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머러스한 몸매와 여성스러움의 조화

[패션] 파워, 섹시미 동시만족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여성스러움의 조화

더욱 강하고 똑똑해졌다! 여름 극장가를 평정할 여인들. 남성들도 벌벌 떠는 초강력 파워 섹시 우먼! 글래머러스한 외모에 각종 스포츠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 지적인 두뇌까지 겸비한 여인들. 이번 여름 액션대작의 주인공은 근육질 남성이 아니라 강한 것은 기본이고 섹시하고 세련된 여성들이다. 액션만큼이나 강한 흡입력을 지닌 그녀들의 패션코드를 따라가 볼까?

진화한 여성. 올해의 여전사는 철저히 독립적이다. 남성에게 의지하거나 모성에 자극 받지 않는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여전사의 이미지는 계속 변해왔다. 파워 우먼의 시초인 ‘원더우먼’은 아름답고 유연한 힘을 지녔지만 ‘원더’한 가슴을 드러내고 뱅뱅 돌며 미니스커트를 펄럭이는 보기 좋은 구경거리였다. ‘소머즈’는 백만불의 사나이의 여성 파트너쯤이었다고 할까?


화면 압도하는 여성 캐릭터

남성들의 보조역이나 섹스어필의 수단으로 보여주기 급급했던 여성캐릭터가 변화했다. 눈 깜짝 안하고 모험을 즐기는 여자 인디애나 존스, ‘툼레이더’. 강력한 미녀가 셋, 게다가 남성에게서 자주독립을 외치는 악녀까지 합세한 ‘미녀 삼총사2’. 남성의 상징, 근육질의 대부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몹시도 힘들게 만드는 여성이 출몰한 ‘터미네이터3’.

이보다 먼저 개봉했던 ‘매트릭스2’, ‘엑스맨2’ 등도 전편보다 여성 캐릭터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본래는 약하지만 모성으로 일어서는 ‘터미네이터1,2’의 린다 해밀턴이나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와는 다른 주체적 캐릭터로 진화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들의 파워는 어디서 오는 걸까. 여전사의 기본은 몸 만들기. 혹독한 신체단련 덕분이다. 스턴트맨이나 컴퓨터의 도움도 있었지만 이들은 직접 액션에 몸을 던졌다. 액션 연기를 위해서 온갖 스포츠와 무술지도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미녀삼총사’에서 악녀 역을 맡은 데미 무어의 경우 스스로 거금을 들여 수술대 위에 오르는 고통도 마다하지 않았다.

데미 무어는 보톡스, 지방흡입술 등 몸 보수에 40만달러(약 4억8천만원)를 들였다고 한다. 여기에 개인 영양사, 요가, 킥복싱, 쿵푸 코치를 고용해 자나깨나 몸 만들기에 집중했다. “액션신은 우리가 직접 했어요!”라고 합창하는 미녀 삼총사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터미네이터3’의 크리스타나 로켄은 각종 무술은 물론이고 무기 사용법도 익혀 철저히 살인기계가 됐다. ‘툼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는 “남자와 여자가 뭐가 다른가. 나는 하루에 15㎞를 달리고, 두 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취미생활로는 격투기를 즐긴다”고 말해 액션배우로의 면모를 과시했다.

‘미녀 삼총사2’, ‘터미네이터3’, ‘툼레이더2’의 위풍당당 여인들은 화끈한 대결을 벌인다. 12년 만에 찾아온 ‘터미네이터3’를 비롯해 강도 높은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여주인공들의 패션은 전사의 강력한 이미지 외에도 무대용이 아닌 당장이라도 거리에서 만날 트렌디 패션 스타일이다.

‘미녀 삼총사’는 액션영화지만 주인공들이 모두 젊고 발랄한 여성이라는 점, 게다가 뛰어난 미모에 트렌디한 패션센스까지 갖춰 3명의 주인공들이 각 장마다 펼치는 패션쇼는 그야말로 눈요기의 진수다. 나탈리역의 카메론 디아즈는 첫 장면에서 흰 털장식에 몽고걸로 등장, 유쾌한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다.

카메론 디아즈는 긴 다리를 강조하는 골반바지와 배꼽티, 아찔한 비키니 수영복 등으로 스포티한 캘리포니아룩을 선보였다. 알렉스역의 루시 리우는 전직 체스 챔피언과 체조선수로 작지만 탄탄한 이미지로 꾸며졌다. 핫팬츠와 미니스커트 차림이 주요 의상. 딜런역의 드류 베리모어는 레슬러와 록매니아로 과격한 중성적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깨끗하게 빗어 넘긴 머리, 검은 뿔테안경, 붉은 립스틱으로 오피스레이디로 분장하기도 한다.


다양한 패션센스로 볼거리 제공

이들은 비밀요원의 검은색 일색 의상이나 전투적인 가죽의상을 벗어나 TV시리즈물 ‘섹스 앤 더시티’나 ‘프렌즈’의 여주인공들처럼 다재다능한 패션 센스를 보여준다. 민속 의상을 입거나 길게 늘어트린 원석ㆍ자개 귀걸이, 펄 메이크업, 붉은 입술, 스틸레토 힐, 80년대 스타일의 미니 드레스 등 최신 유행 스타일을 한자리에 모은 패션화보집을 펼쳐 보는 듯하다.

전편에서 부드럽고도 절도 있는 ‘발레 액션’을 선보였던 ‘툼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는 더욱 과격해졌다. 스카이다이빙과 아프리카 창공을 가르는 짜릿한 패러글라이딩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섭렵했다. 제트스키로 180도 회전 묘기를 선보이고, 오토바이로 만리장성 달리고, 84층 고층 빌딩에서도 눈 깜짝 않고 몸을 날린다.

안젤리나 졸리도 앞선 3명의 미녀들과 같이 옷 갈아입기 바쁘다. 몸이 ‘무기’인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무채색 위주로 색을 단순화하고 디테일이나 장식도 최소화했다. 그녀의 의상은 전체적으로 모험가답게 변형된 사파리룩 차림이 잦다. 그러나 오직 라라 크로프트를 위해 단련한 근육을 감출 수 있겠는가. 검은색 홀터넥 비키니를 입고 달리는, 과격한 제트스키 장면의 안젤리나 졸리는 아찔함 자체다.

‘터미네이터3’에는 액체와 고체의 장점을 합성한 기계 인간 T-X가 등장한다. 섹시하면서도 인정머리 없이 잔인한 T-X역의 크리스타나 로켄은 8등신 슈퍼모델 출신의 얼음미녀. 와인색 가죽의상을 걸쳤는데 늘씬한 다리선이 돋보이는 부츠 컷 팬츠에 단추로 여미는 스탠딩 칼라 재킷이 타이트하게 디자인되었다.

7부 소매는 뱀피무늬 가죽. 특히 눈에 띠는 것은 은색 스틸레토 힐이 부착된 검은색 가죽부츠로, 냉정한 이미지를 잘 살려냈다. 기계인간으로 분했기에 화려한 옷 갈아입기가 불가했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액션영화에서 느끼는 흥분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힘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강인한 근육의 힘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피부를 대신한 의상의 움직임을 통해 본다. ‘매트릭스’의 슬로우 모션이 멋진 액션씬으로 기억되는 것은 긴장해서 변화하는 근육의 움직임을 의상의 표면을 통해 찬찬히 감상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여성미 돋보이는 소재

‘엑스맨’이나 ‘매트릭스’ 같은 미래지향 액션영화는 유난히 가죽의상이 많다. 가죽은 근육질을 표현하기에는 최상의 소재. 가죽은 타이트하게 신체를 조여 근육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가죽의상은 힘과 여성스러운 곡선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소재다.

액션 히어로를 통해 진화하는 패션
   

근육을 강조하는 또 다른 소재는 고무소재이다. ‘툼레이더2’의 안젤리나 졸리가 입고 있는 연회색 잠수복 바디 슈트는 가슴과 허벅지의 재단을 통해 몸매가 더욱 강조되어 강인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이 넘친다. ‘매트릭스’의 케이트 모스가 착용한 탄력 있는 비닐 소재의 지퍼슈트는 표면 광택 때문에 액션씬을 더욱 빛낼 수 있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업그레이드된 인간상을 갈망한다.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스피드광이 그들이다. 인간의 한정된 신체를 뛰어넘기를 원하고 스포츠를 통해 신체 단련에 열중한다. '우먼 액션 히어로'의 등장은 이 같은 업그레이드된 인간형을 갈망하는 단편이다.

절대 근접하지 못할 '슈퍼맨'의 경지를 선망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단련을 통해서 누구나 영웅이 될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연약한 존재라고만 여겨졌던 '여성'도 전사가 되고 영웅이 되는 세상이니까.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감성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시각이 뛰어나다고 한다. 남성은 직선적인 사고가 강하지만 여성은 다각적 사고 능력이 우수해 CEO에 오르면 남성은 보스가 되고 여성은 경영자가 된다고 한다. 파워우먼의 등장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인간상의 갈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패션도 이와 걋?업그레이드 스타일을 원한다. 연약한 피부를 능가해 강하고 기능적인 피부의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자외선차단, 땀 배출, 빠른 건조 등 기능적인 효과가 뛰어난 스포츠웨어가 일상복의 자리를 차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진화하는 인간상을 따라 패션도 진화하고 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0-05 14:53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