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이

[두레우물 육아교실] "새 학교에 적응 못하고 짜증만 내요"
전학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이


Q. “초등학교 4, 2학년 아들, 딸을 둔 엄마입니다. 얼마 전 이사를 하고 집 가까운 곳으로 전학을 했습니다. 큰 아이는 새 학교에 잘 적응을 하는 것 같은데 둘째는 전학을 온 뒤부터 신경질을 많이 부리네요. 아빠랑 말다툼도 자주 하고요. 환경이 바뀌어 그렇겠거니 생각하지만 아이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보다 공부도 많이 시키고 친구도 없고….

좀 지나면 괜찮겠지 위로를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짜증내고 괜히 울기까지 할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전학을 한 게 정말 잘못한 일인지…. 집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경질 부리고 짜증 부리면 그냥 다 받아줘야 할까요?“(서울에서 고민 많은 엄마가)


학기중 전학, 되도록 피해야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 하면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모험을 즐기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적응도 잘하고….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아이들이라고 모두, 그리고 어느 때나 새로운 것에 열광하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 전학 문제에서는 그렇다. 활달하고 모험심이 강한 아이일지라도 학교를 옮기면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위해 오랫동안 말 못할 부담을 갖는다고 한다. 어른도 그렇지 않은가? 이사를 가거나 직장을 옮겼을 때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느끼는지 말이다. 하물며 바라지도 않는 전학을 간 아이들의 경우라면….

초등학교에서 십 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명희 선생님은 ‘전학’이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그건 ‘아이들에 대한 폭력’이라고 말했다.

“학기 중에 학교를 옮기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폭력이다. 아무리 활달한 아이일지라도 굉장히 힘들어한다. 학기가 끝날 때까지 선생님한테건 친구들한테건 자기 속내를 전혀 들어내지 않는 아이도 봤다. 그럴 경우는 전학 온 아이뿐 아니라 교사, 다른 아이들 모두 어려움이 많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전학은, 특히 학기 중에는 전학을 시키지 마라. 만약 이사를 가더라도 아이만큼은 학기를 모두 마치고 전학 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김 선생님도 몇 년 전 학교를 옮기는 바람에 큰 아이를 전학시킨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아이가 무척 활발해서 전학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아이와 엄마 모두 한동안 힘들었다고 말한다.

“우리 애도 초등학교 3학년 시작할 때 전학을 했어요. 처음 얼마동안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한 3개월 지나니까 학교 안 간다는 말은 없어졌어요. 그리고 6개월 정도 지나니까 학교에 적응을 하더군요."(일산에서 용욱이 엄마)

김 선생님의 경우나 용욱이 엄마나 한결같이 전학해서 처음 얼마동안은 아이가 무척 힘들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아이가 힘들어할 때 엄마도 그 과정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고 말한다. 지금은 새 학교에 적응해서 잘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두 분이 아이 전학 문제로 고민하는 엄마한테 몇 가지 노하우를 알려줬다.


친구 사귀기, 엄마가 도와줘야

첫째, 친구를 사귀게 도와줘라.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는 관건은 친한 친구를 얼마나 빨리 사귀는가에 달려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먹거리를 몇 가지 만들어 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아이가 저학년일 때는 엄마도 함께 부른다. 우리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이나 같은 동네 사는 아이, 그리고 반에서 인기 있는 아이들을 초대한다. 아! 절대 빠뜨려서 안 되는 아이가 있다.

만약 우리 아이한테 텃새를 부리거나 못살게 구는 애가 있다면 그 아이는 초대 0순위다. 처음엔 서로 낯설어하고 겸연쩍어 하겠지만 집을 들락거리는 횟수가 늘수록 아이는 분명 편안하게 학교 얘기를 들려줄 것이다.

둘째, 학교 일에 엄마가 적극 참여한다. 늘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용욱이 엄마는 아이 전학을 계기로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만 생각해서 했던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가 새 환경에 적응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러나 학교 일에 참여하는 데에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무조건 내 아이만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뒤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셋째, 재량활동이 뭔지 파악한 다음 뒤쳐진 부분을 보충한다. 학교, 또는 반마다 남다르게 하는 활동이 있는데 한문,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동화책 읽기 등이 그것이다. 먼저 다니던 학교와 새 학교의 재량활동이 다르다면 그것이 뭔지 그리고 이미 진행된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서 필요하다면 부족한 부분을 집에서 보충한다.

넷째, 교과서 진도가 다를 경우 집에서 진도를 맞춰준다.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같은 교과서로 공부하지만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내용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어떤 학부모들은 ‘수업진도는 선생님이 맞춰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 혼자 40명이 넘는 아이들을 한명 한명 봐줄 수도 없는 것이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정도라면 기꺼이 부모가 나서야 한다.

만약 벅차다면 예의를 갖춰 선생님께 부탁을 드린다. 어느 부분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림장에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예전과 견주어 요즘 아이들의 전학은 예삿일이라 부모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사례에서처럼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 이전에는 전학이 아무런 문제가 안됐는데 라고 할 것이 아니라 새 학교, 친구관계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필요하다면 선생님과 만나 아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여쭤보아야 한다. 부모의 든든한 도움을 받아 전학으로 겪게 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아이들이라면 앞으로 만나게 될 또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도 어렵지 않게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지금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심유정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05 20:27


심유정 자유기고가 pupp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