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꽃향유


꽃향유라는 이름 속에는 사람들이 식물에게 기대하는 가장 큰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아름답다는 점과 향기롭다는 점, 그리고 말 그대로 향기로운 기름 즉 향유를 추출할 수 있는 유용함까지 말이다.

하지만 이 꽃향유는 그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에서 조금 특별한데, 꽃으로 치면 화려하고 큼직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보면 보잘 것 없는 아주 작은 꽃들이 모여 아름다운 꽃차례를 만들어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 향기는 꽃보다도 식물체 전체에서 나는 향이라는 점이 그러하다.

꽃향유는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가을 산에 가면 볕이 잘 드는 가장 자리쯤에 꽃향유의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거의 전역에서 만날 수 있으며 멀리 만주까지도 분포한다.

꽃은 9월에 피기 시작하여 10월에도 볼 수 있다. 자주빛이라고 해야 하는지 보라빛이라고 해야 하는지 그 중간 정도의 색깔을 가진 꽃들이 아주 빽빽하게 그것도 한쪽으로 2~5cm정도의 길이로 달린다. 수술 2개가 꽃 밖으로 길게 나오는 것도 특징의 하나이다. 작은 꽃마다 그 밑에 달리는 끝이 뾰족하고 자주빛이 나는 포도 특징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산야에는 비슷한 식물들이 여럿 있다. 가장 비슷한 향유는 꽃차례의 길이가 5~10㎝로 더 길고 꽃이 달리는 부분에 생기는 포(苞)라는 부분이 부채같이 둥글게 생긴 것이 큰 특징의 하나이다. 좀향유(E. minima)는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에서만 주로 볼 수 있으며 이름그대로 키가 아주 작아 금새 구분 할 수 있고, 가는잎향유(E. angustifolia)는 충북에 주로 자라며 잎이 아주 가는 특징이 있다.

꽃향유는 붉은 향유라고도 부른다. 향유와 꽃향유를 비교해 보면 왜 이런 별명이 붙었는지 금새 알 수 있다. 색이 자주빛이 많이 섞여 붉게 느껴진다.

요즈음 쓰임새로 주목받는 것은 당연히 관상용이다. 가을에 피는 꽃 가운데 꽃색이 아주 강렬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특별한 관리없이 잘 자라므로 군식하여 심으면 도로변이나 화단이나 어디에서나 좋다. 가끔 국도를 가다가 경사면 전체를 덮고 있는 꽃향유 무리를 보면 차를 세우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다.

유사한 종류를 통틀어 약으로 쓰는데 두통, 발열, 곽란, 수종, 각기, 여름더위와 기침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여름에 끓여서 차로 마시면 열병을 다스리고 위를 따뜻하게 해준다고 잎에서 냄새가 날 때 이 즙으로 양치질을 해도 좋다. 정유를 많이 함유하고 있으므로 향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기분좋은 꽃향유를 만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떠나도 찾아볼 수 있다. 강원도나 경기도 북쪽쯤을 다니다 보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진 꽃향유 근락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들국화 일색일 것만 같은 가을산에 매력이 넘치는 꽃향유들이 말이다.

입력시간 : 2003-10-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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