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시선 극대화, '절반의 성공' 보장

[여배우가 벗을 때…] 연예인 누드열풍 "벗으면 돈 된다"
대중 시선 극대화, '절반의 성공' 보장

성현아, 하리수, 정양 누드를 안 봤다구? 그런 국민 배우 작품들은 한번 봐줘야지!”

대한민국 성인 남녀들 가운데 이들 연예인의 누드 사진을 접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마치 이들의 누드 사진을 감상해야 연예문화를 얘기할 수 있기라도 하듯, 연예인의 누드집은 발간될 때마다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켜왔다.

우리나라의 연예인 누드집 발간은 1991년 가수겸 영화배우인 유연실이 반라와 전라 등의 사진 81컷을 모아 사진집 ‘이브의 초상’을 펴낸 것이 시초. 이후 10여 년간 모델 이승희를 비롯하여 탤런트 서갑숙, 정양, 가수 하리수, 탤런트 성현아의 누드집으로 이어져왔으며 매번 큰 충격과 함께 화제의 중심에 섰다.

또 이 달 말에는 6년 만에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인기댄스그룹 룰라의 전 멤버 김지현이 누드 동영상과 파격적인 영상집을 내놓고 인기몰이에 나선다.

연예인 누드집은 기존의 단행본 인쇄물에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장을 만나면서 ‘대박’의 날개를 달았다. 2001년 인터넷을 통해 누드 화보를 제공한 정양의 경우 총 400만 명의 네티즌이 몰려들어 감상을 했고, 지난해 12월 누드집을 펴낸 성현아는 현재 1,000만 명이 접속한 가운데 ‘연예인 누드집’ 발간의 붐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연예인들에게 “누드를 찍자”는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톱스타 신은경이 30억 원의 거액 누드 제안을 받았는가 하면, 영화 ‘쇼쇼쇼’에서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으로 몸매를 과시했던 영화배우 김세아가 5억 원을 제안 받는 등 대중의 인기와 독특한 매력을 지닌 연예인들에게 달콤한 유혹의 손길이 뻗쳐지고 있다.


남는 장사 인식

실제 성(性)적인 매력을 극대화한 ‘누드’는 대중의 시선을 모으기에 가장 효과적이다. “연예인이 벗었다”는 말 한 마디면 언론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고, 이러한 뉴스는 자극적인 만큼 확실하게 대중들로부터 민감한 반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연예인 누드는 사진의 주인공이 대중들 누구나 알고 있는 인기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의 성공’을 보장 받는다. 정찬호 마음누리 정신과병원 원장은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고 싶어하는 관음증은 누구나 갖고 있다. 특히 그 대상이 매스컴을 통해 얼굴이 익힌 알려진 연예인이라면 그 호기심의 정도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연예인 누드 하면 남성들만 관심을 가질 것 같지만 이외로 여성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누린다. 정 원장은 “연예인 누드를 보면서 남성들은 통쾌한 즐거움을 느끼는 반면, 여성들은 자기와의 비교를 하면서 호기심을 충족하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성현아의 경우를 보면 누드집 발간의 효과를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 성현아측에서는 인터넷에 누드 사진이 공개된 직후 서버가 다운되고 네티즌들로부터 해킹을 당해 어마어마한 경제적인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녀가 남는 장사(?)를 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굳이 경제적인 이익을 계산에 넣지 않더라도 누드집 발간의 효과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마약 파문 이후 대중에게 잊혀져 가던 성현아가 누드집을 발판으로 인터넷 검색엔진의 인기 검색어로, 각종 스포츠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명실상부한 스타로 발돋움 했으니 말이다.

성 문화의 개방이라는 시대적 흐름도 연예인 누드 붐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핸드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자신의 누드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문화가 퍼질 정도로 성에 대한 표현이 적극적이다 보니, 연예인들의 누드 사진에 대해서도 자신감 있는 연예 활동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연예인 누드가 대중문화의 트렌드로 급부상한 것은 모바일과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의 확산과도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교수는 연예인 누드집 발간 붐의 요인은 “인터넷과 모바일 등 광범위한 전파 능력을 지닌 아이템의 등장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홍보 효과도 스포츠 신문의 가십 기사에만 의존하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게 커졌다고 한다.

“성현아 누드집은 막대한 전파력을 자랑하는 인터넷과 휴대폰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경우입니다. 만일 성현아가 단행본으로 누드집을 제작했던 김희선처럼 인쇄물을 발간했다면 이처럼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인터넷은 간단히 접속만 하면 되지만, 인쇄물은 일부러 서점에 가서 구입해야 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습니까.”


가공할 인터넷 전파력

실제로 성현아는 누드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과 모바일 컨텐츠에 띄워 돌풍을 일으켰다. 삽시간에 대중에게 전파되는 인터넷의 가공할 전파력과 저렴한 서비스 가격으로 대중에 대한 흡인력을 높인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 오조숍(www.ozzoshop.com)에서 제공되는 성현아의 누드 갤러리는 1만1,000원이면 230여 장에 이르는 누드 사진과 동영상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네티즌이라면 ‘청색’과 ‘백색’ 코너 등 6가지 테마별로 구성된 누드 사진을 부분적으로 봐도 된다. 두 가지 테마를 묶어 4,500원에 내놓았다.

성현아에 앞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던 정양과 하리수도 역시 광활한 온라인 시장을 기반으로 그들의 성적 매력을 거침없이 뿜어내며 인기의 초석을 다졌다. 그렇다면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이 과감하게 옷을 벗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3월 엑스터시 복용 파문 이후 누드집 발간으로 갖가지 억측을 낳았던 성현아는 1년 만에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열어 “누드 촬영을 계기로 또 다른 성현아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돈 때문에 찍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가수 김지현은 보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누드를 찍은 입장을 밝힌다 “저는 97년 1집을 내면서부터 과감하게 벗었어요. 가수이기 때문에 팬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고,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이제는 외국 스타가 벗으면 멋있다고 하면서 국내 연예인이 벗으면 ‘창녀 취급’을 하는 이중적 사고를 버렸으면 좋겠어요. 물론 97년에 비하면 요즘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죠. 제가 휴대폰용 누드 동영상을 찍은 다음에 뒤를 이어 하겠다고 나선 여자 연예인들이 80명이나 줄을 섰다네요. 자부심을 느끼죠.”

하지만 연예인 누드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여전히 ‘흥미’와 ‘비난’이 섞여 있다. 보다 파격적인 노출과 도발적인 포즈로 성적인 매력을 극대화해 주길 바라는 한편, 연예인들이 노골적으로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던지고 있다. 연예 관계자들도 누드집 발간 이면에는 ‘예술’로 포장된 계산된 상술이 자리함을 인정한다.

“노래나 연기는 기본이고, 신체의 모든 것을 상품화하자는 것이 요즘 연예계의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그 동안 신비주의에 가려져 있던 연예인의 알몸을 드러냄으로써 신체의 상품화를 극대화하는 것이죠. 특히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뒤 재기의 발판이 필요한 경우나 거대한 기획사의 뒷받침이 없는 연예인이라면 대중의 관심을 손쉽게 끌 수 있는 ‘누드’로 승부수를 띄우게 되는 경향이 높습니다.” A기획사 김 모 대표가 밝히는 연예인 누드집 발간의 이유이다.


‘몸’은 확실한 흥행코드

김 대표는 “현재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는 아름다운 영화 촬영의 장소에서 출연 배우가 작품과는 별도로 누드 사진을 찍어 홍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며 “앞으로 연예인의 누드 상품화는 서구 사회처럼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드 서비스도 인터넷이나 휴대폰 컨텐츠를 비롯하여 각종 기발한 아이템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예인 누드는 ‘몸’을 상품으로 인식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갈수록 ‘흥행 코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톱스타들이 누드집을 찍는 게 일반화돼 있다. “팬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개념으로 최고의 팬 서비스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사회적인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따라 붙는다. 성현아 하리수 누드 사진이 성인사이트에 도용돼 청소년들이 이들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의도하지 않았던 문제점이 불거져 나온다.

또 연예인들이 과거의 경시되던 ‘딴따라’에서 청소년들의 ‘우상’으로까지 입지가 변화된 현실에서 사회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 역시 대중 문화 전문가들의 견해다. 심광현 교수는 “연예인 누드가 개인이 선택해 감상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 유포되는 만큼, 문화적 공공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0-01 11:31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