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간장게장의 유혹

[맛이 있는 집] 군산 계곡가든
참을 수 없는 간장게장의 유혹

견물생심이라고 좋은 것을 보면 갖고 싶은 유혹이 절로 생기는 데,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단지 그런 욕구를 이성에 따라 자제할 뿐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대 죄를 짓고 타락하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있다.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서,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어서 등등 도둑질을 한 이들이 토해내는 변명은 한두 가지가 아니고, 이들 중에는 어느 정도 동정이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도둑질은 분명히 죄악이고, 도둑은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도둑이라 불리면서도 세인들의 손가락질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칭찬과 찬사를 받는 존재가 있으니 이는 또 무슨 아이러니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방방 곡곡에서 그의 도둑질이 계속되고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신고하는 이도, 잡으려고 애쓰는 이도 없다. 그는 사람이 아니다. 이쯤 되면 정체를 대충 짐작해낸 이들이 꽤 있을 터. 아무리 도둑질을 해도 전혀 죄가 되지 않는 이 도둑의 정체는? 간장게장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을 게등껍질 속에 넣고 쓱싹쓱싹 비벼 먹으면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인 간장게장. 생각만 해도 군침이 고이고, 눈앞에 있으면 밥도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른 반찬 없이도 밥 두 세 공기쯤은 너끈히 비워내게 만드는 별미이다.

등껍질에 밥을 비벼 먹는 맛도 좋지만 양념장이 짙게 배어 짭조름한 맛이 나는 다리살을 발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살을 다 먹고 나서 남은 간장에 밥을 비벼 먹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이야말로 간장게장을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게장을 담그는 간장의 경우 일반 간장이 아니라 각종 첨가물을 넣고 몇 번씩을 푹 고아낸 양념간장이어서 그 자체로도 맛이 좋을 뿐더러, 게를 담가 놓으면 게에서 배어 나온 동물성 아미노산, 당분 등이 간장에 녹아들어 영양도 풍부하다. 기름장을 바르지 않고 구운 김에 밥을 싸서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맛도 특별하다.

한편 간장게장하면 보통 다리에 털이 숭숭 나있는 민물 참게로 만든 것을 떠올리지만 바다에서 잡은 꽃게로 만든 간장게장 또한 맛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특히, 봄 철 산란기를 맞아 알이 가득 찬 싱싱한 꽃게로 만든 간장게장은 더할 나위 없는 영양식이다.

전북 군산에 ‘계곡가든’이라고 맛좋은 꽃게 간장게장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 13년째 간장게장을 해온 이 집은 군산에서는 간장게장하면 누구나 이 곳을 손꼽을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이 집의 간장게장은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고 끓인 양념장에 싱싱한 꽃게를 재워서 만든 덕에 특이한 맛과 향이 난다. 간이 적당히 배어 있는 것도 입맛을 당긴다. 숙성 기간이 오래되면 짠맛이 너무 진해지는데, 이 집의 경우 일주일 정도만을 숙성시켜 내놓기 때문에 짜지 않고, 게살의 싱싱함도 살아 있다. 2인분을 시키면 세 마리가 나오는데 홀수로 나온 게등껍질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반찬은 전체적으로 정갈하게 나오는 편이나 가짓수에 비해 먹을게 그다지 없는 편이다. 그렇지만 다른 반찬에 손이 가지 않을 만큼 간장게장의 맛이 좋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메뉴- 꽃게장 1인분 15,000원, 꽃게탕 1인분 11,000원, 꽃게찜 30,000∼50,000원.


▲찾아가는 길- 금강하구둑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군산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큰 사거리가 나온다. 이 사거리에서 아동리 방향으로 직진을 하면 도로 좌측에 계곡가든이 나온다. 063-453-0608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9시 30분. 연중무휴.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01 16:11


손형준 자유기고가 boltagoo@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