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공연준비로 행복한 나날, 연극 전공한 정통 연기파 개그맨

[스타탐구] 개그맨 홍록기

뮤지컬 공연준비로 행복한 나날, 연극 전공한 정통 연기파 개그맨

개그맨 홍록기, 그에겐 ‘개성파’란 말이 늘 꼬리처럼 뒤따라 다닌다. 절대 잘생겼다고 말할 수 없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가 발산하는 유쾌한 자신감과 당당한 모습들은 그에게 ‘개성파 미남’이란 칭호를 선사하게 만들었다. 그의 당당함은 KBS 2TV에서 방영되는 ‘논쟁 버라이어티 -당신의 결정’에 참여하는 수많은 패널들 중에서도 단연 그를 돋보이게 한다.

그가 요즘 한창 뮤지컬 재미에 빠져있다. 이미 지난해 ‘록키호러쇼’란 컬트 뮤지컬에서 ‘프랑큰퍼트’ 역을 맡아 망사 스타킹과 스트링 팬티 차림의 충격적인 의상과 경쾌한 역할 해석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그는 현재 뮤지컬 ‘그리스’의 프리뷰 공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6월 7일부터 ‘예술의 전당-토월극장’에서 정식 공연되는 뮤지컬 ‘그리스’는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존이 주연한 뮤지컬 영화로 더욱 유명한 작품.

그가 맡은 역은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극의 재미를 좌우하는 ‘케니 키’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논다 하는 학생들이 모인 불법 서클의 짱이에요. 저랑 딱 어울리지 않아요? (웃음)”


뮤지컬 ‘그리스’에서 불량학생으로

아직도 ‘록키호러쇼’에서 보여줬던 충격적인 컨셉의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리스’에선 또 어떤 강한 모습을 보여줄지 물어보자 “직접 와서 보면 안다”며 나이를 잊은 악동다운 미소를 보여준다.

“제가 맡은 케니 키란 인물은 자동차 광이에요. 불량 학생답게 다른 자동차의 부품을 훔쳐서 자기가 원하는 차로 개조하는 놈이죠. 그런 과정들에서 유쾌, 경쾌, 통쾌한 그 또래의 면모를 보여주게 되죠. 에이 일일이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직접 와서 보시면 더 잘 알죠.

뮤지컬을 젊은 사람만 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특히 뮤지컬 ‘그리스’같은 경우는 나이 드신 분들도 젊은 시절의 향수를 일깨울 수 있고, 귀에 익어 익숙하면서도 흥겨운 로큰롤 리듬에 나이 따윈 까맣게 잊게 될 테니까 꼭 한번들 보세요. 재미는 저 록기가 장담한다니까요?!”

무대 공연은 뮤지컬 ‘태’와 ‘록키호러쇼’, 그리고 여러 편의 연극 등에 이어 어느덧 6번째. TV에서 보이는 모습이 뜸하다 했더니 그 동안 무대의 재미에 푹 빠져있었던 모양이다.

“많은 분들이 물으시더군요. 개그맨이 웬 연극, 웬 뮤지컬이냐고. 하지만 개그도 연기란 걸 모르셔서 하시는 말 같아요. 제 원래 전공이 연극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무대에 오르는 일이 낯설거나 하진 않아요. 제 자리에 선다는 느낌이 강하죠.”

그는 무대에 오르면서 늘 관객의 즐거움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맡은 역할에 몰입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순간에도 보는 이들이 공연을 보고 자신을 보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으로 알려진 만큼 무대에 올라서도 웃음과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그에게 TV 활동과 무대연기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연습량과 호흡의 차이가 제일 크겠죠? 방송이 짧고 즉흥적이면서 애드리브가 강한 ‘순간의 예술’이라면 무대 연기는 연습량도 많고 호흡도 2시간 내내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죠.”


세대 벽 허무는 웃음주는 MC가 꿈

뮤지컬 공연 외에도 그는 현재 여러 오락 프로그램에서 재치 있는 입담을 뽐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당신의 결정’외에도, ‘강호동의 천생연분’ 등에서 삼십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활약을 하고 있다. 왕성한 활동에 비추어 비교적 출연이 뜸해진 정통 코미디나 개그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해 졌다.

세대 벽 허무는 웃음주는 MC가 꿈 “아쉬움이요? 그건 끝났을 때 쓰는 말 아닌가요? 저 아직도 현역이에요! (웃음) 비록 개그 프로그램이나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진 않지만, 내 자신이 즐거움을 주는 직업인 개그맨이라는 건 한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개그맨이 꼭 개그 프로에서만 활동하란 법 있나요? 여러 장르에서 폭넓은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개그맨인 것이죠. 제 꿈이 뭔지 아세요? 십년 후, 혹은 이십년 후에라도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세대의 갭을 허물며 웃음을 주는 이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일본 쪽엔 그런 MC가 있더라고요. 어린 연예인들을 이끌며 프로그램 전체에 활력을 주는, 연륜이 뭔지 보여주는 그런 MC요. 저도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개그맨으로 데뷔했을 때 어느 선배가 그러더군요. 우스운 사람이 아닌 웃기는 사람이 되자. 이 말은 개그맨들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거예요. 어떤 선배냐고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러니까 그냥 선배라고 하는 거겠죠? (웃음)”

그는 참 당당하다. 그를 보면 그 당당함이, 빛나는 자신감이 밉지가 않다.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모인 연예계에서도 그의 자신감은 ‘자만감’으로 비춰지기 보단 홍록기만의 ‘개성’으로 빛을 발한다.

“자신감이 어디에서 생기냐고요? 그래요, 저 못생겼어요! 그 얘기 하고 싶으신 거죠? 못생긴데도 그 자신감은 도대체 뭐냐고….(웃음) 전 저 자신을 사랑해요. 그러다 보니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거겠지만, 제겐 한 가지 철칙이 더 있거든요. 내가 즐거우면 상대방도 즐겁다. 내가 행복하면 상대방도 행복하다. 어때요,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그의 이런 낙천적 사고는 연예인으로서, 스타로서의 삶을 더욱 편하게 해 준다고.말도 많고 탈도 많고, 삐딱한 눈으로 보는 시선들도 많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자신으로 인해 즐거워 한다는 게 너무나 행복해서 연예인으로서의 작은 불편 따위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예인이 돼서 좋은 점이, 연예인이 돼서 불편한 점보다 더 크니까 하는 거겠죠? 사람들의 시선이나 선입견, 편견들은 이미 몸에 익어서 그리 불편하지도 않고요.”역시나 끝까지 위풍당당한 면모가 돋보이는 대답을 잊지 않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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