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한의 외손자'로 더 알려진 경력 5년의 중고신인

[스타탐구] 송일국

'김두한의 외손자'로 더 알려진 경력 5년의 중고신인

그를 가리켜 혹자는‘꽃총각’, 또 혹자는 ‘아줌마들의 원빈’이라고 한다. 큰 키에 잘생긴 외모, 그리고 매력적인 저음의 이 남자를 보면 절로 애틋한 감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라고.

특히 얼마 전 종영된 KBS 1TV의 아침 연속극 ‘TV 소설 - 인생화보’에서 야망에 사로잡힌 냉철한 사업가이면서 동시에 한 여자에게 뜨거운 사랑을 보내는 인물로 분했던 그는 여성 시청자들의 아침시간을 송두리째 빼앗아 그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다.

탤런트 송일국. 한때는 ‘김두한의 외손자’로 ‘연기자 김을동의 아들’로 세상에 더 알려졌던 그가 이제는 당당한 한 사람의 연기자로, 앞날이 더 기대되는 스타로 발돋움 한 것이다.

“아직도 연기는 잘 모르겠어요. ‘인생화보’ 덕분에 조금 감을 잡은 것 같긴 하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에요.” 1998년 MBC 공채 탤런트로 시작해 어느덧 연기 경력이 5년 여가 되어가지만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부족함을 느낀다는 송일국.

겸손이 천성인지 그는 인터뷰 내내 ‘모자라고’ ‘부족하고’ ‘아는 게 별로 없는’ 자신에 대해 내세우길 부끄러워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성실성

“제가 원래 끼가 별로 없어요. 뭐든지 남보다 더 훨씬 많이 노력해야 간신히 남을 따라 갈 정도죠.” 하지만 그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단역부터 시작해 주연급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그의 연기에 대한 정열과 성실성 때문이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드라마 ‘인생화보’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송일국이 맡은 배역은 조연급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 될 수록 그가 맡은 역할은 점점 비중이 높아졌고, 결국 드라마 종반부에 가서는 그는 ‘드라마에 빼 놓을 수 없는 주연’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저 감사하죠. 처음엔 ‘여자를 등쳐먹는’ 악역이었는데, 점점 극이 진행될수록 제가 봐도 너무 멋있는 역할이더라고요 (웃음). 제겐 참 잊을 수 없는 드라마로 오랫동안 남을 거예요. 연속극 주연은 처음이기도 했고, 비로소 ‘송일국’이라는 연기자를 지켜봐 주는 많은 팬들을 얻기도 했고요. 또 연말에 신인상을 받기도 했죠.

많은 연기자들이 작품에 따라 연기력이 달라진다는 걸 느낀다고 하는데, 제겐 ‘인생화보’가 그런 작품이에요. 시간이 날 땐 예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을 자주 모니터 하는 편인데 제가 봐도 ‘인생화보’ 전의 연기와 이후의 연기는 많이 다르더군요. 훨씬 더 자연스러워 졌달까? 좋은 스태프들과 좋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 것이 이처럼 큰 공부가 될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9개월 동안의 긴 여정 끝의 종영임에도 그저 섭섭하다고 했다. 그 섭섭함을 풀기 위해 조만간 스태프들과 젊은 연기자들끼리 뭉쳐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그가 ‘인생화보’를 찍으면서 얻은 건 연기력과 팬들 뿐만은 아니다. 상대역을 맡은 탤런트 ‘김정난’과의 스캔들 아닌 스캔들도 그가 얻은 것 중의 하나이다. 드라마에 몰입한 시청자들은 극중에서만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도 사귀길 바라는 염원으로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 ‘잘 어울린다.’ ‘사귀지 않느냐? 사귀었으면 좋겠다’ 라며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런 바램들은 드라마가 종영된 뒤에도 연일 드라마 게시판을 뜨겁게 달궈놓고 있다.

“정난씨는 제게 너무 고마운 존재예요. 단순히 호흡을 잘 맞춰주는 상대역뿐만이 아닌 연기 선배로서 자상한 지도를 해 준 걸요. 상대를 배려하면서 기분 나쁘지 않게 도움을 준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아마 정난씨의 그런 점이 배역에 몰두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고, 또 그런 점을 시청자분들이 예쁘게 봐 주신 것 아닐까요?”

아직은 그저 고맙고 감사한 일들뿐이라는 그는 요즘 KBS 2TV에서 방송되는 수목드라마 '장희빈’에 새로이 투입되었다. 폐비가 된 인현왕후 (박선영 분)를 복위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김춘택’이 그가 맡은 인물이다.

“정통 사극은 처음이라 아직은 많이 긴장돼요. 대사도 아직은 많이 낯설고. 하지만 많은 선배님들이 사극이 어려운 만큼 보람도 크다고 하시니까 공부하는 자세로 열심히 해 보려고요.” ‘장희빈’에 그가 투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여성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김춘택과 인현왕후의 은근한 로맨스’를 꿈꾸고 있다.

정통 사극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 구도이지만, 송일국에 대한 여성 시청자들의 낭만지수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하게 만든다.

“아무래도 드라마 ‘인생화보’와 그 전에 찍었던 미니시리즈 ‘거침없는 사랑’에서 맡았던 캐릭터 때문이겠죠? 서로 성격은 상반되는 캐릭터인데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함이 여성분들이 좋게 봐 주신 이유일 것 같아요.” 송일국.

그는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는 여느 젊은 배우들과는 달리 한발 한발 더디지만 차근차근 자신의 위치를 다져온 연기자이다. 단역에서 시작해 조역으로, 조역에서 다시 주연급으로 조금씩, 그리고 느리게 시청자들 가까이에 다가왔다. 그런 자신의 더딘 행보가 불만스럽진 않았을까?

“ 아뇨. 오히려 지금에서야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알아주시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만약 어린 나이에 인기에 맛을 들였다면 지금과 같은 마음가짐을 절대 느낄 수 없었을 거예요. 제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연기의 소중함과 겸손함과 성실을 가르쳐 준 건 바로 시간이거든요.”


‘사내’다운 인생, 평생 숙제로

‘멋있는 사람’ 그리고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남자, 송일국.

그는 어머니가 해주신 “사내가 되라”는 말이 평생의 숙제라고 했다. 진짜 멋있는 ‘사내’가 되어 멋지게 늙어가고 싶은 게 소중한 그의 꿈이라고.

또한 아직은 감히 ‘배우’라는 이름 앞에 떳떳할 순 없지만 언젠가 ‘배우’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펼쳐보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고 했다. 꿈과 소망이 아름다운 남자, 송일국. 넘치는 끼와 화려함은 없지만 그의 성실함과 겸손이 빚어내는 잔잔한 연기 열정만으로도 그의 미래는 그의 꿈대로 펼쳐지리란 기대를 가져본다.

“어머니와 함께 연기해요.”
   

그가 새로이 출연하는 ‘장희빈’엔 그의 어머니(김을동)도 함께 출연하고 있다. 어머니와 한 작품에서 공연하는 일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처음엔 안하려고 했어요.

예전에 토크쇼 같은 데서도 ‘어머니와 한 작품에서 공연하진 않겠다. 라고 공언 했었고. 아무래도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이젠 김을동의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연기자 송일국으로 봐 준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비로소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어머니가 무리하시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사실 어머니가 ‘장희빈’에 출연하기 전에 몸이 안 좋아서 수술을 받으셨거든요. 그런데도 퇴원 사흘 만에 연기에 임하시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의 연기열정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어머니의 아들인 만큼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김성주 연예라이터


김성주 연예라이터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