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큼상큼 톡톡 튀는 '고소영 표' 매력10년의 세월 한결같은 인기행진

[스타탐구] 고소영

앙큼상큼 톡톡 튀는 '고소영 표' 매력
10년의 세월 한결같은 인기행진

‘톡톡 튄다’는 표현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1980년대가 주는 엄숙주의를 거쳐 ‘신세대’라는 부류가 형성된 1990년대는 기존의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것, 창의적인 것을 추구하려는 사회문화적 흐름이 형성되는 시기였다.

1990년대 초반, 똑 부러지는 신세대의 이미지를 대표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비너스가 있었으니 바로 고소영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남정네들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그녀의 연기에 각종 미디어들은 톡톡 튀는 신세대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지겨우리만큼 달았고, 실제 대중들도 유독 그녀에게만큼은 관대했다.

그리고 10년이 넘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소영은 앙큼한 고양이 같은 매력으로 대중들 앞에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간과 관계없이 고소영이라는 이름은 가슴 떨리는 긴장감을 실어 나르고 있다. 여배우로서는 대단한 승리다.

연기를 잘 해서? 인간성이 좋을 것 같아서? NO! 그녀의 인기 이유를 드라이하게 분석해 보자. 일단 고소영이라는 배우는 철저히 얼굴로 몸으로 삼분의 이는 먹고(?) 들어가는 축복받은 연기자다. 코 위의 작은 점까지 의미심장한 얼굴과 깡 마르지 않은 균형잡힌 몸매는 가히 매혹적이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본인 스스로는 피나는 다이어트와 철저한 피부관리를 한다지만 어쨌든 그녀는 우리 사회 루키즘을 조장할 만한 공식 미인이다.


눈길 가는 얼굴 "사랑스럽다"

눈치 빠르고 발 빠른 광고주들은 그녀에게 신용카드와 휴대폰, 심지어 세탁기까지 안기며 철저한 상업주의의 잇속을 챙겼고, 고소영 역시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에도 CF에는 얼굴을 종종 비치며 단발에 억대 금액을 챙기기도 했다.

“고소영은, 싫은데 싫은데 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얼굴이다.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도톰한 입술로 뭐라고 말하면 간이라도 빼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제품의 소비를 부추겨야 하는 업계측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유명 광고 기획사 카피라이터의 말이다.

고소영은 말 그대로 ‘스타’ 같다. 인터뷰를 할 때면 “사생활은 얘기 안 해요”라며 미리 연막을 치고, 방송 프로그램 녹화 중에도 자신의 촬영분이 끝나면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 써있는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기 일쑤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새침데기같은 언행으로 인해 안티 팬들도 많았고 ‘인터뷰 하기 힘든 연예인’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소영씨는 사람을 좀 많이 만나라. 술 한잔 하면서 지내보면 사람들이 차갑다고 안 할 거다.” 영화 <하루>를 같이 찍은 한지승 감독이 뒷풀이 자리에서 그녀에게 건넨 말이다. 여러 사람을 사귀지 않고 몇몇 하고만 ‘되게 친한’ 탓에 배우답지 않은 낯가림과 소심증이 있는 데서 나온 말이다.

“알고 보면 그렇게 차갑지도 않아요. 한 시간 이상 함께 있어보세요. 어찌나 살갑게 조잘대는지 꼭 집에 두고 온 귀여운 여동생 같다니까요.” 영화배우 이성재의 말이다.

거침없는 솔직발랄한 성격도 그녀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1992년 KBS 특채로 입사, <내일은 사랑>으로 데뷔해 <엄마의 바다> <아들의 여자> 등에서 그녀가 보여준 캐릭터들은 모두 가 ‘할 말은 하는 젊은 여성’이었다.

충무로로 발을 넓혀 찍은 영화 <구미호> <비트>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에서의 모습도 역시 한결 같았다.

연기자가 아닌 실제의 고소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다. 허나 한국 연예계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나처럼 자신의 기분을 표현했다가는 삽시간에 입방아에 오른다.” 얼마 전 일본의 유명 시사 주간지 ‘아에라’와의 커버 스토리에서 그녀가 밝힌 내용이다.


세상 누구보다도 투명한 그녀

보통의 연예인들이 연기된 솔직함을 흘리는 것과 달리 고소영 식의 솔직함은 색깔이 분명 다르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하기 싫은 것, 불편한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할 뿐만 아니라 이니셜이 아닌 이름까지 하나 하나 거론해 기자 스스로 걸러서 기사화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타인에 대한 경계의 장막이 두터워서이지 일단 그 벽이 허물어지면 세상 누구보다 투명한 것이 고소영이다.

심은하, 전도연과 함께 1990년대 영화계를 이끈 트로이카로 불리지만 그녀의 영화운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드라마나 CF에 비해 대박을 터트린 영화는 아직 없었고 그녀 역시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썩 만족스러워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있다면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하루>다.

<러브> 이후 1년 반 만에 출연한 이 영화에서 그녀는 비극적인 젊은 임산부 역할을 맡아 절제되고 집중력있는 내면연기를 침착하게 보여줬다. “저 여인이 우리가 알던 고소영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한석규와 열연한 <이중간첩>에서의 윤수미 역할도 배우로서의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시종일관 흔들리지 않는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영화가 크랭크 업되는 날까지 철저히 윤수미로 살았다.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은, 의욕은 몇배 더 커졌다.

“여배우가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것 말고 심리적, 정서적 충돌이 심하게 보이는 영화를 찍고 싶다. 가령 <디 아더스> 같은…. 나 스스로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틈 나는대로 책을 읽는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인생의 깊이,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알고 싶어서다.”

장르를 바꿔갈 때마다, 세계 시장을 향해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자신에게 고착된 이미지를 털어낼 때마다, 고소영은 어려운 시험에 빠져들 것이다. 때때로 자신감과 열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을 터. 이제 누구보다 고소영 자신의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내ㆍ외적으로 충만한 연기를 보여줄 때 ‘오! 고소영’을 외치던 추종자들의 줄은 더욱 길어질 것이고 쑥쑥 머리를 내미는 후배 연기자들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고소영이라는 네임 브랜드가 주는 절대매혹을 영원히 간직하는 길은 그녀에게 달렸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