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충무로 '다오리' 고등어구이


간고등어로 유명한 안동이 고향인 필자는 고등어구이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고등어구이라 함은 물론 소금에 절인 자반 고등어다. 고등어에 소금을 뿌리는 것은 저장성을 좋게 하자는 이유도 있지만 생선 살 속에 녹아있는 맛있는 성분을 밖으로 끌어내 주는 역할도 한다. 자반고등어의 감칠맛은 바로 소금 덕분인 셈이다.

굳이 안동이 고향이 아니더라도 고등어에 대한 추억 한 두 편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밥상에 오른 간(자반)고등어 한 토막에 함부로 젓가락을 가져가지 못했던 그때. 밥을 가득 푼 숟가락 위에 고등어 한 점 올려주시던 어머니, 알뜰하게 가시까지 발라먹던 아이들, 작은 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 밥과 함께 꿀꺽 삼키면 내려간다는 말에 몇 숟갈이나 연거푸 먹었던 기억….

비록 마음껏 먹지는 못했지만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는 어린 날의 한 장면이다. 그래서일까? 고등어구이는 특별한 반찬이다. 특별한 맛 때문이 아니라 특별한 기억 때문에.

요즘 아이들은 고등어구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가지나물이나 청국장 같이 조금이라도 옛날 냄새가 난다 싶은 음식은 대부분 싫어 한다. 자기 입맛에 맞춘 반찬들로 가득한 식탁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요즘 아이들은 나중에 30대, 40대가 되어 어떤 음식을 그리워하고 추억하게 될까?

좁은 골목사이 숱한 사무실이 밀집한 충무로에 어린 시절을 되살리는 고등어구이집이 있다. 간판은 아예 없고 문에 ‘다오리’라는 상호가 조그마하게 적혀있을 뿐이다. 점심시간이면 이 집 앞에는 늘 몇 명의 손님이 기다린다. 금방 자리가 나는 편이라서 문밖에 잠시 서있더라도 이곳에서 먹고 가려고 기다리는 것이다.

손님은 대부분 이 근처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실내에는 대여섯 개의 테이블이 전부. 한꺼번에 스무 명 정도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실내는 무척 작다. 메뉴는 고를 것도 없이 고등어구이다. 겨울철에는 동태찌게도 하지만 지금은 오직 하나 고등어구이.

고등어 굽는 것도 명물이다. 식당 문밖에 커다란 숯불 화로를 만들어두고 종일 굽는다. 식사시간 전에 살짝 구워두고,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숯불에 올려 먹음직스럽게 구워 바로 접시에 담아 낸다. 기다리는 동안 고등어 굽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입안에 침이 흥건해진다.

뜨겁게 구워서 금방 내온 고등어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숯불에 굽기 때문에 보통 집에서 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에 구워 낸 것보다 훨씬 맛있다. 은근한 향도 느껴진다. 숯불이 세기 때문에 껍질 부분은 보통 조금씩 타게 마련. 까맣게 탄 부분은 떼어 내고 먹는 것이 좋다.

살이 얇은 쪽은 바삭하게 구워져 고소하고, 두툼한 쪽은 부드럽다. 짜지 않고 간간한 것이 밥 반찬으로는 그만이다. 반찬은 잘 익힌 깍두기에 미역줄기 볶음이나 콩나물 무침 등 주로 나물 반찬인데 세 가지가 기본. 된장을 살짝 풀어 끓인 우거지 된장국이 곁들여 나온다. 고등어는 밥 한 공기를 쓱싹 비우고도 조금 남을 정도로 큰 토막이 두 개.

차림새로 보자면 소박하기 그지없다. 밥과 고등어, 반찬, 국까지 거의 대부분 깨끗하게 비우고 나간다. ‘버려지는 음식이 적을수록 맛있는 밥상이다’라고 하면 너무 단순한 판단일까? 음식쓰레기가 갈수록 많아지는 요즘 세상에 적게 버린다는 것은 분명 미덕이다. 순식간에 두 토막을 다 해치우고 빈 밥공기에 물을 따라 마신다. 깨끗하게 비운 그릇을 보니 기분이 좋다. ‘모처럼 고향집에 전화나 해봐야지’하며 식당을 나선다.


▲ 찾아가기 : 충무로 명보극장 사거리에서 스카라 극장 뒷골목으로 들어간다. 포토피아 현상소를 지나 오거리 조금 못 미쳐 왼편에 고등어구이집 두 개가 있는데 오른쪽이 다오리. 충무로역에서 갈 경우 6번 출구로 나와 직진. 서울은행 옆 골목으로 좌회전해서 직진으로 계속 가다가 LG25 편프?있는 오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고등어를 굽는 집이 보인다.


▲ 메뉴 : 고등어구이 4,000원.

입력시간 : 2003-10-0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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