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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프리즘] 이승엽 vs 빅리거 4인방 가상대결

박찬호·김병현·봉중근·서쟁응 상대, 메이저리그서도 평균 성적 예상







아시아의 홈런 지존과 한국산 빅리거 투수 4인방이 메이저리그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타자’ 이승엽과 메이저리그에서 국산 어깨의 힘을 자랑하고 있는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봉중근이 흥미진진한 ‘골육상쟁’을 펼칠 날도 머지 않았다.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향해 힘찬 진군을 이어가고 있는 이승엽이 내년 시즌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거의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최고의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이승엽에게 쏠린 팬들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과연 몇 개의 대포를 쏘아올리며 아시아 기록을 경신할 것인가 이다. 하지만 시즌 종료후 향하게 될 빅리그 무대에서의 성공 여부가 어쩌면 더욱 궁금한 대목일 수도 있다.

한국을 찾은 빅리그 각 구단의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사전접촉(탬퍼링·tampering) 금지 조항 때문에 속내를 좀체 드러내지 않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데는 인색하지 않다. 그만큼 이승엽의 타격 재질과 상품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미국 야구계의 거물 토미 라소다 LA 다저스 부사장도 기자회견에서 이승엽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훌륭한 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이승엽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빅리그 1루수의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는 ‘2할8푼-30홈런’은 가능한 것일까. 빅리그 투수들의 수준이 국내 리그보다 한수 위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들 가운데서도 코리안 투수 4인방은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우완 정통파(박찬호) 우완 기교파(서재응) 좌완 정통파(봉중근) 언더핸드(김병현) 등 타자가 상대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투수가 망라돼 있는 이들 4인방과 이승엽의 대결을 시뮬레이션해 본다면 ‘국민타자’의 빅리그 성적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야구해설위원의 분석을 곁들여 이들의 가상대결을 펼쳐본다.


▲ 이승엽 vs 박찬호- 직구 노리면 넘긴다



지난해 둥지를 새로 튼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는 그 동안 숨겨온 허리 부상이 악화되면서 두 시즌 내리 망가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는 여전히 ‘코리안 특급’이다. 내년 시즌 박찬호가 부활한다면?

박찬호는 빅리그에서 정상급으로 꼽히는 강속구와 파워커브의 소유자. 이런 박찬호를 타석에서 맞닥뜨린다면 이승엽도 다소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는 전성기였던 98년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에 이어 피안타율 2할1푼대로 내셔널리그 2위를 차지한 적이 있을 만큼 쳐내기 까다로운 구질을 가진 투수다. 특히 왼손타자 무릎 아래쪽으로 빠르게 휘어들어가는 ‘슬러브’는 강력한 탈삼진 무기. 게다가 그에겐 국내에서 보기 힘든 ‘라이징 패스트볼’이라는 히든카드도 있다.

이승엽은 어떻게 박찬호를 상대해야 할까. 송재우 위원은 “이승엽이 박찬호를 이기기 위해선 직구 한가지만 노려야 된다”고 잘라 말했다. 한때 내셔널리그 세번째로 평가받던 커브를 제대로 쳐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

하지만 특유의 유연하고 빠른 스윙을 가진 이승엽이 직구를 노려 친다면 박찬호도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강속구 투수 마쓰자카(세이부)의 시속 150Km대 직구를 받아쳐 홈런 등 장타를 뽑아낸 의미 獵?추억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손꼽히는 강속구 투수들도 속절없이 이승엽의 홈런 제물이 되곤 했다.

송재우 위원은 “이승엽이 ‘정상적인’ 박찬호를 상대한다면 2할대 초반 정도의 타율을 올릴 것”이라며 두 사람의 대결 결과를 점쳤다. 송 위원은 또 이승엽이 빅리그 투수들에 적응하는 데에는 2~3개월 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엽 vs 김병현- '라이언 킹'에겐 밥



‘특급잠수함’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은 결론적으로 피칭 스타일의 특성상 왼손 슬러거인 이승엽에게 ‘밥’이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병현은 왜소한 체격에 언더핸드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강속구와 뱀처럼 휘는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뿌리는 ‘마법의 투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에게도 단점은 있다. 시즌 내내 일관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 결정적 아킬레스건.

송재우 위원은 “이승엽이 박찬호에 비해 김병현의 공은 수월하게 공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김병현은 한 시즌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기에는 체력이 달리는 편. 그런 탓에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컨트롤과 공끝의 움직임이 무뎌지는 장면을 종종 보여주는데, 이승엽이 이런 약점을 파고 들면 충분히 쳐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송재우 위원은 “이승엽이 시즌 초반에는 약간 밀리는 양상을 보이다 중반 이후로 가면서 우위를 보일 것”이라며 “2할5푼~ 2할6푼대 정도 타율에 홈런 등 장타를 뽑아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엽 vs 봉중근- 의외로 헤멜 가능성



‘투수군단’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떠오르는 루키 봉중근. 그는 올해 중간계투로 주로 나섰지만 신인답지 않은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코칭스태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좌완 정통파 투수로서 140㎞ 후반대의 빠른 직구와 낙차 큰 커브를 주무기로 삼는 봉중근은 아직 미완이지만 구단에서 미래의 기둥투수로 점찍어 키우고 있는 기대주. 올해 경험을 밑천 삼아 내년 스프링캠프를 잘 소화한다면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만한 재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기량이 쑥쑥 자라고 있는 봉중근을 상대할 때는 천하의 이승엽도 헤맬 가능성이 점쳐진다. 비록 이승엽이 같은 왼손투수 상대로도 빼어난 타격 솜씨를 과시해 왔지만 국내 선수들과 달리 강속구와 컨트롤을 동반한 봉중근을 만난다면 그리 만만하게 대적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

송재우 위원은 “봉중근이 안정적인 피칭을 보일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승엽이 2할2푼~2할3푼대 정도의 타율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vs 서재응- 입맛에 딱 맞는 공



올 시즌 뉴욕 메츠의 ‘땜질 에이스’로 혜성처럼 등장해 사실상 팀의 제1선발 노릇을 하고 있는 서재응과 이승엽의 승부는 전적으로 ‘서재응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재응의 최대 강점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절묘한 컨트롤. 그리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컨트롤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날엔 통타 당하는 경우도 종종 노출했던 터라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을 숙제로 안고 있다.

이승엽으로선 이런 서재응의 구질이 가장 입맛에 맞는 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재응의 피칭스타일이 국내에서 수없이 봐왔던 투수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데다 구위 역시 치기에 알맞은 수준이기 때문. 실투를 절대 놓치지 않는 ‘홈런 본능’의 소유자 이승엽에게 서재응의 실투는 곧바로 담장 너머로 날려보낼 사냥감이다. 물론 서재응의 송곳 같은 컨트롤이 구사된다면 이승엽도 쉽사리 맞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송재우 위원은 “서재응은 이승엽이 상대하기 가장 편한 투수다. 서재응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2할5푼~`2할6푼 정도는 쉽게 때려낼 것”이라며 이승엽의 손을 들어줬다. 송 위원은 또 “이승엽이 쳐내기 힘든 순서를 꼽자면 아마 박찬호-봉중근-김병현-서재응의 차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리그 일급투수들인 코리안 4인방을 상대로 한 이 같은 가상대결 결과를 감안한다면 ‘국민타자’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성공기는 이미 첫줄을 써내려 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라이언킹'은 닥치는 대로 넘긴다
  


빅리그에서 한국 남아의 기개를 떨쳐온 코리안 4인방은 우완 좌완 잠수함 등 마諍揚?구색을 모두 갖췄다. 이들과의 가상대결 결과와는 별개로, 이승엽이 국내에서 9시즌 동안 뛰며 만났던 세 유형의 투수들과의 실전 상대 전적은 어떨까. 보통의 타자들은 세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로 한 타격 내용에 작지 않은 편차를 보인다.

하지만 '라이언킹' 이승엽은 닥치는 대로 사냥하는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 났다.

이승엽은 9월 12일 현재 통산 타율 0.308, 통산홈런 321개를 기록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우투수 좌투수 잠수함투수 등을 상대로 거의 고른 성적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우투수 상대 통산 0.307 타율에 196홈런, 좌투수 상대 통산 0.307 타율에 96홈런, 잠수함투수 상대 통산 0.310 타율에 29홈런.

홈런 수의 차이는 좌투수와 잠수함투수가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될 듯하다. 정말 가치있는 것은 세 가지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로 기록해낸 거의 균일한 타율.

이승엽이 무시무시한 홈런기계일 뿐 아니라 한치의 오차도 용납 않는 정교한 '히팅머신'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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