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여수수, 검찰 소환에 대선자금 건드리며 벼랑 끝 결사항전 태세

[굿모닝 시티 게이트] '뇌관' 쥔 정대철, 마지막 승부수
4억여수수, 검찰 소환에 대선자금 건드리며 벼랑 끝 결사항전 태세

“장렬한 산화냐, 결사 항전이냐”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정치적 명운을 건 외줄타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정 대표를 7월15일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혔으나 정 대표측은 이에 응하지 않은 채 당 안팎의 주변 문제가 정리된 이후인 7월 말께 자진 출두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갈 때 가더라도 순순히 따르지는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정 대표는 굿모닝시티 윤창렬(구속) 대표로부터 4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본인도 이에 대해 이미 사실인증을 한 상태다. 정치자금법 위반인 데다 경우에 따라서는 뇌물수수 혐의까지 적용될 수도 있다. 이미 경성비리사건과 관련,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어서 정 대표의 정치적 도덕성에는 씻을 수 없는 심한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배수의 진을 친 정 대표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미 ‘성역중의 성역’인 대선자금의 판도라 상자 뚜껑을 일부 열어 젖힌 상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표직 사퇴 요구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검찰이 정치자금을 받은 것을 수뢰혐의로 언론에 흘리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한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 신 주류, 또 수사 당사자인 검찰에게 까지 ‘결사항전’의 자세를 취한 채 벼랑 끝 모험을 계속하고 있다.


"나혼자 죽을 수는 없다?"

‘굿모닝 게이트’가 정 대표를 향해 옥죄어오던 7월11일 그는 자금 수수 해명과정에서 느닷없이 대선자금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바로 전날 “대선자금으로 2억원을 받았다”고 언급한 데 이은 두번째 대선자금 폭로시리즈였다.

그는 이날 오전에 열린 의원총회 모두에서 신상발언을 자청, “굿모닝 대표인 윤창열씨로부터 4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공개하는 것으로 기나긴 ‘항전’을 시작했다. 낮에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 대선 당시 총무본부장인 이상수 사무총장에게 토스한 돈이 10억원 정도 된다"며 포문을 열었다.

또 오후에는 “지난 1월 이 총장 보고 때 대선잔금이 40억원쯤 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최근 확인해보니 10억원인가 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며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모든 것은 이 총장에게 물어보라”며 이 총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어 오후 5시께는 “대선 때 당이 받은 돈이 돼지저금통을 빼고도 200억원이 된다"며 ‘폭탄선언’의 대미를 장식했다.

물론 정 대표는 이상수 총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 대표가 착각한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내역을 설명하자 “이정일 의원으로부터 빌린 50억원을 오해해 200억원이라고 말한 것 같다"고 번복했지만 대선자금 모금과 관련한 민주당의 도덕성은 이미 심각하게 실추된 뒤였다.

정 대표의 잇단 돌출 발언으로 당연히 청와대와 민주당 신 주류 측은 난리가 났다. ‘청와대 압박용’과 ‘물귀신작전’ 등의 추측이 제기되면서 의도적이냐 실수한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지만 대체로 실수로 보기에는 파장이 너무 큰 사안이라는데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 파문이 최근 신당 추진과정에서 다른 행보를 취하려는 정 대표에 대한 권력 이너(Inner) 서클의 고사작전에 대항하려는 정 대표의 의도적인 판도라 상자 열기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 대표 측 "대표사퇴는 있을 수 없다"

정 대표 발언 파문과 관련,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내가 그렇게 돈을 받았다면 나는 (자리에 연연) 안 한다”고 사실상 우회적으로 정 대표의 퇴진을 촉구했다. 물론 문 실장 측은 대통령의 의도이거나, 대통령 의도를 간접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청와대 내부 기류에 대한 문 실장의 간접 통보의 냄새가 풍겨진다.

문 실장은 본인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7월12일 정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진의가 와전됐다"고 해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 사퇴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문 실장이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의 거취 문제를 언급한 배경에는 이미 사태가 수습불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정 대표가 스스로 판단해 거취를 결정할 시간적 여유와 명분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정 대표 문제에 대해 중국 방문후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심경의 일단을 피력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 대표의 ‘자해성 폭로’에 진노한 것인지, 당에서 알아서 정리할 문제라고 판단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정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전반적인 기류는 극히 냉소적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까지 지낸 인사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대선자금’ 부분을 불쑥 얘기해 평지풍파를 일으키느냐는 불만이 가득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 대표를 만난 김상현 의원은 “정 대표를 만나 얘기했는데 대표직을 유지하는 쪽으로 됐다”며 “검찰 소환문제는 정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11일 밝힌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할지는 당과 동지와 깊이 상의해 결정하겠다"며 거취 표명을 유보한 데 따른 결론적 성격이다. 즉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여권 일각의 정서에 강공 대응을 천명한 셈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인지 정 대표를 지나치게 자극하거나 코너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기류도 일부 감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 대표가 감정 섞인 폭로전을 이어갈 지 여부에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와 검찰 측도 바짝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마지막 외줄타기 도박에 대한 결과가 궁금해진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 발언 모음

1. “굿모닝시티 측으로부터 받은 돈은 대선자금 2억원이 전부다. 이외에는 1원도 더 받은 적 없다. 이를 모두 적법한 대선자금으로 활용했다”

2. “굿모닝시티 윤창열 대표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은 4억2,000만원이다. 대선 때 받은 2억원 외에 대표경선 당시 2억원도 받았다. 대선후원금 2억원은 이상수 당시 총무본부장에게 직접 전달했고 서울시지부 1억원과 정대철 명의 후원금 5,000만원으로 영수증 처리했다. 나머지 5,000만원은 중앙당 회계 당사자에게 영수증 발급 부탁했는데 안돼 있더라”

3. “이상수 총장이 2억원은 받은 것 같다고 말하더라. 전부 토스한 돈은 10억원 정도 된다”

4. “지난 대선 때 기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대선자금은 200억원 가량 된다. 그 금액은 돼지저금통을 통해 모금한 액수를 뺀 것이다”

5. “대선 잔금 규모가 이 총장에게 보고받을 때 40억원인가 30억원인가 남았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10억원 밖에 안남았다고 하더라.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모든 것은 이 총장에게 물어보라”

6. “내가 착각을 한 것 같다. 돼지저금통으로 모금한 70억원과 이정일 의원에게 빌린 50억원을 (대선자금 200억원 모금에) 포함한 것이다”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 발언 모음

1. “정 대표가 대선 때 가져온 금액은 4억~5억원선”

2. “정 대표가 직접 가져온 것은 4억~5억원이고 정 대표의 소개로 모금한 후원금은 5억~6억원에 이른다. 총 기업체로부터의 대선 모금액은 140억~150억원 정도이므로 정 대표의 200억원 발언은 착오가 있는 것 같다. 국고보조금 250억원을 포함하면 모두 390억원이 들어갔다. 대선 후 40억원 정도 남았지만 1,2월에 당 살림하느라 썼다”

3. “전체 후원금 150억원중 일반기업과 당내 특별 당비가 100억원이고 돼지저금통 및 국민성금이 50억원이다. 국가선거보조금은 대선전 120억원과 대선후 130억원 등 총 250억원이다. 대선 총 수익금은 400억원 가량이다”

염영남기자


입력시간 : 2003-10-02 17:45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