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자기관리, 진정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연예계 젠틀맨

[스타 탐구] 차인표

철저한 자기관리, 진정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연예계 젠틀맨

일찍이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뒤흔든 파워맨은 없었다. 그의 손가락 짓에 수백 수천명의 여성들은 감격했고 밤잠을 설쳤다.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백마 탄 왕자 강풍호로 만인의 ‘별’이 된 차인표.

신드롬을 형성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도 이제 데뷔 10년이 넘은 낯익은 배우가 됐다. 몸매되고 얼굴 잘 생긴 아이돌 스타에 그칠 것이라는 주위의 섣부른 판단과 달리 그간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꾸준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결코 반짝거리다 소멸하는 스타가 아닌 대중 안의 진정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반듯한 외모만큼이나 깍듯한 예절로 소문이 자자한 그는 일명 연예계의 ‘바른 생활 사나이’다. 여기서 바른 생활이란 고지식한 사고로 융통성 없는 말과 행동을 한다는 말이 아니다. 말 그대로 그는 젠틀하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진심으로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안다.

오죽하면 비즈니스상 단란주점에 간 그가 여종업원에게까지 존댓말을 썼다는 게 스포츠 신문의 가십난을 장식할까. 어쨌든 그는 몸에 밴 자연스러운 매너로 주위를 이끌 줄 알며 혹 자신으로 인해 피해받는 이가 없는지 늘 확인하고 살펴본다.


부드럽고 완벽한 남자의 대표상

굵직굵직한 이목구비에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 이 ‘그림 되는’ 실루엣을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지키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그의 자기관리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눈치챌 수 있다. 수영은 물론 승마, 사격 등 각종 운동과 영어 실력도 수준급인 그를 보면 완벽한 남자의 대표상을 보는 듯 하다.

단순히 어깨와 눈에 힘 들어간 중량감있는 카리스마를 내뿜는 남성다움이라기 보다는 자근자근 고민도 잘 들어주고 못 살게 구는 개구쟁이 친구를 혼줄내 줄 것 같은 친 오빠, 친 형 같은 부드러운 남성미를 풍긴다. 남의 말 잘 들어주고 착하게 생긴 외모 탓일까? 그가 한달에 받는 e-mail의 100통 이상이 진 빚을 대신 좀 같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편지다. 3,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그 액수도 천차만별인데 카드빚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온 몸으로 절감하고 있단다.

한류열풍의 주역 가운데 한명인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저지 주립대 경제과를 졸업, 한진 미국지사에 근무하다가 1993년 MBC 탤런트 공채 22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데뷔 후 ‘한지붕 세가족’, ‘하얀 여로’ 등에 출연했으나 거의 1년 정도는 무명으로 지냈다.

그러다가 1994년 MBC 미니시리즈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다. 이 드라마는 그의 출세작인 동시에 평생의 반려자(탤런트 신애라)를 만나게 해준 운명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어 그는 ‘왕초’ ‘그 여자네 집’ 등에 연이어 출연,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며 안방극장의 황제로 등극했다.

그러나 충무로에서의 활동은 기대 이하였다. 1996년 군 복무 중 ‘알바트로스’를 통해 스크린에도 데뷔해 ‘짱’ ‘닥터 K’ ‘아이언 팜’ ‘보리울의 여름’ 등에 출연했지만 그리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다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간극을 뛰어넘지 못하고 얕은 연기만을 보여준 것 같다.

최근 ‘목포는 항구다’라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간 나의 부족한 측면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제야 스크린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온다.”

허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데뷔하기 전에는 차 한잔을 마셔도 충무로에서 마셨고 프로필 사진을 들고 영화사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하나 놀라운 것은 이토록 영화에 대한 애정이 지극한 그가 모든 영화인의 꿈인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사양한 일이다.

영화 ‘007 어나더 데이’ 제작사 측으로부터 캐스팅 제의를 받았으나 극중 역할이 자칫 남북관계를 왜곡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 정중히 출연을 거절했다. 이 일로 그는 국회에서도 인정한 애국 청년이 됐고, 당시 유승준 군입대 파문과 맞물려 한창 정상의 자리일 때 군대에 다녀온 그의 행적이 새삼 부각돼 전 국민들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받았다.


"나도 술먹고 노는 것 좋아해요"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닉네임이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다.

“자꾸 저를 바른 생활 쪽으로만 보시는데 저 역시 술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해요. (웃음) 그리고 뭐 특별히 그렇게 착하거나 올바르지만도 않아요. 다만 어려운 분들의 처지를 이해하니까 제 능력 안에서 도와드릴려고 하는 것이구요.”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도 있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는 걸 잘 아는 그이기에 늘 겸손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얼마 전엔 드라마 ‘다모’로 유명세를 탄 이서진과 술 자리를 가졌는데 “지금은 구름이라도 탄 기분일 게다. 하지만 구름은 또 언제 비를 만들지 모른다. 지금의 인기에 기고만장하지 말고 철저히 자신을 더 낮추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왕초’를 찍을 때부터 인연을 맺은 아끼는 친한 후배니까 한 소리다.

실제의 차인표는 성공이라는 목표지점에 그렇게 예민하지 않다. 성공에도 실패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즐거운 것, 재미있는 것을 늘 찾아다니고 그것이 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행복을 좇는 인생이 아니라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물 흐르는대로 그냥 그렇게. 성격도 지금보다 너그럽고 싶구요.”

연예계를 은퇴한 후에는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단다. 부인 신애라와 함께 한적한 전원주택에서 무며 배추를 기르고 있는 그의 모습, 마치 한편의 CF 같다. SBS 특별기획 ‘완전한 사랑’으로 또 한번의 인기몰이를 앞두고 있는 차인표. 시간이 갈수록 여유롭고 편안해지는 그의 이번 연기가 기대된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