서 은밀히 최 대표를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내년 총선에서 이 전 총재의 역할이 주목되면서 후보군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 전 특보는 “강남 갑 출마는 주변에서 하는 얘기이고 총선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총선 기상도 바꿀 '도전과 수성'



강남 총선에서 민선 3선 구청장의 출마도 한나라당 ‘텃밭’을 뒤永勇맨?요인이다. 권문용(강남구), 조남호(서초구) 구청장이 그 주인공으로 구체적인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상당한 득표력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강남 갑 출마가 유력한 권문용 구청장은 “대표가 지역구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출마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해 출마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한 측근인사는 “최 대표가 출마하지 않고 공천 과정에 객관성(공정성)이 담보된다면 생각이 바뀔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권 구청장의 총선 출마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조남호 구청장은 본인과 무관하게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상태. 조 구청장은 “총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했는데 언론이 앞질러 가는 바람에 난감한 처지”라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조 구청장을 지원해온 한 인사는 “조 청장은 기본표가 있다”며 “공천 과정이 해볼만하다고 판단되면 서초 을(김덕룡 의원) 지역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재선 의원 모임인 국민우선연대측이 제기한 ‘강남물갈이론’도 강남 총선의 변수. 물갈이의 요체는 강남 지역구 의원들이 강북의 어려운 지역에 도전하고 당선이 쉬운 강남은 신진인사 영입 몫으로 활용해야 수도권에 바람이 분다는 것. 하지만 강남 지역의 기존 의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최 대표는 “대답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고, 홍 총무는 “적절치도 신중하지도 못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소장파로 ‘세대 교체’를 강조한 오세훈 의원은 “지역에 연연하지 않지만 내 주장이 희석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북으로 가야 할 대상으로 지목된 원희룡(양천 갑) 기획위원장은 “기득권을 버릴 각오를 하고 있다”면서도 강남 지역구 의원의 강북 전출 요구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처럼 강남 지역구는 정치적 외풍에 따라 총선 기상도가 달라질 전망이지만 현실적인 차이를 내재하고 있다. 최 대표의 지역구인 강남 갑이 가장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초 갑(박원홍) 지역엔 황인태 서울디지털대 부총장, 이용부 전 서울시의회의장, 조소현 변호사 등이 도전하고 있다.

또 송파 을(김성순) 지역엔 이원창 의원, 최한수 현 지구당위원장, 이명우 ‘자유를 위한 행동’ 대표(전 이회창총재 보좌역) 등이 도전장을 낸 상태. 세대 교체를 위해 지역구 위원장직까지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힌 오세훈 의원의 강남 을과 서초 을(김덕룡), 송파 갑(맹형규)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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