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동물의 비동물화와 인간의 비인간화


■ 휴머니즘의 동물학 (비투스 B. 드뢰셔 지음/이영희 옮김/이마고 펴냄)

“동물들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원칙이 지배한다.” 다윈 이래 우리의 인식은 여기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지난 십 수년동안 동물행동 연구 결과도 이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약육강식론은 종종 인간 세계에까지 확장된 게 사실이다. 이는 물론 인간이 자신들의 생존 경쟁에서 나타나는 범죄성을 변명하기 위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 드뢰셔는 “동물들의 생존에 필요한 것은 공격성이 아니라 사회적인 협력”이라고 주장한다. 기존의 견해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동물들은 이제껏 동물학자들이 믿어왔던 것 보다 훨씬 더 ‘인간적으로’행동한다는 게 지은이의 믿음이다.

지은이는 동물의 공격성은 살아 남기 위한 필요악이 아니라 사악한 것, 통제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약자에 대한 강자의 승리는 더 이상 보편적인 생존전략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지은이는 무작정 우기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사례를 들고 있다. 이를테면 사바나개코 원숭이들의 사회에서 우두머리는 가장 힘이 세고 사나운 수컷이 아니다. 지혜로운 암컷이 무리를 이끈다.

방울뱀은 동족끼리 싸울 때는 결코 독니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나워진 늑대 무리를 폭력이 아닌 노래로 한 순간에 잠재우는 우두머리 늑대가 있고, 코끼리 집단은 늙어서 장님이 된 경험많은 할머니 코끼리를 우두머리로 삼는 지혜를 갖고 있다.

지은이가 이 책을 쓴 근본적인 목적은 그 동안 잘못 알려진 동물행동학의 오류를 지적하는 게 아니다. 그의 동물에 관한 논의는 궁극적으로 인간세계를 겨냥하고 있다. 동물의 사회적인 능력과 인간의 공동생활을 비교분석하면서 인간사회를 비판하려는 게 지은이의 집필 의도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한 비인간화 문제, 자원 고갈, 각종 사회 범죄 등 인간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동물사회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 지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동물이 인간보다 훨씬 낫다고, 그러니 인간이 동물에게 서 배워야 한다고만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가 ‘인간적인 동물의 행동’과 ‘야만적인 인간의 행동’을 비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목적은 인간까지 포함해 모든 동물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자연의 위대한 원칙, 자연의 사회적 원칙을 존중하고 또 실천에 옮기고자 권하는 데에 있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0-02 11:29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