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도덕성 시비에 휩싸인 김정태 국민은행장


연초부터 교체설이 끊이지 않는 김정태 국민은행장을 둘러싸고 지난 주 두 가지 뉴스가 전해졌다. 그가 지난해 자사주 매입 기간 중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한 것과 관련된 뉴스였다.

하나는 감사원이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금감위에 인사 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김 행장의 뛰어난 감각을 극찬하며 ‘고수’로 지칭했다는 것이다.

언뜻 정 반대의 논리를 펴는 뉴스인 것처럼 비춰졌지만 실상 맥락은 다르지 않았다. 해당 애널리스트의 평가를 보자.

“스톡옵션 행사 당시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국민은행 주가가 8만~9만원까지 상승한다고 예상했지만 지금 보면 차트가 무너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당시 자사주 매입이 주가 하락을 받친 흔적이 역력하다. 김 행장은 다른 애널리스트들보다 뛰어난 감각으로 하반기 증시 침체와 국민은행의 주가 하락을 점친 것 같다.”

김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 개시일(지난해 8월6일) 당시 국민은행의 3개월 평균 주가(스톡옵션 가격 산정 기준)는 6만원대로 사상 최고 수준. 자사주 매입이 스톡옵션 시가 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얘기였고, 김 행장에 대한 극찬은 역으로 비도덕성에 대한 비난이기도 했다.

입을 꼭 닫고 있는 김 행장을 대신해 국민은행측은 이렇게 해명한다. “자사주 매입일(7월30일)과 스톡옵션 행사일(8월6일) 사이에 불과 5~6일 밖에 차이가 없는 만큼 자사주 매입이 시가 산정에 미친 영향은 극히 미미했다. 또 행사이익의 50%를 수재의연금 등으로 기부하겠다는 당초 약속도 지키지 않았느냐.”

실제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것은 7월26일이어서 시가 산정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을 거라는 지적이나, 부도덕한 행위로 얻은 이익이라면 사회에 환원한다고 면죄부를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은 접어 두자. 지금 이 순간에도 김 행장의 순수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 이들이 적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해도 내부 정보를 누구보다 가장 많이 알고 있을 최고 경영자로서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는’ 일이 그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시장과 주주에 대한 무례임을 몰랐다는 건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급성 폐렴으로 입원한 지 43일만에 최근에야 겨우 출근한 그에게는 너무 가혹한 비판일지는 몰라도.

이영태 기자


입력시간 : 2003-10-02 16:32


이영태 기자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