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홈런 무난 전망, 수비력 보완 등 과제도

이승엽, 메이저리그서도 통한다
20~30 홈런 무난 전망, 수비력 보완 등 과제도

내년 시즌 미국 진출을 선언한 이승엽은 과연 메이저리그(ML) 무대 어디쯤에 닻을 내릴 수 있을까. 그의 빅리그 타자로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분분한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 톱은 미국에서도 통한다’는 쪽과 ‘이승엽의 기량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 그럼에도 적지 않은 빅리그 통들이 조심스럽게 그의 성공을 점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ML를 경험한 이만수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나 국내 용병들이 이승엽을 빅리그 톱클래스 내야수들에 견줄 정도로 후한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의 옛 선배인 이만수 코치와 현 외국인 동료 라이언이 ‘이승엽 닮은꼴’로 지목한 선수는 로베르토 알로마(35ㆍ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존 올러루드(35ㆍ시애틀 매리너스). 이들의 빅리그 위상을 살펴보면 ‘이승엽 기대치’의 답이 어렴풋 보일 것도 같다.


빅리거 올러루드ㆍ알로마와 닮은 꼴

알로마는 올스타에 11회나 선정됐고 90년대 골든 글러브를 독차지했을 만큼 ML 최고의 2루수로 꼽히는 선수다. 폭넓고 환상적인 수비 실력 덕에 ‘미국과 캐나다 국경은 알로마 혼자서 지킨다’는 농담이 팬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다.

물론 타격에도 일가견. 88년 시즌부터 올해까지 16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01와 홈런 206개, 1110타점을 기록중인 정교한 중장거리포 타자다.

여기에 좌우 타석을 가리지 않는 스위치 히터라는 점과 외야에 골고루 타구를 날려보내는 스프레이 히터라는 점이 또 추가된다. 이승엽이 이처럼 공수에 걸쳐 완벽한 선수로 평가받는 알로마와 비견된 것은, 대선배의 애정이 묻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빅리그 성공의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알로마와 동갑내기 빅리거인 존 올러루드는 이치로, 사사키 등 일본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팀으로 한국팬들에게도 친숙한 시애틀 매리너스의 1루수이자 간판 타자. 이승엽의 팀 동료인 라이언은 ‘이승엽과 가장 비슷한 타격 스타일의 빅리그 타자’로 주저없이 올러루드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89년에 데뷔해 15시즌을 뛰는 동안 통산 타율 0.297, 239홈런, 1145타점을 기록중인 올러루드는 알로마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스프레이 히터로 평가 받는다. 장타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빅리그 1루수를 꿰차고 있는 것은 정확한 타격과 높은 출루율, 필요할 때 한방씩 쳐주는 클러치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지지 않는 장타력

이만수 코치나 라이언 외에도 국내에서 뛰고 있는 대다수 용병들이 이승엽의 빅리그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이승엽이 20~30개 정도의 홈런은 무난하게 터뜨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라이언은 장타력에서는 이승엽이 올러루드보다 오히려 낫다고 평가하는 라이언의 말도 청신호다.

이승엽의 ML 적응에 힘을 실어 주는 사례도 주목 받고 있다. 수년 전 이승엽의 소속팀인 삼성에는 훌리오 프랑코, 카를로스 바에르가 등 ML 출신 용병 타자들이 영입돼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미국에서 올스타 출전 등의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었던 이들은 그러나 팀 동료 이승엽에 비할 바 없는 초라한 성적만 남기고 귀국 보따리를 싸고 말았던 것이다.

그 후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30대 후반의 퇴물처럼 보였던 두 선수는 미국으로 돌아간 얼마 뒤 빅리그 팀에 보란 듯이 합류해 옛 명성을 확인시켜 줬다. 이승엽의 ML 적응이 낙관적일 것이라는 또 하나의 유력한 근거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3-10-10 15:14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