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알리스·레비트라 '비아그라 아성'에 도전장, 500억시장 놓고 한판 승부

'고개 숙인 남성' 내가 책임지마
시알리스·레비트라 '비아그라 아성'에 도전장, 500억시장 놓고 한판 승부

1999년 여름, 남성들의 화두는 온통 '비아그라'였다. 미국 화이자(社)가 개발해 전 세계 수많은 '고객 숙인 남자'의 자신감을 회복시켰다는 발기 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국내 시판이 초읽기에 들어간 무렵이었다0. 병원과 약국에는 "언제 비아그라를 구입할 수 있느냐". "대량 구입이 가능하냐"는 등의 절절한 문의가 빚발쳤다. 그리고 그 해 10월말, 한국 화이자를 통해 비아그라가 첫 선을 보였다.

그로부터 4년.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당시 100억원에서 500억원 규모(지난해 기준)로 로 급팽차했다. 물론 시장의 90%이상은 치료제의 대명사 격인 비아그라의 몫이었다. 25g짜리 비아그라 1정의 가격이 1만원 정도이니 1년간 국내 비아그라 판매량은 5,000만개에 달한다는 얘기였다. 물론 이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밀수입, 수백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암시장 규모는 고려하지 않은 수치일 뿐이다.

시장이 켜지면 독점적인 지위가 유지되기 힘든 법. 비아그라의 아성에 도전하는 경쟁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알리스'(한국릴리)와 '레비트라'(바이엘코리아, GSK)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수입 허가를 받고 9월말 동시에 국내 시장에 진입한 것. 이들은 저마다 "비아그라를 능가하는 최고의 치료제"임을 내세우며 '남성'을 둘러싼 한 판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같은 점, 다른 점

발기 부전이란 만족할 만한 성교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발기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발기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이르는 의학 용어. 발기 부전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1억5,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기의 원리는 성적 흥분 시 성기 내 동맥주위에 생성되는 cGMP라는 체내 성분이 동맥을 확장시키고, 동맥을 통해 들어온 혈액을 정맥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 문제는 발기를 유발시키고 남은 cGMP 성분이 분해 효소인 'PDE-5'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로써 발기가 풀리게 된다는 점이다.

비아그라는 물론이고 시알리스, 레비트라는 모두 이 PDE-5 효소를 억제해 cGMP농도를 높임으로써 발기를 계속 유지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작용 메커니즘이 동일한데도 이들 치료제의 효능이 다른것은 성분이 상이하기 때문. 비아그라는 실데나필을 주성분으로, 시알리스와 레비트라는 타달필과 발데나필을 각각 주성분으로 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효능이 발현되기 시작하는 시간 및 지속 시간. 약을 복용한 후 효능이 발현되는 시간은 레비트라가 15분, 시알리스가 16으로 잡은 편인데 반해 비아그라는 1시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효능 지속시간은 비아그라와 레비트라가 4시간 정도인데 반해 시알리스는 무려 24~36시간에 달한다. 물론 내내 발기가 지속되는 것은 아니고 이 시간동안에 성적 흥분이 이뤄지면 발기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토과 매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나 질산염제제(협심증 치료제) 복용환자는 피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처방전이 없으면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은 세 제품 모두 동일하다. 가격은 용량 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정에 1만~1만6,000원 안팎이다.


아전인수 경매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 후발주자들은 비아그라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각종 비교 수치를 들이 대며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발현 시간과 지속 시간에서 비아그라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 외에도 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임상 조사 결과를 근거로 내세우며 발기 개선 효능에서 자사 제품이 가장 앞선다고 주장한다. 시알리스를 판매하는 한국 릴리측은 자사의 시알리스의 개선 효능이 85.4%로 비아그라(82%), 레비트라(78.4%)에 비해 앞서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레비트라를 판매하는 바이엘코리아측은 자사 레비트라의 효능이 92%로 비아그라(82%), 시알리스(81%)를 능가한다고 주장한다.

최사응 경쟁자가 비아그라일지언정 당장 경쟁의 화살은 '확실한 2인자'자리를 꿰차기 위해 서로를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시알리스측은 각국의 시장 점유율 현황까지 제시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들이 헬스케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MS 데이터'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독일에서 시알리스는 30%의 점유율로 비아그라 (56%)으 ㅣ저란수준에 육박했고 레비트라(14%)를 두 배 이상 앞선다.

또 프랑스 호주 이탈리아 등에서도 20%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비아그라를 바짝 추격하는 2인자 자리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레비트라측은 "시알리스의 유럽 시장 시판 시점(월2월)이 레비트라(3~4월(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이들은 자사 제품의 임상 실험에 참여했던 비뇨기과 교수진을 전면에 내세워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시장 파이가 커진다

비아그라를 판매하는 한국화이자측은 후발 주자들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 여기에는 비아그라가 발기 부전환자들에게 1차 선택제로 처방될 것이라는 확신 내지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한국 화이자 정지희 과장은 "지난 5년간 효과와 안전성이 임상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작정 태연할 수 만은 없는 노릇. 화이자측은 후발 주자들의 효능 비교에 대해 "비아그라는 수많은 임상 실험을 거친 반면 시알리스나 레비트라는 임상 실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필요한 수치만 작위적으로 뽑아올 수 있는데다 실험의 조건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발끈했다.

또 효능 지속 시간에 대해서도 "어차피 지속시간이 그리 길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경쟁자의 등장은 발기 부전 치료제 시장 전체의 시장 파이를 확대시킬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선택의 폭이 거의 없었던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환자 혹은 의사들이 상태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때문이다.

특히 아직까지 발기 부전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한때 비아그라의 아성에 도전했다 쓴 맛을 본 '유프리마'도 재기의 칼날을 갈면서 전투 양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 지난해 2월 선보였던 유프리마는 이들 3개 제품과 달리 혀 밑에 넣어 녹여 먹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복용 방식이 까다로운데다 효과가 상대적으로 강력하지 않아 그 간 환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한국애보트에서 파매권을 넘겨받은 일양약품이 시알리스, 레비트라의 등장과 함께 제2의 공세를 준비중이어서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일양약품 오한나씨는 "1 타블릿씩 이틀간격으로 6타블릿 이상을 먹어야 효과가 발휘되는데 그간 홍보가 부족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다른 제품과 달리 심장 질환 환자 등도 아무런 걱정 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5% 정도로 예상되는 틈새 시장을 겨냥해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입력시간 : 2003-10-14 14:34


이영태 기자 ytlee@hk.co.kr