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첫 사회생활 적응하기

[두레우물 육아교실] "엄마, 유치원 안 갈래!"
아이의 첫 사회생활 적응하기


Q. 아들(6살)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인데요,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썩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3월엔 잘 갔는데 한,두달 지나서부터 가기 싫어하더군요. 그러면 애 아빠는 보내지 말라고 하는데 학교에 가서까지도 버릇이 되지 않을까요? (두레우물 육아상담실 ID : kimchoss)

저희 애(5살)도 처음에는 잘 다니더니 한달이 지나니까 안가려고 아침마다 울어요. 우는 애를 달래서 보내다가 가끔은 매를 들기도 한답니다. 이 애를 내년에 보내야 할지 지금 이대로 견뎌내고 보내야 할지 모르겠어요.(두레우물 육아상담실 ID : lmklms)



아이 마음부터 읽어야

아침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폭탄선언 한마디, “엄마, 나 오늘 유치원 안 갈래!” 그 짧은 한마디에 부모의 머리 속은 복잡해진다. 어떤 부모는 ‘유치원 쯤이야….’, ‘싫다는데 보내지 말까’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부모는 ‘왜 우리 아이만 적응을 못할까?’, ‘혹시 학교 가서도 계속 적응 못하는 게 아닐까?’하며 지나치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또 부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의견으로 유치원을 보낼까 말까로 다투기도 한다.

문제는 유치원 자체보다 아이의 첫 사회생활에서의 부적응이라는 데 있다. 유아기 때 사회관계 형성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커서 학교와 직장에서도 힘겨운 사회관계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울 아동상담센터(http://www.hanulkids.org) 이선경 소장은 “유치원 가기 싫다는 표현은 같아도 아이들마다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부모는 우선 아이가 정말 문제가 있어서 가기 싫다는 것인지, 단순히 핑계를 대는 것인지 아이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치원에 가기 싫은 이유를 부모가 함께 파악하고 나서, 유치원을 보낼지 말지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아이 앞에서 서로 다른 의견으로 싸우는 부모를 보면 아이는 더욱 혼란스러울 뿐이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원인에 따라 유형별 해결책을 알아보자.


1. 부모와의 분리불안을 느끼는 아이

유치원에 가는 것 자체, 엄마와 떨어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다. 부모가 과잉보호를 했거나 맞벌이 부부처럼 부모의 애정에 결핍을 느끼는 경우 분리불안을 느낄 수 있다.

과잉보호에 의한 분리불안은 아이 뿐 아니라 엄마 스스로도 불안한 경우가 많다. “오늘 유치원에서 뭐 했어?”, “대답은 잘 했어?”, “안 울었어?” 등등 자꾸 묻고 확인하거나, 유치원에 찾아가서 아이 노는 모습을 훔쳐보는 엄마는 아이에게 불안감을 더해준다.

아이가 적응 못할까 봐 걱정하는 엄마에게는 아이도 반드시 엄마의 걱정대로 적응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매사에 ‘아이가 알아서 잘 할거야’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런 믿음을 아이에게 느끼게 해줄 때 아이도 엄마의 믿음만큼 해내는 것이다.

한편 맞벌이 부부의 자녀에게서 보이는 분리불안은 양상이 좀 다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유치원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아이에게 너무 길고 지루한 시간일 수 있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퇴근 후나 주말의 시간만큼은 전적으로 아이와 함께 놀아주어야 한다.


2. 내성적이고 친구관계에 서툰 아이

위의 두 엄마들이 보내온 사례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내성적인 아이들은 의외로 처음에는 잘 다니는가 싶다가 한,두달 지나면서 가기 싫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교우관계를 잘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스스로 사회적 관계를 잘 해내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유치원은 아이가 처음 겪는 사회생활이자, 다수와의 또래관계에 적응하는 일이다. 다수와의 관계에 앞서 필요한 것이 소수와의 또래관계의 경험이다. 즉 형제 간이나 두세명의 친구들과 놀면서 양보와 타협을 배우고, 자기 주장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경험해야 하는데, 내성적인 아이들은 대부분 소수와의 또래관계 경험이 부족했거나 미숙했기 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을 나타낸다.

따라서 소수의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자주 마련해주고, 그 속에서 친구관계에 자신감과 기쁨을 느끼게 해주면 어느새 친해진 친구와 함께 유치원 가고 싶어서 아침마다 들떠있는 아이를 보게 될 것이다.


3. 엄마를 조정하려는 아이

유치원 안 간다는 말로 유세부리는 유형. 이런 아이들은 대개 유치원 가서는 잘 지내면서 아침마다 괜한 핑계로 안 간다고 떼껜?아이들이다. 이 경우는 아이가 “유치원 안 갈래!”라고 말할 때 화를 내거나 지나치게 걱정어린 대응을 하지 말고 “어~ 그래.”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게 좋다. 유치원 안 간다는 말로 엄마를 조정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4. 그 유치원, 그 선생님 싫어!

구체적으로 “급식이 싫어”, “체육시간이 싫어”, “선생님이 무서워” 등의 이유를 말하는 경우는 그 이유들이 괜한 핑계인지, 정말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지 유치원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알아보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하거나, 유치원을 옮기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친절하고 엄격한 부모태도 필요

이선경 소장은 “유치원에 안 가려는 아이의 문제는 매우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문제가 되는 원인에 대해 부모가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해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부모가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기 힘들거나 부적응 정도가 심할 경우는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아이를 대하는 바람직한 부모의 태도는 친절하고 엄격한 것이라고 한다. 유치원에 안 가려고 떼쓰는 아이 앞에서 부모가 취할 태도이기도 하다. 과잉보호도, 무관심도, 우유부단도 아닌 원칙있는 적당한 거리의 사랑이 필요하다.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충분히 느끼면서도 의존적이지 않고 독립적인 아이로 자랄 때 그 아이는 유치원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사회생활에서도 훌륭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 인터넷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박경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09 19:00


박경아 자유기고가 koreap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