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리더십이 미래의 키 쥐어야"

[인터뷰] 강재섭의원의 新 정치
"젊은 리더십이 미래의 키 쥐어야"

“지금과 같은 무겁고 권위적인 시스템이라면 내년 총선의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당 전체의 정권 창출 의지도 완전히 꺾이게 됩니다. 예전과 같은 관리형 당 대표로는 절대 안되지요. 당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젊고 참신한 리더십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강재섭 의원은 3월 26일 주간한국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두번에 걸친 대선 패배로 무력감에 시달리는 당원에게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그를 위해서는 자신과 같은 젊은 리더십으로 당이 재무장해야 한다”고 ‘신 정치론’을 역설했다.

강 의원은 ‘신 정치’를 위한 실천 내용으로 정당의 원내 중심화를 통한 물리적인 다이어트 정책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천안의 중앙당연수원 등은 새마을 운동하던 시대에나 어울리는 것입니다. 의원들의 전체 토론회는 국회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또 중앙당은 정책중심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하므로 그렇게 비대한 구조가 필요 없습니다.

대표가 되면 당사로 가지 않고 국회의 정당 대표실로 출근할 것이고 원내총무도 바로 국회로 오도록 할 것입니다. 중앙당의 빈 공간은 임대를 주던가 해서 당의 수익으로 전환시킬 방침입니다. 굳이 고비용 시설들을 지금처럼 유지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강 의원의 당 대표 출마의 변은 이 같은 신 정치론에다 현실론을 곁들이고 있다. “미국도 상원의원의 경우 80대의 노 의원이 많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나가라는 식은 민주 사회에서 있을 수 없지요.

하지만 당의 전면에는 젊은 의원들이 나서곤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노-장-청의 조화를 이루면서도 매표를 위한 창구에는 표를 보다 많이 얻을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우는 전략을 흔히 쓰고 있는 것이지요. 3김 정치를 탈피해가는 우리 정치도 그런 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행태에 대해서도 “아직도 노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같은 행태를 보입니다. 대통령이면 대통령답게 언행을 신중히 해야지요. 안정감있는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일침을 놓았다.

1948년생(55세)으로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중 최연소자인 강 의원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서울법대를 나와 서울지검 및 고검 검사를 거쳐 13대 총선때 국회에 입문, 내리 4선에 성공했다. 그간 한나라당(전신인 신한국ㆍ민자당 포함)에서 대변인과 원내총무, 최고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역동성있는 당 체제로 전환해야”


- 당 대표 경선 출마의 변은.

“한나라당의 지난 대선 패배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데 있다. 무게 있는 안정감은 있었으나 그런 무게감이 권위적으로 비쳐졌고 전통적 가치관만 중시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보여졌다. 비유하자면 국민은 집에서 가까운 근린 생활 시설을 원했는데 우리 당은 속리산 국립공원 같은 형태로 다가선 것 같다. 이제 당이 가벼워져야 한다. 총선이 불과 1년 앞이다.

여기서 이겨야 패배감에 젖어있는 당원 전체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줄 수 있다. 그러려면 이전과 같은 체제로는 힘들다. 당이 뭔가 바뀌고 새로워 졌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 당 대표가 될 경우 어떤 식으로 당을 이끌 복안인지.

“당을 가볍게 만들려면 물리적인 부분부터 손을 대야 한다. 중앙당사는 정책을 보좌하는 기능만 있으면 된다. 예를 들어 정책을 수립하거나 후원 모금을 집행하고, 사이버 기능을 담당하는 형태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 당 지도부도 3김씨 때와는 달라져야 한다. 활동 공간을 국회로 옮기고 여야 지도자들이 수시로 만나 정국을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움직일 생각이다. 구 정치로 지적되는 권위적인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토록 하겠다”


-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을 거론한다면.

“나는 다른 후보 분들과 달리 해방이후의 세대다. 자연적인 연령으로도 가장 젊다.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를 보낸 분들과 대화 하다 보면 어딘가 좀 늙고 나하고는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 노 대통령도 해방이후 세대답게 권위적이고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가볍고 탄력성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야가 공히 젊어져서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뤄져야 정치도 진보하는 것이지, 남북관계처럼 긴장국면만 지속된다면 국민에게 환영 받을 수 없다”

(그는 이 대목에서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다고 하니까 일각에서 나의 정치적 노선이나 사상성 등을 거론하며 비판한 적이 있다”고 전제한 뒤 “내가 코드가 맞다고 한 것은 정치적 행보를 이전 정치 지도자들과는 다르게 할 수 있는 젊고 참신한 역동성이 비슷하다는 것이지 그의 정체성과 닮았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 당 대표 경선의 승리 비결이 있다면.

“나는 정치생활을 하면서 오랜 기간 하고 싶은 말은 참아가며 꼭 필요한 주장만 내세웠다. 일부 정치인 처럼 유권자를 의식하는 인기성 발언은 삼가해 왔다. 오직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또 당의 단합을 위해 내 목소리를 아껴왔다. 그게 참 용기가 아닌가. 그러다 보니 대 국민 인지도가 다른 후보에 비해 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번 경선을 바탕으로 권역별 토론회도 가지며 나의 참 모습을 당원과 국민에게 홍보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한다”


“아직도 노 대통령은 후보자 신분으로 착각”


-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1개월이 지났다. 논평을 해 본다면.

“노 대통령은 아직도 대선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국가를 경영하는 최고 지도자이다. 그런 만큼 언행이 신중해야 한다. 후보자라면 말이 많든 적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하지만 대통령의 자리는 분명히 다르다. 또 그를 에워싸고 있는 브레인 집단의 면면을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를 운영하려면 다방면에서 인재를 뽑아 여러 각도의 의견을 종합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지금처럼 한쪽에 치우쳐서 한 곳에서만 집중적으로 사람을 뽑아 쓴다면 무슨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겠는가” (그는 “예를 들어 ‘대구 연구소’라는 것이 있다고 가정하자”며 “그곳과 친하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된 뒤에 그 기관 사람들만 마구 뽑아 쓴다면 무슨 균형감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1기 내각에 대한 평가는.

“조각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어 쉽게 평가를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인선 방식은 문제가 있다. 인터넷 추천을 받았다고 하는 데 인터넷 사용자란 60~70%가 20~30대의 젊은 층이다. 가령 국민 추천을 받는 다 해도 연령별로 지역별로 나눈 다음 평균적인 통계를 내야지, 무조건 인터넷 추천 수가 많다고 국민 지지가 높다고 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로 전국이 떠들썩 했다. 검찰 출신으로 이에 대한 견해는.

“한마디로 대통령이 나설 사안이 아니다. TV로 생중계되는 프로그램에 나와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으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등의 얘기를 할 자리가 아니었다. 장관이 뭐하는 것이냐.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인사를 단행하면 되는 것이지 대통령이 직접 나와 (설득도 하지 못하면서) 평 검사들에게 압박하듯 인사권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 노 대통령은 기수 파괴와 서열 붕괴를 내세우며 검찰 개혁을 주문했는데.

“검찰개혁은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에 달려 있다. 정치권의 검찰에 대한 접근을 막으면 된다. 청와대와 노 대통령부터 검찰을 멀리하면 된다. 그런 기간이 쌓여서 압력 행사가 멀어지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 진정한 검찰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나이를 어리게 하고 기수를 내린 것에 불과하다. 그러다 지금 검찰 수뇌부가 지난 정권의 검찰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경우 어떡할 텐가. 기수를 또 한번 대폭 내려 사시 20대 기수의 검찰총장에 30대 기수의 차장 식 구도로 가겠다는 것인가”


“ 파병 당위성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 이라크전 파병여부가 불투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대로 파병을 하려면 먼저 자기 편부터 설득해야 한다. 노사모나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파병의 책임을 국회로만 돌리고, 그것도 한나라당을 마치 전쟁광처럼 몰아가려 하?있다. 이는 노 대통령의 기회주의적 처신이나 다름없다. 검사와 토론회를 할 게 아니다. 노 대통령 본인이 왜 UN의 동의도 없는 전쟁에 파병을 결심했는지, 왜 평소 생각과 노선과도 다른 결정을 했는지 앞장서 설득해야 한다. 그게 대통령이 할 일 아닌가”


- 이라크전 이후 대미ㆍ대북관계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될 텐데.

“미국과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강화시키면서 대북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은 경제 활로를 찾기 위해 핵 카드를 내민 것이므로 결국 미국과의 공조를 토대로 북한이 실질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는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런데 노 정권을 보는 미국 측에서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 민주당 신당설이 나오는 등 내년 총선구도가 지금과는 다르게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 측근들의 행태로 보면 마치 친위대를 만들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다”


- 당내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데.

“4년 뒤의 일을 지금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치를 시작하면서 대권의 포부를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 동안 신변에 대한 구설이 없도록 처신을 올곧게 하려고 노력했다”


- 끝으로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패인을 요약하면.

“이미지 싸움서 졌다. 이 전 후보에 비해 서민적 이미지가 앞서는 노 대통령이 젊음을 앞세운 역동성을 보여줬다. 변화에 적응을 잘 하는 것처럼 보였고 월드컵에 의한 붉은 악마 등의 활약상도 노 대통령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다. 그런 변화의 흐름이 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지, 노 대통령의 정책을 액면 그대로 지지한다는 뜻에서 선택된 것은 아니다”

염영남기자


입력시간 : 2003-10-01 14:09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