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신화 , 내가 쏜다"

[스타 데이트] 휘성
"가요계 신화 , 내가 쏜다"

‘서태지가 극찬한 가수’로 유명세를 탔다. 가수 휘성(21)이 데뷔할 때 이야기다. 기라성 같은 선배의 입김이 1집 ‘안 되나요’의 성공을 가능케 했다.

“솔직히 선배들의 후광이 없었다면 지금 이만큼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선배들에겐 정말 감사 드려요. 하지만 그런 얘기는 이제 귀에 잘 안 들어와요. 대중이 판단하는 게 진짜 중요하죠.”

8월21일 발표한 2집 앨범 ‘It’s real’ 은 그래서 휘성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빽’ 대신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선언문과 같았다.

하여간 요즘 그의 실력을 두고 ‘태클’ 거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그의 짙은 음색과 호소력 있는 가창력은 익히 알려진 바다. 1년 4개월 만에 발표한 새 앨범에 팬들이 기대를 걸었을 만하다. 그렇다고 해도 2집 음반의 인기는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다.


최단기간 음반판매 1위 기록

발매 후 음반판매 차트 정상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80시간(한터정보시스템 집계). 최단기간 1위 등극의 기록이다. (이전까지 발매 8일 만에 정상에 오른 이효리가 기록 보유자였다.) 지난해 데뷔 앨범 ‘안 되나요’로 연말 골든디스크상 등 각종 가요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독식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음반 대상을 석권하려는 기세다.

휘성은 “일반적이지 않은, 뭔가 있어보이는 음악에 대중이 매료된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꼽았다. 고급스러운 음악을 듣고 있자면 조금은 수준이 높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고.

2집 타이틀곡은 ‘with me’. 댄스를 곁들인 업템포의 R&B곡. “R&B라고 해도 좋고 댄스곡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찌됐든 ‘안 되나요’ 같은 짙은 감성에 호소하는 슬픈 발라드를 기대했던 팬들의 허를 찌른 것만은 분명하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지만, 색다른 느낌이 오히려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날 미워해도 사랑할 수 있는데/ 난 너만 보면 행복할 수 있는데/ 그런 내 맘까지 아프라는 건지/ 왜 가기 싫은 날 떠미는지”(‘with me’ 中) 가사에는 ‘안 되나요’와 같은 애절함이 묻어난다. 스물 한 살의 젊은이가 표현해낸다고는 믿기 힘든 깊은 사랑의 무게가….

“마음에 든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감정이 생겨도 반응이 오지 않으면 이내 삭혀 버리는데 익숙해 졌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영 재주가 없다”는 휘성은 그래서인지 슬픈 사랑 이야기를 탁월하게 소화해낸다. 알다시피 그가 1집 앨범을 낸 것은 지난해이지만, 가요계에 진출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스스로의 고백대로 고등학교 시절 “공부는 지독하게 싫어 하고, 또래 아이들과 춤만 추러 다녔다”는 말썽꾸러기였다. 연예계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분명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열심히 춤추러 다닌 덕분에 백댄서 활동의 기회가 왔다. 고 1 때 여성댄스그룹 ‘S.E.S’와 여가수 J의 백댄서로 가요 무대를 처음 밟았다.

고3이 되었을 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 마포고에서 아현산업정보학교 음악반으로 옮겼다. 이후 ‘가수 한 번 해보라’는 주위의 유혹에 댄스그룹 ‘A4’를 결성(1999년)했으나 불과 3개월 만에 활동을 접을 만큼,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

“참담한 마음에 방황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약이었죠. 그때부터 혼자 노래 연습하며 실력을 길렀어요.” 그렇게 3년간 준비 끝에 본명 최휘성을 ‘휘성’으로 바꾸고 솔로 데뷔 앨범을 냈다. 그 뒤로는 잘 알려진 것처럼 ‘탄탄대로’.


얼굴 아닌 노래로 인정받은 가수

‘99%의 노력으로 1%의 재능을 극복한다’는 휘성은 소문난 연습벌레다. 운동을 한다거나 친구를 만나 술 마시는 게 ‘연례행사’라고 일컬을 정도로 취미가 없다. 그의 유일한 취미가 ‘노래 부르기’. 심지어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도 연습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혼자 중얼대며 노래한다.

“사람들이 안 쳐다보냐구요? 당연히 보죠. 그런데 저인지 몰라 보니까 괜찮아요.” 아무리 ‘얼굴’이 아닌 ‘노래’로 인정 받는 가수라지만, 팬들이 몰라보는 인기 가수라니 기막히다. 속상할 법도 한데 그는 태연하다. “서운하지 않아요. 오히려 편하고 좋죠”

휘성은 한창 인기의 ‘날개’를 달고 비상하고 있지만, 마음은 그리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카메라 기피증 탓일까. “신이 나서 무대에 올라야 할 텐데, 그런 느낌을 갖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래도 “저 애가 뭐 되려고 저러나”하는 부모님의 우려가 최근 ‘대견함’으로 바뀐 것은 그에게 가장 힘을 불어넣는 일이다. 포항공대에 다니는 한 살 아래 ‘모범생’ 남동생보다 더 기특해 한다고.

“주변을 적당히 어질러 놓아야 안정이 된다”는 특이한 습성 때문에 지금도 툭하면 어머니와 갈등을 일으키지만, 사실 그는 효심이 깊다. 10년 넘게 살아온 그의 가양동 집 뒤엔 (목에 안 좋은 먼지가 날리는) 시멘트 공장이 있는데, 부모님을 두고 홀로 떠나지 못한다. 하루 빨리 돈 벌어 부모님과 함께 살 새 집을 마련하는 게 요즘 그의 절실한 바람이다.

“가수 이외의 다른 길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휘성의 미래 최종 목표는 ‘세계적인’ 가수다. 아직은 너무 아득한 꿈. 그러나 “노력으로 가요계 새 역사를 쓰겠다”는 그의 패기에 희망을 걸고 싶어진다. 2집을 내고 누구도 예상 못한 돌풍을 몰고 온 것처럼, 새로운 신화를.


● 프로필

생년월일: 1982년 2월 5일 키: 172cm 몸무게: 62kg 혈액형: O형 가족사항: 2남 중 장남 학력: 충남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1년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0-06 14:17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