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3년만에 억대 연봉으로 몸값 올린 전문 컨설턴트

[직업의 세계] 헤드헌터 최경숙
입사3년만에 억대 연봉으로 몸값 올린 전문 컨설턴트

산악인도 아니면서 자꾸 산 얘기를 꺼낸다. “ 작년 여름 월악산에 오르는데 어찌나 힘들던지, 그냥 집에서 쉴 걸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인가 후회막심 하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정상에 도착하고 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거예요. 오길 정말 잘했구나 했어요. ”

정작 하고 싶은 소리는 그 뒤부터다. “이 일도 똑같아요. 과정이 얼마나 힘들든 정상을 보기 전에는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아요.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득이예요.”

입사 3년 만에 억대 연봉을 맴도는, 만만찮은 몸값의 이 여자. 헤드헌터다. 이름 최경숙. 나이 41세. 남편과 아들 둘을 둔 평범한 여성이다. 최씨에게 이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 회사는 (주)HRKorea라는 헤드헌터사다.

그만큼 이 곳에 필요한 사람이란 소리다. 물론, 당신이라고 그만한 연봉을 받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동시에, 당신이라고 그만한 연봉을 쉽게 받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최씨와 당신 사이에 무엇이 차이 나는가? 지금부터 확인해본다.


함부로 사표 던지지 마라


- 당신만 돈을 많이 받는건가, 아니면 평균적으로 고소득인가?

“고소득 직종인건 사실이다. 보통 대기업에 다니는 동년배보다 급여수준이 높다. 원래 기본급에다 자신이 성사시킨 실적만큼 수입이 추가된 액수로 받게 되는데,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신참 헤드헌터가 200~300만원 정도 받는다. 그리고 위로는 억대 연봉자들까지 헤드헌터마다 소득이 천차만별이다.”


- 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 기업에서 어떤 인재가 필요하다고 의뢰해오면 그에 맞는 사람을 찾아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그렇게 우리가 추천한 후보자가 정식 채용될 경우 해당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게 된다. 초창기에는 임원급 이상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직급도 분야도 많이 다양해졌다.”


- 현재 쉬고 있는 분들이 후보 대상자인가?

“ 그분들도 포함되지만, 대부분 현업에 있는 분들이 타깃이 된다. 똑같은 경력과 업무능력이라도, 현재 현업에 있지 않을 경우에는 ‘왜 쉬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부터 먼저 기업측에 납득을 시켜야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현업자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니 당신도 설령 딴 생각이 있더라도 불쑥 사표부터 던지지는 말라. 특히 잘 나갈 때 미리 경력 관리를 해야 한다.”


- 원래 이직 뜻이 없던 사람이 당신의 제의를 받고 회사를 옮기게 됐을 경우, 나중에라도 혹시 당사자로부터 후회나 원망을 듣는 일은 없는가?

“ 성인인 이상,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혹해 자신의 인생을 함부로 결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정보와 기회만 제공할 뿐,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이것이 타인의 인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이니 만큼 상당히 책임감을 느끼며 신중하게 진행한다.

원망이 아니라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 언젠가는 어떤 벤처회사의 오픈하우스 행사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모인 사람들을 보니 사실상 그 회사를 끌어가는 핵심 인물중 너댓사람이 모두 내 손으로 추천한 사람이었다. 남몰래 가슴이 찡했다. 그럴 때 보람을 느낀다.”


- 일하는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어떤건가?

“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고 분석하는 게 제일 어렵고 중요하다. 공식적인 기준 외에도 헤드헌터 스스로 알아서 간파해야되는 부분이 생긴다. 예를 들면, 정식으로 요구받은 적은 없지만 알고보면 명문대 출신이라야 통과가 되더라든가, 개인의 인성이나 도덕성을 특히 중시하는 기업이라든가, 키가 너무 커도 안되는 직무 등 업종의 특성이나 담당 역할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그런 사소한 것까지 빨리 간파할수록 성사율이 높아진다.

또 맡은 업종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해야 된다. 일간지, 전문지등을 수시로 체크해 업계 동향을 살피고, 업계의 기업 순위나 여건 등 관련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판을 짤 수 있는 것이다. 1차적으로는 이미 자체적으로 확보된 회원 후보들 중에서 찾지만, 그 가운데에 없으면 직접 현장을 뛰어서 발굴해내기도 한다.”


- 갑자기 어디서 어떻게 사람을 찾나?

“ 해당 업종의 전문가들을 수시로 찾아 다니며 정보를 구한다. 그분들에게는 아주 생생하고 도움되는 정보들이 많다. 그럭저럭 후보자 범위가 어느 정도 좁혀지면 그때부터 당사자와 1대 1로 접촉해 의사를 타진한다. 본인이 결정 내릴 때까지 수시로 연락해 추이를 살피고, 설득하고, 그런 게 우리의 평소 일과다.”


- 이쪽에서 추천을 하면 기업측에서 바로 채용 결정을 내리나?

“그게 아니니까 어려운 거다. 딱 이 사람이 적임자겠다 싶어 그 이력서를 가져갔는데 기업측에서는 서류를 보자마자 바로 고개를 저을 때도 있다. 정말 맥이 풀린다. 그러면 또 2차, 3차 물색에 나서야 된다. 채용이 결정될 때까지 계속 이런 과정을 되풀이해야 된다.

더구나 보통 두세 군데 헤드헌터사에 같은 일이 동시에 의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만 아니라 경쟁사의 헤드헌터도 동시에 뛴다. 누가 먼저 찾느냐가 능력이고 관건이다. 만약 경쟁 헤드헌터가 추천한 후보가 채용될 경우, 나는 그대로 끝이다. 그 동안 1년이 걸렸든 얼마나 힘들었든, 지난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금전적 보상도 없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말 허탈한 일이다.”


책임감ㆍ끈기 필요, 성사율 90%


- 당신의 성사율은 얼마쯤 되나? 누구든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나?

“ 내 경우 성사율이 80~90%쯤 된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임감과 끈기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것 때문에 헤드헌터가 되겠다고 몰려온 지원자 10명중 8명 정도는 초반에 스스로 나가떨어진다. 바깥에서 보기엔 수입도 높고 그럴싸해보이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 생각해보라, 몇 달 동안 밤새가며 매달린 일인데 결국 고생만 하고 아무 보상도 없이 손을 털게 된다면 누구라도 쉽게 지치지 않겠는가.”


- 개인적으로 제일 일이 꼬였던 경우는 어떤건가?

“ 모 대기업 A과장을 B 벤처기업 차장으로 옮겨주는 경우였는데, 처음엔 B기업쪽에서 아주 흡족해하며 2차 면접까지 간 상황에서 갑자기 A의 상사가 될 B측 한 임원이 자기보다 나이가 한 살 많아 불편하다고 해 결국 무산됐다.

그런데 6개월 뒤인가 그만한 사람이 없더라며 다시 주선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A과장도 다시 응해줘서 일사천리로 일이 재추진됐는데, 계약서에 사인까지 마친 상황에서 이번엔 A과장이 ‘못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퇴직서를 내자 원래 회사의 상사들이 다른 옵션까지 제시하며 강력하게 붙잡는 바람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그 뒤에도 ‘가겠다’, ‘도저히 안되겠다’ 세 번이나 번복이 이어졌다. 결국에는 옮겨서 현재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계신데, 그러기까지 1년을 끌었다. 나중에 내게 너무 미안해 하시길래 ‘내가 당신 가족이라도 그만큼 고민할 수 밖에 없었을 거다. 이해한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그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 성격적으로 안 맞으면 상당히 스트레스 쌓일 일 같다. 활달한 성격이라야 좋은가?

“ 외향적이면 더 도움은 되겠지만, 내가 보기에 성격과 큰 상관은 없는 것 같다. 말을 잘한다고 꼭 일을 잘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내성적이더라도 끝까지 집중해서 책임질 수만 있으면 된다. 다만, 사회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되는 점은 있다.”


- 당신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가?

“ 원래 외국계 은행에서 10년간 근무하다가 어머니의 병환과 육아 문제로 그만두게 됐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도 평생 직업이 될만한 것을 찾아 전문 카운슬러 공부와 영어 공부를 하다가 마침 98년 노동부에서 전문 직업상담원을 뽑는 것을 보고 응시해 합격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바로 지금같은 일을 한 셈이다.

그리고 직업상담원 4년차에 접어들 때 쯤 지금의 회사로 스카우트 돼 헤드헌터가 되었다.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 성격을 아는 남편은 ‘당신 적성에 더 맞겠다’며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뭔가 자신이 주도적으로 일하기를 좋아하고, 꼭 끝을 봐야 되는 성격이라면 누구든 이 일에 잘 맞을 것이다.”


- 당신이라면 좀 더 합리적인 조언이 나올 것 같아서 물어본다. 가령 적성과 현실 사이에서 갈紵求?직장인이 있다면, 당신이라면 뭐라고 조언해주고 싶은가?

“ 주어진 현실을 무시한 채 적성만으로 살 수는 없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 정확한 판단과 정리가 돼야 한다. 하지만 정 적성에 맞지않아 매일 사표 쓸 생각만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앉아서 고민만 하지말고 미리 기회를 알아보고 준비해서 옮기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같은 전문 컨설턴트나 직업상담기관을 찾아 함께 고민해보면 뭔가 답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노력과 준비없이 되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건 분명하다.”


내 일에 가슴 뿌듯한 행복감

얼마 전 늦은 밤, 자주 그러듯이 혼자서 야근을 하고 있던 최씨는 평생 잊지못할 짜릿한 순간을 경험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책상 위에 쌓인 100명의 이력서를 읽고 있는데 갑자기 ‘아,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 나 너무 행복하구나’어떤 전율처럼 가슴이 찡해지더라구요.”

그건 화려한 명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집을 제대로 찾아 들어간 자의 포만감. 그 자신이 프로인 프로페셔널의 대표 전사, 한 헤드헌터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우리의 직업 검색엔진은 다음주부터 본격 가동된다.

정영주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02 14:57


정영주 자유기고가 pinn@dd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