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386측근들 '盧와 코드불일치' 들어 총리교체 거론

"고 총리 책임지시오"…???
청와대 386측근들 '盧와 코드불일치' 들어 총리교체 거론

최근 청와대 안팎에서 ‘총리 교체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교체설의 배경은 크게 출범 6개월이 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스런 평가와 신당 및 내년 총선 등 주요 현안을 앞둔 정치 상황에서 비롯된다.

노 정부의 6개월 성적표는 실망스럽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노 정부 지지도는 평균 40% 포인트 안팎인데, 역대 정권 평균 60%와는 비교가 안돼 청와대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청와대 386 핵심인사를 중심으로 노 정부를 자체 평가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했다는 게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대책 가운데는 노 정부 6개월에 대한 낮은 평가가 노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과 함께 각료들의 책임도 크다고 보고 ‘총리 교체’여부도 거론됐다는 것.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노 대통령과 고건 총리와의 ‘코드 불일치’. 참여정부 초기 노 대통령은 386 측근 인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혁과 안정의 조화’ 를 명분으로 고건 총리를 임명했다. 그러나 고 총리 체제는 자주 청와대의 기대와 어긋난 행보를 보였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파동을 겪으면서 국정 혼란의 책임 소재를 놓고 노 대통령과 고건 총리 간에 긴장이 고조됐다. 노 대통령은 5월6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내정을 조정·총괄하는 총리에 대해 우회적인 질타를 하기도 했다.


"몸던져 일하는 모습 안보여" 비판

이후 청와대에서는 386세대를 중심으로 ‘개혁과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좇았지만 얻은 게 없다는 비판론이 점증했다는 후문이다. 당연히 ‘코드 불일치’론에 따른 총리 교체 가능성도 떠올랐다.

청와대의 한 386 인사는 “총리가 권위를 세우는 데만 신경을 쓰고 몸을 던져 나서지 않아 그 책임이 대통령에게 전가되는 경향이 있다”며 “NEIS 문제나 여중생 추모시위 대처 등 일부 현안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등 참여정부의 개혁적 국정기조를 뒷받침하는 데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계 일각에서는 지난 6월 4일 참여정부 출범 100일 기념 다과회에서 발생한 문희상 비서실장의 고건 총리 질타 발언과 7월 말 고 총리를 그림자 보좌해온 탁병오 총리비서실장 구속(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을 청와대의 총리실 ‘거리 두기’(총리 교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총리 교체설이 불거진 또 다른 배경은 내년 총선과 신당을 둘러싼 여권의 정치 상황. 청와대의 주류적 시각은 현 민주당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없듯이 코드가 맞지 않는 고건 총리 체제로는 국민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국정 운영을 펴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7-8월 노 대통령이 한달 간격으로 유력 정치인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총리 교체설이 더욱 탄력을 받았다.

청와대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7월21일께 대선 때 노 후보를 지원한 영남권 정계 중진이자 보수성향의 L씨와 회동했다고 한다. L씨측도 그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완상ㆍ김혁규 등 오르내려

L씨의 한 최측근 인사는 “대선 직후 노 대통령이 대한적십자사총재, 평통부의장직 등을 제의했지만 L씨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논공행상에 따른 자리 보장으로 비쳐질 경우 취임 초기 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입장에서 ‘큰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게 측근 인사의 설명이다.

7월 회동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노 대통령이 L씨에게 ‘祺??의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L씨가 노 대통령에 의해 총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은 그가 내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총선에서 영남권을 돌파하는?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L씨는 노 대통령에게 총리와 신당에서의 역할을 고려해 ‘실질(책임) 총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노 대통령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 후 L씨는 참모들을 모아 놓고 향후 정치적 선택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386 세대의 대표적 실세로 꼽히는 L씨를 비롯해 대다수 386 비서진들이 L씨의 총리 기용을 반대하면서 노 대통령을 설득했고 이에 L씨는 크게 화를 내면서 노 대통령을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386 측근들은 노 대통령에게 ‘코드’를 이유로 L씨 대신 한완상 전부총리를 추천했다고 한다.

총리 교체설은 8월20일 노 대통령과 김혁규 경남지사의 ‘독대’ 이후 다시 불거졌다. 노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영남 교두보 마련을 위해 김 지사를 총리에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김 지사는 고건 총리와 달리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을 뿐만아니라 부산경남(PK) 민심을 얻고 차기 후보군으로 키우는데 최적임자라는 해석이 ‘김혁규 총리’론의 주된 배경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이 올해 들어 4차례 이상 김 지사를 만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 지사가 연말에 총리로 기용될 경우 김두관 행자부장관이 도지사 보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그럴듯한 얘기도 들린다.

김 장관이 오래 전부터 경남지사에 애착이 있음을 밝혀 왔고, 김 지사도 불투명한 총선에 나가는 것보다 총리를 맡음으로써 국정운영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경남을 벗어나 전국적으로 지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극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설'로 끝날 가능성도

그러나 아직은 총리 교체설이 ‘설’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 총리를 교체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다 다른 총리 체제가 총선에 반드시 유리하다는 확신이 없다는 것. 회의론자들은 노 정부에 대한 낮은 지지도가 노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과 청와대 386 참모들의 국정운영 미숙에서 비롯된 만큼 경륜과 안정성을 갖춘 고 총리체제가 교체될 경우 지지율이 더욱 하락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영남권을 의식한 ‘영남총리’가 오히려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반발을 가져와 총선의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가에선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월말쯤 내각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편 대상에 고 총리까지 포함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확실한 것은 여권의 총선 전략과 신당의 모습에 따라 고 총리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박종진기자


입력시간 : 2003-10-06 10:52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