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귀룽나무


우거지고 무성하고…. 요즈음 나무들의 모습이다. 한동안 잔뜩 쏟아졌던 비를 충분히 맞고 이제 뜨거운 태양을 받으면 정말로 왕성하게 나무들이 자랄 계절이다. 하지만 계절이 아무리 성장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 준다 해도 나무들마다 자라는 모습이나 속도는 제각기 다르게 마련인데 귀룽나무는 아주 잘 크는 나무에 속한다. 자라기만 치중하여 가볍고 본때 없지도 않고, 아름답고 시원한 모습을 가져서 더욱 좋다.

사실 귀룽나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계절은 봄이다. 5월이 오면 구름보다 희고 봄 보다 아름다우며 산골 처녀처럼 순결한 꽃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실제 귀룽나무는 가지가 늘어지지만) 나무 가득 달리므로 도저히 딴 곳에 눈을 돌리고는 길을 갈 수 없다.

꽃과 잎이 동시에 피는 나무 가운데, 잎보다 꽃이 더 많을 것 같은 나무를 골라보라면 많은 이들은 귀룽나무를 고를 것이다. 우람한 가지에 줄기를 늘어뜨리고 꽃을 달고 있는 귀룽나무는 이 나무를 한 번 보고 나면 왜 사람들이 귀룽나무를 심지 않을까 도리어 궁금해 질 정도이다. 게다가 귀룽나무는 빨리 자라는 속성수에 속한다. 너무 빨리 크게 자라 마당이 작은 집안에 심기가 어려울 지경이지만 너른 공원 같은 곳에는 너무도 좋은 나무이다.

귀룽나무는 여름도 좋다. 시원한 나무의 모습이며 이제 검은 자주빛으로 익어가는 구슬같은 열매며 더욱이 이 나무는 주로 계곡가, 물이 흘러 습기가 충분한 곳에 주로 자라며 시원한 나무그늘을 만드니 꽃은 졌어도 여름에 어울리는 나무라 해도 손색없다.

열매는 달작하여 그냥 먹어보아도 즐겁고 이를 즐겨 먹는 새를 모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지 영어이름도 버드체리(Bird Cherry)이며 핵베리(Hagberry)라고도 부르다. 또한 어느 정도 습기만 확보된다면 추위는 물론 음지나 공해에도 어느 정도 견디니 조경수로써 더욱 좋은 점이다.

한방에서는 귀룽나무의 열매를 앵액이라고 하여 이용하는데, 설사를 그치게 하고 소화를 도우며 복통이나 이질에도 처방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서양에서는 열매를 브랜디의 원료로 쓰기도 한다. 이밖에 나무는 기구재, 조각재로 이용하고 어린 가지에서는 냄새가 나는데 이를 파리를 쫓는데 사용한다는 기록도 있다. 그래서 함부로 이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

꽃도 풍성하고 초록도 가득하고 가지는 시원하고 아주 대범한 나무인 듯 하지만, 함부로 손대는 것을 거부하는 고고한 매력도 이 귀룽나무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미의 국립수목원 연구관


입력시간 : 2003-10-05 20:06


이유미의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