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야전코트서 유래, 영화 '카사블랑카'로 대중적 유행

[패션] 트렌치코트(Trench Coat)
영국군 야전코트서 유래, 영화 '카사블랑카'로 대중적 유행

밤낮의 기온 차이가 나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외출복 고르기가 쉽지 않다. 얇은 재킷만 걸치자니 아침저녁의 차가운 공기에 몸이라도 상할까 걱정스럽다. 이때는 ‘버버리코트’라 부르는 ‘트렌치코트’가 그만이다. 트렌치코트는 레인코트의 일종으로 실용적인 멋 내기에 적합하다. 영국신사들의 필수아이템 트렌치코트로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자.


방수용 군복에서 시작된 영국신사의 필수품

트렌치코트는 영국군이 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Trench)안에서 착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방수용 야전코트이다. 1853년 아쿠아스큐텀사가 비를 막아주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을 지닌 방수소재를 사용한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이후 1870년 토마스 버버리가 필드스포츠를 위해 기능성이 향상된 개버딘을 개발, 코트와 재킷을 제작했는데 코트가 군용으로 채택되면서 트렌치코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군인들이 실전에서 방수복으로 착용한 트렌치코트는 여러 가지 무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총이나 망원경을 고정할 수 있는 양어깨의 견장, 물병이나 야전삽, 수류탄을 걸기에 편리한 허리띠의 D고리, 지도를 넣을 수 있는 커다란 주머니, 팔을 자유롭게 하는 레글란 소매(목에서 겨드랑이 아래로 박음질된 소매), 비바람을 막아주는 앞가슴과 등 쪽의 덮개, 소매 조임과 덮개가 달린 포켓 등이 군복의 흔적이다.

이 같은 실용성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일반인들이 레인코트로 입으면서 대중화됐고 계절과 유행을 넘어 사랑 받는 클래식 아이템이 되었다.

트렌치코트가 대중적인 지지를 얻게 된 데에는 할리우드의 영화 산업이 한 몫을 했다. 극한 상황 중에 연인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 그는 영화 속 전쟁영웅이 실재 영웅으로 대접받던 시절에 허리를 매고 깃을 올린 트렌치코트의 매력으로 고독한 마초맨의 인상을 팬들의 뇌리에 남겼다. 전통적인 군복으로의 멋은 ‘애수’의 로버트 테일러가 단연 일품이었다.

전쟁 중 런던을 배경으로 미모의 발레리나와 청년장교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로버트 테일러가 입었던 트렌치코트는 영국장교의 전형적인 스타일이었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맥을 이어오던 트렌치코트는 1940년부터 여성복으로도 대중화되었고 탄생지인 영국의 3대 브랜드 ‘아쿠아스큐텀’, ‘버버리’, ‘닥스’가 트렌치코트의 전통을 세계적으로 알렸다.

트렌치코트의 전통적인 디자인은 더블버튼에 벨트로 여미는 이중구조. 방수 처리된 면 개버딘 소재 겉감에 어깨에는 견장 고리가 달려 있고 가슴에는 덮개가 있다. 소매 끝을 조여 주는 버클, 등에는 케이프 백이라 불리는 덧 자락이 부착되어 있고 넓은 옷깃, 무릎아래 10~15㎝ 길이가 기본이다. 소재는 레인코트의 기능성을 살린 면 코팅소재 외에 면ㆍ실크 혼방, 울ㆍ실크 혼방, 캐시미어 혼방 등 보다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원래 군복 위에 덧입었던 군용 코트였지만 요즘은 정장이나 캐주얼 모두에 어울리는 다양한 디자인이 나와 있어 선택이 자유롭다. 탈ㆍ부착이 가능한 모자나 안감이 있는 트렌치코트는 여름을 제외하고는 어느 때나 기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가을에 새롭게 만나는 트렌치코트는 기본형부터 크고 작은 변화를 준 다양한 스타일이 나와 있다. 색상은 베이지, 네이비, 그레이 등이 일반적이지만 여성복에서는 핑크, 블루, 초콜릿 등 다채로운 색조를 만날 수 있다. 소재도 면, 나일론 소재 외에 광택이 있어 화려한 실크혼방소재, 개성 있는 데님소재까지 쓰이고 있다. 길이는 엉덩이를 살짝 덮는 미니 스타일부터 무릎정도의 하프스타일이 많다.

남성복은 장식이 절제된 싱글 라인의 4~5개 버튼이 달린 깔끔한 캐주얼 스타일이 캐주얼이나 정장 모두에 입기 좋다. 재킷 대용으로 무릎길이의 하프라인이 알맞다.


무릎길이, 미니 스타일도 인기

무심히 옷장을 열었을 때 한 벌쯤은 발견하게 되는 짙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소매며 어깨며 덧붙은 장식이 많은데다 유행 지난 옷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를 이어 물려 입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영국인들의 스테디셀러가 바로 트렌치코?甄? 유행에 좌우되지 않는 심지 곧은 아이템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아이템인 만큼 처음 구입 당시 자신에게 잘 맞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트렌치코트는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옷이지만 세련되게 입으려면 노하우가 필요하다. 더블버튼 스타일은 남성적인 스타일로 키가 크고 몸집이 있는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싱글 버튼 스타일은 우아한 차림을 원하는 작은 체형의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기본 디자인의 장식을 그대로 살려 어깨 견장이나 아웃포켓 등 군복 느낌이 강조된 스타일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트렌치코트는 장식이 많은 옷이기 때문에 자칫 상체가 실제보다 커 보일 수도 있다. 키가 크고 늘씬한 체형이라면 어떤 스타일도 무난히 소화할 수 있지만, 키가 작다면 무릎정도의 길이가 알맞다. 허리가 굵은 사람은 허리띠를 조여 매지 말고 오픈한 상태로 입거나 허리띠 장식이 없는 코트를 고른다.

사계절용으로 입고자 한다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전통 스타일을 구입한다. 정통 스타일은 외피의 디자인 외에 모직과 같은 따뜻한 소재가 내피로 부착되어 있다. 내피의 탈ㆍ부착이 가능해야 기온변화에 활용도가 높고 세탁도 용이하다.

여성용 트렌치코트는 허리벨트를 묶는 전통적인 스타일과 함께 엉덩이를 반쯤 덮는 사파리 스타일, 미니트렌치코트가 인기다. 미니스타일은 7부 길이 바지나 미니스커트 같은 여성스러운 단품을 매치한다. 스카프나 머플러를 매거나 긴 스카프를 두건형태로 머리에 묶으면 복고풍 이미지 연출이 가능하다. 또 군복이미지의 베레모를 쓰거나 작은 캡이 둘러져 있는 중절모를 써도 멋스럽다.

코트는 아무래도 풍성해 보이므로 안에 입는 옷은 타이트하게 입는 것이 좋다. 특히 깃이 높고 크기 때문에 목선에 화려한 레이스, 러플 장식된 블라우스나 상의를 여러 겹 겹쳐 입어 목선이 흐트러지면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 상의에 목선은 라운드형의 심플한 디자인을 택하거나 터틀넥 스웨터를 입는 것이 깔끔하다. 아니면 V네크라인 자체를 드러내 섹시룩으로 연출해도 좋다.


평범한 색을 탈피한 트렌치코트

- 전통적 버버리 색상인 베이지와 감색, 그리고 여성용에 일부 쓰이던 빨강 외에 진갈색, 연두, 노랑 등 다양한 컬러가 나와 있다. 특히 정통 트렌치코트의 대명사인 영국 버버리사까지 노랑, 보라, 하늘색, 분홍색 등 밝고 원색에 가까운 색상을 많이 활용했다.


가죽, 데님, 트위드, 코듀로이 등 다양한 소재로 만나는 트렌치코트

- 가죽코트는 올 가을 패션 리더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 따라서 많은 패션업체들이 가죽 소재 트렌치코트를 내놓고 있다. 닥스, 버버리 등 정통 트렌치코트 브랜드에서도 칼라나 소매에 가죽을 덧대 장식한 제품을 볼 수 있다. 데님의 인기 상승으로 데님 소재 코트도 많다.

물 빠진 워싱 처리한 데님 트렌치코트는 스웨이드(세무) 코트와 함께 빈티지 룩에 적합하다. 짜임의 무늬를 살린 트위드 소재나 굵은 올이 줄무늬처럼 보이는 코듀로이(코르덴) 소재도 복고 무드를 타고 상승중이다.


트렌치코트의 멋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소품 활용법

- 전통적인 트렌치코트의 경우 자체에 장식이 많기 때문에 소품활용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남성적인 트렌치코트에 작은 변화를 원한다면 머플러나 모자를 골라보자.

트렌치코트는 체크무늬 머플러를 함께 코디하면 완벽한 영국풍 멋쟁이가 될 수 있다. 코트버튼 여밈의 형태가 더블이냐 싱글이냐에 따라 머플러 연출도 달라진다. 더블 코트에는 캐시미어 소재의 커다란 사각 머플러를 어깨를 감싸듯 두른다. 싱글 코트에는 긴 머플러를 목 주위로 두른다.

패셔너블한 모자 착용도 늘고 있다. 니트, 모직 소재 베레모나 일명 빵모자라 부르는 헌팅캡, 작은 챙이 둘러져 있는 베레모는 딱딱한 코트의 이미지를 깜찍한 톰보이 룩이나 부드러운 페미닌 스타일로 변신이 가능하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0-10 17:21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