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반해버린 매력의 고음

[재즈프레소] 정말로-전제덕 콘서트
정말로 반해버린 매력의 고음

“제덕씨의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맹인 가수인 스티비 원더의 목소리에서 흑인적 소울 감각만 빠졌다고나 할까요, 하여튼 국내서는 무척 드문 음색이죠. 게다가 노래만 떼놓고 봐도 아주 잘 부르는 실력이었어요.” 정말로가 덧니를 시원스레 드러내 보이며 특유의 미소를 터뜨렸다.

그녀의 3집 ‘벚꽃지다’에서 하모니커를 멋들어지게 연주해 준 시각 장애인 전제덕의 노래 솜씨가 대중앞에 공개된다. 전제덕과 음악 작업을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노래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정말로가 부쩍 들떠 있는 것은 자신의 첫 대극장 공연이라는 사실 보다도, 전제덕과 함께 꾸미는 무대라는 점 때문이다.

전제덕이 가수로 변신한다. 그룹 카펜터스의 노래로 잘 알려진 ‘Solitaire’를 무대에서 부르기로 했다. 전제덕의 생일인 6월 20일, 앨범 관계자들과 가졌던 파티 자리에서 정말로가 내 놓은 제의가 받아들여 진 것.

무엇보다 전제덕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화려한 악기의 뒷전 신세였던 하모니커가 솔로 악기로서의 가능성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 관객 앞에서 한 번 검증 받아보겠다는 의도다. “아무리 신디사이저가 발달한다 해도 부는 느낌은 아무리 해도 안 나죠.”

이 말은 하모니커의 달인 리 오스카가 2001년 내한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 했던 바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진술은 놀랍게 닮아 있다. 오스카는 “하모니커가 신디사이저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인간의 숨결(human breath)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 말은 결국, 전자 악기가 아무리 발달해도 어쿠스틱 음의 특질을 고스란히 따라 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대한 비슷하게 모방할 수는 있겠지만.

한 무대에서 하모니커 연주를 이렇게 많이 하기도 처음이지만, 정규 무대에서 노래 부르기 또한 처음이다. 전제덕은 이 같은 시도가 일회성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는 “노래 연습은 1996년 이래 쭉 해 왔다”며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에서는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숨어 있던 꿈을 일깨운 정말로가 그냥 있지 못 한다.

그녀는 “전제덕씨는 멜 토메(Mel Torme)처럼 부드러운 고음이 매력적”이라며 “본인이 원한다면 재즈 보컬을 본격 지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즈 형식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 마음만 먹으면 훌륭한 보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찬사다. 재즈 보컬이라 하면 여성이 독식하다시피 하는 한국적 현상을 타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제덕은 이로써 그의 음악 경력에 또 하나 공식적으로 추가할 항목이 생겼다.김덕수의 사물놀이 한울림에서 시각장애인 사물놀이반으로 음악 경력을 시작한 전제덕이 노래쪽으로도 재질이 있음을 확인한 것은 1998년. 그는 “장구만 치려니 지겨웠다”고 ‘일탈’의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당시 무대에는 예상밖의 해프닝에 객석이 놀랐고, 만만찮은 노래 실력에 감탄했다. 전제덕이 부른 팝 가수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 때문이었다. 특히 원곡에서처럼 노래와 더불어 하모니커까지 멋들어지게 부니 빌리 조엘이 울고 갈 판이었다.

지하철 계단에서 다정스레 앉아 달라는 사진 기자의 요청에 바싹 다가 앉은 둘은 오누이가 따로 없었다. “앨범에서 함께 수록됐던 ‘섬진강’ 등 세 곡은 물론, 재즈식으로 편곡한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도 들려 줄 거예요.” 정말로가 몇 마디 덧붙인다.

임미정(피아노), 전성식(베이스), 크리스 바가(드럼) 등 1급 재즈맨에다 보컬 이정은이 가세하는 이번 공연은 7월 11~12일 한전아츠풀 센터. 정말로가 중앙에, 전제덕은 보통 색소폰이 자리하는 위치에 서서 공연한다.

투츠 틸레망에 견줄만한 하모니커 실력에 스티비 원더의 목소리를 겸비한 우리의 재즈 뮤지션이 세상을 향해 막 날아 오를 채비를 갖춘 셈이다.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 2003-10-02 17:30


장병욱 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