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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 美] 오타쿠 문화의 재해석




■ 제목 : 히로폰■ 작가 : 무라카미 다카시■ 종류 : 조각■ 제작 : 1997년


1998년 영화와 잡지를 시작으로 어렵게 열린 일본 문화 개방이 역사 교과서 왜곡 사건 이후 냉각기를 가졌으나 다시 조심스럽게 재개될 조짐이다. 다른 국가의 문화에 비해 지극히 폐쇄적이고 엄격했던 일본 문화에 대한 개방은 아직 역사적 앙금이 가시지 않았지만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할 듯 하다.

그러나 국제화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선인들의 뼈아픈 경험과 적개심만을 물려 주는 것 또한 바람직 하지 않음에 틀림이 없다.

일본은 패전 이후 자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허무주의적 성향이 팽배해져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이른바 현대의 일본 대중 문화를 대표하는 ‘오타쿠 문화’의 배경이 되었다.

오타쿠란 본래 이인칭을 존칭하는 대명사인데 일본의 명문 사립대 부설 유치원 출신의 부유층 자제를 지칭했던 것에서 그들 중 일부가 모여 애니메이션을 기획, 히트 시킨 후 그 분야에서 기존의 매니아보다 더욱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비평적 시각까지 겸비한 이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동경 예술대 박사 출신의 30대 젊은 작가 무라카미는 그러한 오타쿠 문화를 예술에 접목시키는 독특한 발상으로 현대 일본미술을 대표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패전이후 일본 국민의 비관적 의식세계는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쉽게 빠져 현실과 다른 판타지를 향했으며 그렇게 성장한 오타쿠 문화는 표면적으로 미국의 대중문화를 반영한 팝아트와 유사하나 반항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성향이 더욱 짙다.

작품 ‘히로폰’은 오타쿠 문화가 마약과 같다는 일본인들의 생각으로부터 제목을 삼아 성인등급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실제 인물보다 큰 조각으로 제작하여 스크린보다 강렬한 효과를 낳고 있다. 무라카미는 히로폰 팩토리라는 시스템 아래 새로운 오타쿠 예술인들을 배출하고 자신의 디자인을 루이비통의 새로운 컨셉으로 상품화 시키는 등 교육과 상품화에 있어서 예술의 특별한 역할을 이해하며 실천시키고 있다.

역사적 비관에서 자라난 문화성향을 단절과 저항이 아닌 거듭나는 예술로 발전시킨 젊은 일본 작가의 열정은 실현되는 것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0-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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