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이미지로 기억에 남게하라

[패션] 브랜드 알리기 로고플레이(Logo Play)
튀는 이미지로 기억에 남게하라

A6, C.O.A.X, EXR, BNX, QUA…. 가슴팍에, 어깨 언저리에, 허벅지에 새겨진 영문 이니셜들. 무슨 뜻일까를 논할 필요가 없다.

요즘 잘나가는 브랜드의 로고타입이다. 티셔츠 한 장 달랑 입고 다니던 한 여름에 비해 그 수는 적어졌지만 가을의 입구에서 새로운 로고플레이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사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전략중의 전략, 로고플레이. 그 다양한 생존일기를 들여다 보자.

‘버버리=체크’, ‘폴로=기수’, ‘라코스테=악어’, ‘루이비통=모노그램’, ‘에트로=페이즐리’, ‘베르사체=메두사’. 패션브랜드를 상징하는 무늬나 상징물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브랜드를 홍보하는데 간접적인 이미지 전략에 기대지 않는다. 이름을 알리는 것. ‘나는 나’ 세대에 걸맞는 이름 알리기, 로고플레이가 패션브랜드들의 생존 전략으로 떠올랐다.

회사나 제품의 이름이 독특하게 드러나도록 만들어, 상표처럼 사용되는 글자체를 로고(logo)라고 칭한다. 로고타이프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필요로 한다. 광고주 또는 제품이 지니는 이미지를 쉽게 전하고, 인상깊게 기억에 남으며, 모든 매체에 이용할 수 있고, 대중에게 호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로고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계속해서 그 모양새를 바꿔나간다고 한다.

따라서 의류브랜드들은 실로 다양한 방법으로 로고를 변화시키고 제품에 직접 응용한다. 상표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브랜드명을 새겨 넣거나 로고를 무늬로, 혹은 연속무늬로 프린트해 장식하기도 한다. 로고타이프를 이니셜화 시키기도 한다. 그것도 모자라 올 가을에는 엠블렘을 만들거나 화려한 자수로 장식하기도 했다.

작은 상징 무늬만 봐도 ‘아! 00브랜드다’하고 눈치채는 소비자들을 늘리기 위해서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내야 한다. 그것이 브랜드가 살아남는 길.

브랜드마다 액세서리류를 강화하는 것도 수많은 카피제품과 비슷비슷한 디자인으로 의류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정 인상을 심어 주기에는 의류보다는 액세서리류가 돋보인다는 결론이다. 의류에서 상표가 없어지는 대신 가방이나 신발 같은 소품류에 노골적인 로고플레이가 펼쳐지는 것이다.


브랜드 알리기에 사활 건 마케팅 전략

유명인이 전속모델이라면 스타와 함께 로고가 TV 출연하거나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행운이 따른다.

이 경우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스타=매출’의 방정식이 완성된다. 한참 댄스 가수들이 등극할 당시 의류를 협찬했던 브랜드들은 스타가 그 옷을 입고 브라운관에 나섰지만, 어느 브랜드인지 이름이 잡히지 않아 고심했던 적이 있었다. 생각 끝에 실제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상품이 아닌 전시용 맞춤복을, 그것도 이니셜이나 브랜드 로고가 커다랗게 박힌 무대용 의상을 따로 제작하는 일이 다반이었다.

하지만 요즘 TV에서는 로고를 만나기가 어렵다. 로고 위에 무참하게 테잎을 붙이거나 로고를 가리는 모자이크 구름이 떠다니는 터라 브랜드가 스타를 모시고 있어도 울상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숫자마케팅. 지난 여름은 스포츠 트렌드가 등극하며 온갖 조합의 숫자가 치열한 전쟁을 치러냈다.

올가을 본격 시동을 건 지엔코의 ‘엔진’은 한 술 떠 뜬다. 브랜드 이미지를 살리면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블록테잎’을 마케팅 수단으로 내 걸었다. 검정과 컬러풀한 색띠가 교차되는 블록테잎의 성공 여부야 두고봐야겠지만 직접적인 홍보수단인 로고를 뒤로하고 머리를 싸? 눈물겨운 마케팅의 결과물임에는 틀림없다.


카피천국, 로고 삭제 브랜드도

한편에서는 로고를 강조하는 것을 ‘촌스럽다’고 치부한다.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해외 유명 수입 브랜드들과 몇몇 국내 패션의류까지 로고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노골적인 로고플레이로 너무 많이 팔좁? 희소성이 떨어지고 남들과 똑같아 보이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과감히 로고를 감추거나, 삭제하기 시작했다.

유난히 ‘짝퉁’이 많은 까닭에 차라리 로고를 포기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 경우 품질에 대한 자신감, 더 이상의 고객 확장에는 관심없다는 도도한 브랜드일수록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유명 브랜드의 로고 타입이나 상표가 크면 클수록 ‘가짜얼굴’일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니, 카피천국의 또다른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 여름, 한참 로고플레이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을 때 ‘크리스챤 디올’은 손톱에 영문 이니셜 ‘CD’를 새겨 넣을 수 있는 판박이 제품을 내 놓았었다. ‘크리스챤 디올’이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명성을 지키면서 젊어진 모습을 상징하는 로고타잎이 ‘CD’인데 로고에 대한, 브랜드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했으면 메이크업 제품에도 로고를 사용했을까.

새 브랜드가 런칭하고 나서 ‘떳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동대문에 나가보라는 말이 있다. 동대문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로고 제품이 ‘유명세’의 희생물인 줄로 알라는 씁쓸한 농담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서울지역 제조업체의 로열티 현황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48.5%가 사용료를 지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사용료를 받은 기업은 20.6%에 불과 했다. 브랜드가, 상표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상표알리기, 로고플레이의 치열한 혈투는 계속될 것이다.

거리의 로고마니아
   


"로고는 과시용이 아닌 패션"

로고를 무늬처럼 입는 세대. 그들을 만나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 로고의류를 왜 입느냐는 질문에는 하나같이 '예뻐서'라고 답하는 그들에게 로고는 과시용이 아닌 단순한 장식에 불과했다.

로고 패브릭의 유행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17살의 고등학생 이정아(사진1)양. '콕스(C.O.A.X)' 티셔츠와 '비엔엑스(BNX)' 진 미니스커트를 입은 정아양은 귀여운 얼굴이지만 대학생으로 오해 받을 만큼 성숙한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평소 로고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는 정아양은 비슷한 로고의류를 서너벌 정도 더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콕스 마니아' 최두원군(사진2)군. 원포인트 로고 무늬는 남성들에게도 인기 있는 로고플레이다. '콕스'와 함께 급부상한 로고프린트 브랜드는 '비엔엑스'. 백현숙(사진3)양이 쓰고 있는 '비엔엑스' 로고프린트 모자는 이들 사이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소품이다. 스포츠+밀리터리+클래식의 절묘한 조화가 인상적.

25살의 대학생 이정세(사진4)군은 스포츠 브랜드의 로고의류을 많이 입는다. 정통 스포츠 브랜드 중에서 '아디다스'를 좋아한다는 정세군은 운동을 많이하기 때문에 활동하기 편한 스포츠 브랜드를 선호한다. 거리에서 만난 로고마니아들은 대부분 캐주얼한 차림임을 알 수 있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0-06 10:12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