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맛 그대로, 진국 재첩국

[맛이 있는 집] 방배동 '섬진강 미리내'
하동 맛 그대로, 진국 재첩국

요즘 섬진강 주변은 화려하게 피어난 벚꽃으로 온통 분홍빛 일색이다. 일대 곳곳에서 벚꽃축제가 열려 이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섬진강에 벚꽃을 보러 왔던 이들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 외에도 한가지를 더 기억 속에 새기고 돌아간다. 벚꽃만큼이나 많은 이들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섬진강 하류에 위치한 하동의 별미 재첩국이다.

섬진강에서 나는 작은 민물조개인 재첩을 넣고 끓여낸 재첩국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어주는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이 시원한 국물 덕에 재첩국은 술 마신 다음날 해장음식으로 더없이 좋아 찾는 이들이 많다.

서울에서도 재첩국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여러 곳 있지만 하동에서 먹던 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방배동에 위치한 ‘섬진강 미리내’는 하동 재첩국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건물 지하에 위치한 데다 아직 문을 연지도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손님들 중 상당수가 단골들이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도 꽤 된다.

설렁탕보다는 옅지만 뽀얀 국물에 부추를 가득 띄운 이 집의 재첩국은 시원하면서도 칼칼하고 또 한편으로는 담백한 맛이 혀에 착 와서 감긴다. 알이 실한 재첩이 그릇 바닥에 그득하게 깔려있어 숟가락 가득 이를 떠먹는 즐거움도 크다.

이 집이 하동 재첩국의 맛을 완벽하게 살려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선 주인부터 모든 종업원이 전부 하동 사람들이다. 여기에 이 집에서 내놓는 재첩부터 모든 재료들이 전부 하동에서 올라온다. 심지어는 재첩국의 국물까지 하동에서 직접 끓여서 올라온다.

직접 국물을 내지 않고 왜 하동에서 재첩국을 가져오는지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하동 재첩국의 참 맛을 내기 위해서이다. 재첩은 적어도 30kg 이상을 한꺼번에 넣고 끓여야 제대로 된 진한 국물이 우려져 나온다. 만약 이보다 적은 양을 넣고 끓였을 시에는 국물이 밍숭밍숭해져 시원한 맛이 덜하다.

그렇지만 재첩이 워낙 자잘한 탓에 30kg이면 시골집 가마솥의 몇 배가 넘는 솥이 필요하고 재첩을 씻기 위해서도 엄청난 양의 물이 들어가는데, 그 정도 크기의 솥을 걸만한 주방을 갖춘 곳을 찾기 쉽지 않아 고민 끝에 하동에서 직접 끓여서 가져오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매일 하동-서울간 재첩국 공수작전이 펼쳐지는데 물류비도 많이 들고 힘도 많이 든단다. 그렇지만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칼칼하면서도 시원함이 돋보이는 고향의 맛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 이런 수고로움쯤은 아무렇지도 않단다.

이 집에서는 재첩국 외에도 재첩회, 은어소금구이, 민물장어, 한정식 등 다양한 하동 향토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재첩을 채를 썬 파와 함께 초장으로 버무려 내놓는 재첩회는 초장의 매콤함과 재첩의 담백함이 조화를 이루고 여기에 파채의 시원함이 더해져 무척 맛깔스럽다. 상추나 깻잎 위에 올려놓고 쌈을 싸서 오물조물 씹어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말끔하게 생긴 은어를 왕소금으로 간을 해 구운 은어소금구이도 먹을 만하다. 은어는 회로도 많이 먹는데, 민물고기인 탓에 회보다는 구이로 먹는 게 안전하단다. 노릇노릇 구워낸 은어는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 고추냉이를 푼 간장을 찍은 후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먹어야 한다. 뼈가 드세지 않은 덕에 통째로 먹어도 전혀 이물감이 없고, 맛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하다.

▲ 메뉴 : 재첩국 정식 8,000원, 재첩회덮밥 8,000원, 재첩회 30,000원, 은어소금구이 30,000원, 재첩된장찌개 5,000원, 한정식 20,000~50,000원.

▲ 찾아가는 길 : 지하철 4, 7호선 이수역(총신대입구)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에 농협 건물이 보이는데, 이 건물 지하에 섬진강 미리내가 위치해 있다. 02-592-4700

▲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10시. 매주 일요일은 휴무.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01 14:54


손형준 자유기고가 boltagoo@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