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극단 미추 뮤지컬 '최승희'

만일 최승희(1911~1969)를 가리켜 ‘한국의 이사도로 던컨’이라 일컫는다면 결례일 지 모른다.

그녀의 춤은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자유의 언어였고, 그녀의 삶은 이념의 벽을 초라하게 만든 생명의 외침이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최승희는 춤,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한국의 춤에서 출발, 새로운 형식의 동양 무용으로 세계무용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최승희의 삶이 거듭난다. 극단 미추의 뮤지컬 ‘최승희’는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무희에 대한 독특한 기억이다.

1990년 해금된 이래 무용,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형식으로 복원됐던 최승희의 삶이 뮤지컬로 되살아 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흔히 그랬듯 과장이나 왜곡 없이, 그녀를 둘러싼 인간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 헤친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과 구분된다.

한국춤에 근거한 혁명적 동양춤으로 세계 무용사에 신기원을 만든 주인공이다. 자기 나라의 민속춤을 예술로 끌어 올린 사람은 동양에서는 오직 최승희뿐이다. 그녀는 나아가 한국 무용이 서양 발레에 비해 우수하다는 예술적 자존심으로 뭉쳐 있던 사람이었다.

1945년, 친일파로 매도된 최승희의 월북을 전후로 그녀의 파란많은 삶의 풍경을 들여다 본다. 북으로 건너가 인민배우로서 화려하게 각광 받던 그녀가 1969년 숙청당하기까지의 시간이다. 남편인 동시에 기획자로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안막과의 운명적 만남과 몰락, 딸 안성희와의 갈등 등 예술가 최승희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 최승희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기존의 다큐멘터리식 구성을 탈피했다.

신예 작곡가 조석연이 쓴 음악에 미추관현악단이 옷을 입혔다. 상징적인 조명과 의상은 물론, 이스라엘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로미 아키튜브가 디자인한 환상적 영상물은 최승희의 내면을 형상화하는 데 기여한다. 최승희 역을 맡은 배우 김성녀는 배역의 체격에 맞추기 위해 두 달만에 7㎏여를 감량하는 등 할 수 있는 데까지 접근하기 위해 애썼다.

극단 미추의 트레이드 마크인 마당놀이 전편을 집필한 김지일, ‘허삼관 매혈기’ 등에서 언어 감각을 과시했던 배삼식 등 두 사람이 함께 쓴 극본의 맛도 별나다. 손진책 연출, 정태화 이기봉 등 출연. 9월 26~10월 12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02)747-5161


■ 무용


재일 무용가 백향주 국내 첫 공연

무용 버전 최승희다. 조총련계 무용가 백향주(29)가 한국에서 첫 공연을 갖는다. 어려서부터 조선민족 무용과 클래식 발레에 탁월한 기량을 구비, 11세에 김일성 주석 앞에서 무용을 선보였다는 사실에 그 천재성이 잘 입증된다.

특히 1991~1997년 국립만수대 예술단의 무용창작가 김해춘으로부터 전수받은 기량은 최승희의 직계임을 명백히 말해주는 대목이다. 김해춘은 최승희의 수제자로 인정받는 사람이다. 이번 첫 내한 공연에서 선보일 ‘무당춤’, ‘초립동’, ‘관음보살춤’ 등에서는 한동안 잊혀졌던 최승희 특유의 춤사위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9월 2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02)3464-4998


■ 라이브


은둔의 가수 김두수, 대중 속으로

1980년대 3대 포크 가수 김두수가 은둔자의 옷을 벗고 대중앞에 선다. ‘명동 YWCA 청개구리’는 9월의 가수로 김두수를 선정, 11년만에 발표한 신보 ‘자유혼’(4집)의 감동을 생생히 펼쳐 보인다. 2002년 음악 네티즌이 ‘한국 대중 음악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한 작품이다. ‘강’, ‘보헤미안’, ‘들꽃’ 등 새로운 포크송과 함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등 추억의 팝송이 가을밤의 정취를 더욱 살린다.

이 자리에는 특히 제 2의 김민기로 불리우며 주목을 받았던 포크 가수 이원재, 재일동포 2세 포크 가수 이정미 등이 출연해 자리를 빛내준다. 또 음반 ‘산’을 발표해 관심을 끈 강진 남녘교회 임의진 목사가 이야기 손님으로 출연, 우리 시대에 김두우리 시대에 김두수의 포크 음악이 갖는 의미를 일깨워 준다. 9월 26일 오후 8시 명동 YWCA (02)3705-6007


■ 국악


국립창극단 '삼국지 적벽가'

가장 호쾌한 판소리, ‘적벽가’가 국립창극단의 창극 ‘삼국지 적벽가’로 거듭 난다. 창극으로 ‘적벽가’를 감상할 수 있는 첫 기회다. 남성 소리꾼이 많아야 한다는 음악적 특성은 물론, 전쟁 장면 같은 장대한 스케일의 무대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그 동안 창극으로는 한번도 공연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애절한 서편제가 아니라 쩌렁쩌렁한 동편제 판소리(송판 박봉술제 적벽가)라는 점도 평?접할 수 없었다. 김홍승 연출, 국수호 안무, 최영길 김학용 남상일 등 출연. 9월 29~10월 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74-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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