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출범 땐 제4당 전락, JP·IJ 집안싸움까지

자민련, 이대로 지나?
신당 출범 땐 제4당 전락, JP·IJ 집안싸움까지

신당의 출범으로 가장 손해를 보는 쪽은 다름아닌 제 3당인 자민련이다. 의석 수의 변동이나 충청권 텃밭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양대 정당 사이에서 톡톡히 누려오던 3당으로서의 각종 혜택을 고스란히 반납하게 됐기 때문이다.

신당이 탄생되면 자민련은 4당으로 밀려난다. 민주당과 신당이 나뉘더라도 양당의 의석이 원내교섭단체(20석) 수준은 넘을 것으로 전망돼 비교섭단체로 전락해 있는 자민련 입장에서는 중앙 정치권의 역할이 거의 사라진다. 사실상 ‘무소속 구락부’ 같은 신세가 되는 것.

여기에다 김종필 총재(JP)와 이인제 총재대행(IJ)의 반목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한쪽이 나가기 전에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힘을 합해도 모자란 터에 서로 으르렁거리고만 있어 소속 의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창당이후 가장 심각한 존폐 위기다.


"자민련, 방 빼!"

자민련의 설움은 당장 국회 사무실 배치에서부터 나타난다. 지금의 국회 본관 건물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3당이 각각 총재실과 원내총무실, 부속 회의실 및 사무실이 들어서 있고 민국당과 하나로국민연합, 무소속 의원들에게는 합동으로 사용하는 비교섭단체 방이 배정돼 있다.

하지만 신당이 출범되면 자민련은 방부터 빼줘야 한다. 국회에 나와 있는 당직자들은 당장 이사갈 걱정부터 앞선다.

당 지도부의 걱정은 더욱 크다. 그간 여야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10명 안팎의 미니정당으로서는 짭짤한 실익을 챙겨 왔다. 국회부의장 한 자리와 일부 상임위원장 자리도 큰소리 치며 얻어왔지만 이젠 기대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정치적 현안이 있을 때마다 3당간 원내총무 회담을 통해 자민련이 중재에 나서기도 하고 사안별로 여나 야에 힘을 실어주면서 정국의 분위기를 리드한 적도 있지만 앞으로는 원내총무 회의에 참석하기조차 힘들다. 엄밀히 원내총무 회의는 원내교섭단체간의 일이다. 비교섭 단체에게는 자격이 없다. 총선을 앞둔 소속 의원들로서는 언론에 얼굴한번 내기도 힘든 최악의 상황이다.


가열되는 JP와 IJ의 신경전

이런 구도로 총선을 치르면 유권자의 관심사도 3당의 주도권 다툼에 쏠리게 돼 있다. 가뜩이나 국민적 관심이 멀어져 가는 상황인데 창업주 격인 JP와 대주주 격인 IJ는 충청권 맹주자리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지난 7월에 한차례 신경전을 벌인 바 있지만 이번 충돌은 강도가 더 세다. 아무래도 총선까지 이대로 함께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2차 충돌의 선제공격은 JP쪽이었다. 김 총재는 9월8일 당무회의에서 “당이 약한 상태에서 내부에서조차 엉뚱한 발상으로 당을 흔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며 “나와 같이 할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시작하기 바라고 나와 같이 가지 않을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늘이라도 당장 물러나주기 바란다”고 포문을 열었다. 7월 충돌이후 당무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IJ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에 이 대행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자민련이 좋은 쪽으로 변화할 시기를 놓치고 있어 아쉽다”며 “JP가 결단해야 한다”고 역공을 취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소장파가 5,6공 퇴진이나 60대 용퇴론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한다”며 JP 용퇴론을 거듭 겨냥했다.

JP는 그간 심대평 충남지사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17대 총선에서의 충청권 단결을 통한 정면돌파를 노려왔다. 이와 함께 자민련 중심의 보수세력 대결집을 꾀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여기에는 한나라당과의 연합이나 합당 방안까지 포함돼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충청권 석권을 위해서는 자민련과 JP의 역할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어 이 대목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추락할 대로 추락한 자민련의 위상을 감안하면 JP의 마지막 선택은 그리 폭이 넓지 않아 보인다. 심 지사 간판의 최후의 항전인지 ‘초록은 동색’인 한나라당과의 악수인지 JP의 결단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 2003-10-06 11:26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